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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1419)] 생도 퇴를레스의 혼란

[책을 읽읍시다 (1419)] 생도 퇴를레스의 혼란

로베르트 무질 저 | 박종대 역 | 울력 | 299| 12,000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1880년 오스트리아 클라겐푸르트에서 태어난 로베르트 무질은 카프카, 헤르만 브로흐와 함께 20세기 독일 문학의 최대 문제 작가로 꼽힌다.

 

어린 시절 가족의 전통에 따라 군사상업학교와 군사기술학교를 다닌 그는 이후 군인으로서의 길을 포기하고 브륀 공과대학에서 기계공학과 수학, 물리학을 공부했다. 무질 문학 세계의 중요한 한 축인 자연과학적 인식의 뿌리가 형성된 것은 바로 이 시기였다. 이어 그는 자연과학에서 채우지 못한 정신적 욕구를 심리학과 철학을 공부함으로써 해소하려 했다.

 

그리하여 심리학을 통한 인간 심리에 대한 이해 그리고 철학을 통한 인간 본질에 대한 깊은 성찰은 무질의 문학 세계를 구성하는 또 다른 축이 되었다. 하지만 과학과 철학의 영역에서도 자신의 진정성을 발견하지 못한 무질은 결국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창작에 대한 욕구를 뿌리치지 못한 채 자신의 처녀작인 생도 퇴를레스의 혼란의 성공과 함께 학자로서의 안정된 길을 접고 험난한 작가로서의 길을 걷게 된다.

 

이 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은 바지니의 절도 사건이다. 바지니는 친구에게서 꾼 돈을 갚기 위해 바이네베르크의 돈을 훔친다. 이를 우연히 알게 된 라이팅은 바이네베르크와 퇴를레스와 공모하여 바지니를 학교 당국에 일러 처벌을 받게 하는 대신 자신들의 노리개로 삼기로 결정한다. 여기서 바이네베르크와 라이팅은 퇴를레스의 혼란에 의미심장한 상징으로 다가온다. 바이네베르크는 인도 철학에 심취한 신비주의자다.

 

그는 세계영혼의 존재를 믿으며 자신의 의지로 그 세계영혼으로 다가가고자 하는 사람만이 의미 있는 인간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바지니같이 스스로의 힘으로 아무것도 결정하지 못하고 행동하지 못하는 인간을 폄하하면서 자신이 나서서 올바른 길로 인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에 라이팅은 바이네베르크와 정반대의 길에 서 있는 인물이다. 그는 보잘것없는 집안 출신이지만, 현실 세계의 메커니즘을 정확히 꿰뚫어 보고 그 틈새를 노려 권력을 장악할 줄 아는 권력 지향적 인간이다. 그는 권모술수에 능하고 현실 권력을 장악하기 위해서는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이처럼 신비와 현실, 그리고 비합리적 세계와 합리적 세계의 상징으로서 바이네베르크와 라이팅은 결코 화합할 수 없는 대립적 인간형이다.

 

하지만 필요할 때는 결탁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것이 결국 바지니에 대한 학대로 나타난다. 이와 같은 과대망상적 신비주의와 비인간적 권력 이데올로기의 결탁을 누군가는 나중에 나타날 나치즘의 선취로 해석하기도 했다.

 

 

작가 로베르트 무질 소개


오스트리아 클라겐푸르트에서 태어났다. 빈 기술사관학교, 브륀 공과대학 등에서 수학하면서 니체, 도스토예프스키, 메테를링크, 에머슨 등의 작품을 읽었다. 이후 베를린대학에서 철학과 논리학, 심리학을 공부하면서 첫 소설 생도 퇴를레스의 혼란을 발표하여 평단의 좋은 평가를 받았다.

 

1908년 같은 대학에서 에른스트 마흐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이후 철학 교수직을 제의받았으나 거절하고 작가로서의 길을 걷는다. 1930년과 32년 평생의 역작 특성 없는 남자1, 2권을 출간했으나 1938년 나치 정권에 의해 독일과 오스트리아에서 판매가 금지되었다. 이후 특성 없는 남자를 완성하기 위해 스위스로 이주했으나 질병과 생활고에 시달리다가 결국 미완성인 채로 제네바에서 숨을 거두었다.

 

생전에 평단 외에 큰 주목을 받지 못했던 특성 없는 남자는 아돌프 프리제가 유고를 정리한 전집이 출간되면서 세계적인 관심을 끌었고 지금은 20세기에 발표된 가장 중요한 독일어 소설로 꼽히고 있다. 이들 작품 외에 단편집 합일』 『세 여인희곡 몽상가들문집 생전의 유고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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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