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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1422)] 석류나무에 앵두가 열리듯

[책을 읽읍시다 (1422)] 석류나무에 앵두가 열리듯 

리얼 저 | 김순진 역 | 자음과모음 | 480| 18,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석류나무에 앵두가 열리듯은 중국에서 뛰어난 사실주의적 작가로 인정받는 리얼의 장편소설이다. 리얼은 언제나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가 아닌 바로 지금 우리의 현실에 주목해왔다. 당연히 그가 그려낸 이미지 속에는 현대 중국이 당면한 철학적 문제가 날카롭게 벼려져 있다.

 

소설의 제목에도 그 자체로 풍자적 의미가 담겨 있다. ‘석류나무에 앵두가 열린다라는 말은 유희적인 민간 속담이다. 이도 저도 아니고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다는 뜻으로 이상과 현실이 엇물리며 빚어낸 뜻밖의 결과를 말한다. 소설은 이 속담을 제목으로 선택해 색다른 현실적 풍자미를 보여준다.

 

소설은 마을위원회 주임 선거를 둘러싸고 펼쳐지는 이야기를 통해 권력의 유혹 앞에 선 인간의 나약함을 객관적으로 묘사해낸다. 관좡 마을의 여자 주임 쿵판화는 임기 동안 마을 사람들을 위해 많은 일을 모범적으로 처리했고 덕분에 관좡 마을 사람들의 삶도 대체로 안정적이 되었다.

 

쿵판화가 만들어가는 관좡 마을은 실제로 중국 농촌에서 개혁이 이뤄지는 과정이기도 하다. 세계화와 경제발전, 환경보호, 자녀계획 등 다양한 측면의 요구와 스트레스가 쿵판화를 짓누른다. 옛말에 한 나라를 다스리는 일은 작은 생선을 굽는 것과 같다고 했다.

세심히 살피지 않으면 한순간에 망칠 수도 있는 것이다.

 

가뜩이나 마을 일로 정신이 없는 쿵판화는 마을위원회 위원 몇몇이 결탁해 다가오는 선거에서 자신과 맞붙을 음모를 꾸미리라고는 꿈에도 예상치 못한다. 게다가 이제 막 선거 준비가 시작되려 할 때 마을에서 커다란 사건이 터지고, 쿵판화는 어딘지 모르게 일이 잘못되어간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소설은 이런 줄거리를 통해 현대 중국 농촌의 풍경을 사실적으로 담아낸다. 작가의 숙련된 글솜씨는 중국 소설, 그중에서도 향토 소설에 대한 독자의 일반적 인식을 뒤집어놓기에 충분하다. 등장인물의 대사는 신랄하고 통속적이며 그 점이 소설의 이미지를 더욱 사실적으로 만드는 데 일조한다.

 

그러나 작가가 작품에서 신경 쓴 부분은 단지 이뿐만이 아니다. 소설이 다루는 무대는 중국의 어느 작은 시골 마을이지만 작가가 집중해서 캐묻는 것은 인간의 마음이다. 사실 석류나무에 앵두가 맺힐 리는 없다. 그러나 인간의 마음은 다르다. 무엇을 심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소설에서는 쿵판화의 정치적 인생을 중심으로 다양한 이해관계에 놓인 사람들이 무수히 등장한다.

 

그들은 소설 전체에서 지극히 평범하면서도 동시에 지극히 모순적인 행태를 보여준다. 너 나 할 것 없이 자기 이익을 위해 그다지 양심에 떳떳하지 않은 일을 한다. 그렇다. 인간의 마음이란 본래 이기적이다. 소설은 날것의 언어를 바탕으로 우리에게 이 사실을 가감 없이 폭로한다.

 

당연히 이 소설을 완성해나가는 중요한 요소는 평범하면서도 모순적인 그들 보통사람이다. 때로는 유머러스하면서도 때로는 진지한 리얼 식 작법이 빚어낸 중국 시골 마을의 특별한 권력 다툼 현장은 중국 농촌의 보통 사람들이 당면하고 있는 어려움과 함께 그들이 품은 어렴풋한 희망을 대변해준다.

 

 

작가 리얼 소개


1967년 중국 허난 성(河南省) 지위안(濟源)에서 태어났다. 상하이 화둥 사범대학 중문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과 칭화 대학 중문과에서 강의를 했으며, 현재는 전업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리얼은 지식인의 고뇌를 풍자적으로 그려 나가는 작가로 정평이 나 있다. 중국의 전통성과 서구의 보편성을 동시에 간직한 그의 골계미학적 표현 기법들은 유럽에도 널리 소개되어 각광받고 있다. 주요 작품으로 중국의 역대 고전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집대성한 중편소설집 오후의 시학과 장편소설 유망』 『용과 봉황이 나타나니 길조로다』 『감언이설 석류나무에 맺힌 앵두 열매』 『연약하고 무능한 인간등이 있다. 쥔띵 문학상, 대가 문학상, 화위전매도서대상, 장중문 문학상, 모뚠 문학상, 화위 문학상 등 중국의 내로라하는 문학상을 휩쓸면서 차세대 대표작가로서의 입지를 굳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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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