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1505)] 아무도 대령에게 편지하지 않다

[책을 읽읍시다 (1505)] 아무도 대령에게 편지하지 않다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저 | 송병선 역 | 민음사 | 156| 10,000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아무도 대령에게 편지하지 않다는 일흔다섯 살의 한 퇴역 대령과 만성 천식 환자인 그의 아내가 콜롬비아 북부 강변 지방의 한 마을에서 가난과 싸우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가르시아 마르케스는 소설을 쓸 때 대부분 어떤 이미지에서 영감을 받는다고 밝혔는데, 이 작품은 바랑키아 지역의 선착장에서 무언가를 애타게 기다리는 사람을 보았던 기억에 바탕을 둔다.

 

가난한 퇴역 군인인 대령. 그는 매주 낡은 양복을 단정하게 차려 입고 군인 연금 자격 통지서를 기다린다. 대령은 오래전에 일어난 콜롬비아 천일전쟁에서 비민주적이고 탄압적인 보수당 정권에 맞서 자유당 군인으로 싸웠다. 그리고 전쟁이 끝나고 오십육 년이 흐르는 동안, 그는 연금 수급 자격을 알리는 통지서를 받기를 애타게 기대하며 육지로부터 우편선이 도착하는 선착장에 내려가고, 금요일마다 우체국에 가서 편지가 도착하기를 기다린다. 그러나 아무도 그에게 편지하지 않는다.

 

마지막 내전이 끝난 이후 오십육 년 동안 대령은 기다리는 일 이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대령에게 도착하는 몇 안 되는 것들 중 하나가 10월이었다. 그사이, 대령 부부의 희망이었던 재단사 아들 아구스틴은 반정부 활동에 연루되어 아홉 달 전에 투계용 닭 한 마리만 남겨 둔 채 군인에게 죽임을 당했다(“우리는 우리 아들의 고아예요”). 천식으로 고생하는 아내와 쌈닭 외엔 가진 게 없는 대령은 그럼에도 인간적 존엄을 유지하는 삶을 살아가기 위해 분투한다. 대령의 아내는 마을의 탐욕스러운 부자에게 아들이 남긴 닭을 팔아 생계를 유지하자고 하지만, 대령은 아들과 마을 젊은이들의 희망이자 정치적 자존심의 상징인 닭을 팔고 싶지 않다. 그런 어느 날, 그에게 닭을 팔 마지막 기회가 찾아온다. 과연 그는 어떻게 할 것인가.

 

이 작품은 가르시아 마르케스가 1950년대에 지녔던 사회주의 사상을 바탕으로 한 작품으로 20세기 초까지 이어진 콜롬비아 국내의 기나긴 폭력의 역사뿐 아니라 한국전쟁 참전용사의 일화도 담고 있다. 그는 저널리스트 시절, 한 한국전쟁 참전 용사가 먹고살 길이 없어 훈장을 저당 잡힌 이야기를 기사로 쓴 바 있는데, 이 테마는 소설 속 대령이 기다리는 연금 문제로 형상화되었다.

 

아무도 대령에게 편지하지 않다는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다른 많은 작품들(썩은 잎』 『불행한 시간』 『예고된 죽음의 연대기』 『콜레라 시대의 사랑)처럼 장례식으로 시작한다. 처음으로 등장하는 사건인 마을 트럼펫 연주자의 장례식은 이 마을에서 실로 수년 만에 맞은 자연사. 이는 그 이전 오랜 기간 동안 마을 사람들이 정치 폭력으로 인해 죽음을 맞았음을 시사한다. 이 작은 마을에 죽음이 일상화된 것은 콜롬비아의 오랜 군사정권 독재 때문이다. 대령 부부가 겪는 경제적 궁핍도 거기에서 비롯되었으며, 11시의 통행금지, 교회의 영화 상영 금지, 경찰의 불시 단속 등 군사정권이 드리운 어두운 그림자가 소설 곳곳에서 묘사된다.

 

하지만 가르시아 마르케스는 압박을 견디며 살아온 민중의 삶을 묘사하면서 직접적인 투쟁과 폭력성을 끌어들이기보다는 수탉으로 대변되는 마을 전체의 희망과 대령으로 대변되는 순수함을 통해 정치적 테마를 탁월하게 담아낸다. 주인공인 대령은 가난과 고독 속에서도 인간적 품위를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그는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정치적 이상주의가 투영된 사랑스러운 인물이다. 그는 아내와 자신의 입에 들어갈 음식도 없는 상황에서 싸움닭을 돌보며 닭에 자신을 동일시하고 점차 마을 사람들의 정치적 희망의 대변자가 된다.

 

희망이 점차 사라져가던 와중에 투계장에서 자신의 수탉이 의외로 용맹함을 보이자, 대령은 존엄을 되찾을 힘을 얻는다. 그리고 그는 줄곧 현실적인 질문을 던져온 아내에게, 앞으로도 자신이 고통스러운 삶과 계속 대면하며 살아갈 것임을 강력히 주장하게 된다. 우리는 그의 모습을 통해 가난과 고통 속에서도 명예를 지키기 위해 애쓰는 민중의 자존심과 품위를 엿보게 되고, 이는 잊지 못할 감동을 준다.

