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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1427)] 해리 오거스트의 열다섯 번째 삶

[책을 읽읍시다 (1427)] 해리 오거스트의 열다섯 번째 삶

클레어 노스 저 | 김선형 역 | 미래인 | 624| 16,8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해리 오거스트의 열다섯 번째 삶은 반복되는 시간대에 갇힌 주인공을 다룬 타임루프물의 골격을 취하고 있다. 작가는 주인공 해리 오거스트처럼 영원히 환생하는 초인들의 집단, 칼라차크라(우로보란)를 등장시킴으로써 이야기의 지평을 개인에서 세계로 확장시킨다. 마치 돌연변이처럼 인류 중 극소수만이 갖고 태어나는 환생 능력은 당사자들에게 득보다는 독이 될 가능성이 높았다.

 

존재 이유를 알지 못한 채 지겹게 무한 반복되는 생 속에서 존재의 의미를 잃고 무기력하게 방황하기 십상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연대 조직인 크로노스 클럽을 창설하여 서로 친목을 다지며 각자 건설적인 삶을 살도록 이끌었지만 그들에겐 치명적인 유혹이 있다. 바로 (미래를 알기 때문에) 현재에 개입해 미래를 조작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타임 패러독스가 예시하는 복잡성 때문에 크로노스 클럽 지도부는 역사에 대한 어떤 개입도 불허하지만, 그중 일부는 자신의 뜻대로 역사를 바꾸려는 욕망에 몸을 맡기게 된다.

 

이 소설의 극적 긴장감은 바로 이 지점에서 증폭된다. 복잡성 때문에 역사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 vs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현재에 개입할 수 있다. 전자(주류, 크로노스 클럽)와 후자(비주류, 빈센트 랜키스) 사이에서 갈등하는 해리 오거스트의 모험은 달리 말하면, 결정론 vs 자유의지의 문제를 제기한다.

 

해리 오거스트는 191911, 기차역 화장실에서 태어났다. 가난한 하녀인 리사는 해리를 낳다 사망했고 그녀를 강간한 주인 로리 헐너의 가문은 해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해리는 헐너 가문의 관리인 부부에게 입양돼 성장했고,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던 198970세의 나이로 외롭게 숨을 거둔다. 여기까지는 흔히 볼 수 있는 인생이었다. 그러나 191911, 다시 기차역 화장실에서 태어났을 때, 해리는 예전 삶의 기억을 모두 갖고 있었다. 어린아이 몸에 어른 정신을 가지고 있는 것은 마치 할머니가 비키니를 입은 것과 같았다. 혼돈에 빠진 해리는 결국 일곱 살 때 정신병원으로 보내지고, 거기서 자살하고 만다.

 

세 번째 삶부터는 달랐다. 그는 이제 앞으로 닥쳐올 일을 알고 이에 대비할 수 있었다. 그는 반복되는 인생의 원인을 알아내기 위해 세 번째 삶에서 종교를, 네 번째 삶에서 의학을, 여섯 번째 삶에서 물리학을 탐구한다. 하지만 달라진 것은 없었고, 미래를 아는 해리의 능력을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진짜 이야기는 이제부터다. 생을 여러 번 거치며 이어지는 해리 오거스트와 그의 제자이자 절친이자 숙적, 빈센트 랜키스의 숙명적인 대결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현대 세계사와 양자물리학에 관한 해박한 이해를 바탕으로, 작가는 묻는다. 단 한 번의 생을 사는 우리에게 세대와 시대를 넘어 선형적으로 계속되는 역사란 우리의 실존에 어떤 의미를 갖는가?

 

이 작품의 진가는 주인공의 반복되는 삶들을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교작해내는 스토리텔링 솜씨, 그리고 그를 통해 묵직하게 제기되는 철학적 질문들에 있다.

 

 

작가 클레어 노스 소개


영국의 베스트셀러 작가 캐서린 웹의 필명. 1986년 런던에서 태어나 런던정치경제대학(LSE)과 왕립 연극학교를 졸업했으며 열네 살 때 완성하여 열여섯 살 때 출간한 소설 거울 꿈으로 평단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이후 캐서린 웹이라는 본명으로 YA 소설을, 케이트 그리핀이라는 필명으로 판타지 소설을, 클레어 노스라는 필명으로는 SF 소설을 발표하고 있는데, 손대는 장르마다 탁월한 문학성과 흥행력을 과시하고 있다.

 

그녀의 대표작 해리 오거스트의 열다섯 번째 삶은 세계 최고 권위의 SF 문학상 중 하나인 존 캠벨 상을 수상하고 영국SF협회상과 아서 클라크 상 최종후보에 올랐으며, 호프의 갑작스러운 출현은 세계판타지문학상을 수상했다. 또한 YA 소설 타임키퍼호레이쇼의 기이하고 유별난 모험이 카네기 메달 후보에 오르는 등, 현재 영국에서 가장 촉망받는 젊은 작가 중 한 명으로 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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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