 

 

작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소개


현실과 환상, 역사와 설화, 객관과 주관이 황당할 정도로 뒤섞여 있지만 이러한 혼돈 속에서도 현실을 보다 날카롭고 깊이있게 드러내는 '마술적 리얼리즘'으로 대중적 인기, 상업적 성공을 함께 거둔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콜롬비아의 카리브해 연안에 있는 아라카타카란 작은 도시에서 태어난 마르케스는 12남매 중 장남이었으며, 태어난 후 8년 간을 외조모부의 집에서 살았다. 1946년에 마르케스는 보고타 근처의 시파키아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콜롬비아 국립대학에서 잠깐 동안 법학을 공부했다. 그 후 1950~1965년까지 콜롬비아, 프랑스, 베네수엘라, 미국, 멕시코 등지에서 언론인으로 일했다. 보고타대학교에서 법학을 공부하고 기자로 유럽에 체재하였다. 그 후 멕시코에서 창작활동을 하였고, 쿠바혁명이 성공한 후, 쿠바로 가서 국영 통신사의 로마·파리·카라카스·아바나·뉴욕 특파원을 지내면서 작품을 썼다.

 

1955, 카리브해에서 10일 간 표류한 콜롬비아인 선원의 고통스런 체험에 대해 기사를 쓰며 그가 콜롬비아 해군을 비판했기 때문에 신문사는 문을 닫게 되었고, 그는 파리에서의 외국 통신원직을 그만두어야 했다. 쿠바 혁명이 끝난 후 그는 쿠바 통신사인 '프렌사라티나'에 들어가 보고타, 뉴욕, 멕시코시티에서 일하는 한편, 광고 회사에도 다니고 영화 대본도 썼다.

 

마르케스가 결정적으로 작가가 되기로 결심한 것은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을 읽고서였다고 한다. 그 소설을 읽고 마르케스는 이런 일들도 현실 속에서 벌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하는 데, 그보다는 개인적인 생각으로 이런 이야기라면 자신이 훨씬 더 많이 알고 있고 잘 쓸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는 법학 공부를 때려치우고 본격적인 작가 수업을 시작한다.

 

당시 그가 좋아했던 작가들은 톨스토이, 도스토예프스키, 플로베르, 스탕달, 발자크와 같은 리얼리즘 작가들이었다. 마르케스의 청년시절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이는 백년동안의 고독에서 '카탈란의 현자'로 묘사되기도 했던 학자 라몬 비녜스였다. 이 문학적 스승이 주재하는 소모임에서 그는 현대적인 작가들을 알게 된다. 그들은 제임스 조이스, 버지니아 울프, 존 스타인 벡, 테어도어 드라이저, 윌리엄 포크너와 같은 영미작가들이었다.

 

마르케스의 주제와 본질적 기교는 그의 성장 배경과 삶의 과정에서 뿌리를 찾을 수 있다. 마르케스는 기괴한 것을 단순하고 명확한 사실주의와 결합시키는 자신의 서술 방식과 지역 신화 및 전설에 대한 특별한 관심을 모두 외할머니 덕분으로 돌린다. 한편 외할아버지는 1890년대 콜롬비아에서 벌어진 내전에 참가했던 인물로서 외손자인 마르케스가 위대한 등장 인물을 창조하는 데 영감을 주었다.

 

그의 대표작이기도 하며 또한 그를 콜롬비아의 세르반테스라고 일컫게 한 백년 동안의 고독은 마콘도라는 가공의 땅을 무대로 하여 부엔디아 일족의 역사를 그린 작품이다. 폭력으로 점철된 20세기 전반기의 콜롬비아의 정치적 환경 속에서 살아온 마르케스는 금세기 최대의 걸작이라고 일컬어지는 이 작품에서 중남미의 정치적·사회적 현실에 대한 풍자를 신화적인 수법으로 나타내고 있으며, 현대의 중남미 사람들은 그들 자신의 혈육들의 모습을 이 작품의 등장인물에서 찾아볼 수 있다고 한다.

 

1981년에는 신고된 사망자 연대기가 라틴아메리카에서만 200만 부 이상 팔렸으며 1982년 라틴아메리카 현대소설의 대표적인 작품으로 평가된 이 백년 동안의 고독으로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1995사랑과 또 다른 악마들에 관하여의 불어판을 파리에서 출간하였다. 1999년 림프암 진단을 받았고, 2014417일 향년 87세로 타계했다.

 

이외의 작품으로는 중·단편소설 낙엽」 「아무도 대령에게 편지하지 않았다」 「마마 그란데의 장례식」 「암흑의 시대등과 장편소설 백년 동안의 고독』 『예고된 죽음 이야기등 다수가 있다.

 

 

<맑은 사회와 밝은 미래를 창조하는 시사타임즈>

<저작권자(c)시사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시사타임즈 홈페이지 = www.timesisa.com>

 



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