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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1510)] 모털 엔진

[책을 읽읍시다 (1510)] 모털 엔진

필립 리브 저/김희정 역 | 부키 | 436| 14,000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반지의 제왕피터 잭슨 감독이 제작과 각본을 맡아 화제가 된 영화 모털 엔진의 원작 소설로 영국의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필립 리브의 견인 도시 연대기’ 4부작의 서막을 여는 작품이다. 지구 종말 이후의 세계를 다룬 이 일급의 SF 어드벤처 소설은 빼어난 성장 소설인 동시에 환경 소설이며 남녀노소가 함께 읽을 수 있는 가족 소설이기도 하다. 작품에 넘쳐나는 거대한 스케일의 상상력 또한 마치 한 편의 영화처럼 생생하고 흥미진진하다. ‘견인 도시라 불리는 움직이는 도시 간의 먹고 먹히는 전쟁과 그 속에서 펼쳐지는 사랑과 복수 그리고 성장담은 SF 어드벤처 특유의 읽는 재미를 선사한다.

 

핵전쟁으로 추정되는 ‘60분 전쟁으로 인해 종말을 맞은 지구. 60분 전쟁은 문명을 파괴하고 지구에 거대한 지질학적 변동을 초래했다. 종말 이후에도 끈질기게 생존한 소수의 인류는 지진, 화산 폭발 등 자연 재해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대안을 모색하던 중 영국의 발명가 니콜라스 쿼크의 도시진화론을 받아들인다. 도시진화론은 자원이 한정된 지구에서 살아남기 위해 인류가 견인 도시’, 즉 거대한 바퀴와 모터에 의지해 움직이는 도시를 만들어 큰 도시가 작은 도시를 잡아먹으며 생존해야 한다는 일종의 약육강식시스템.

 

쿼크의 주장이 힘을 얻으면서 온갖 크기의 견인 도시가 만들어져 서로 쫓고 쫓기며 지구를 배회하게 된다. 오랜 시간이 흘러 지구가 다시 안정된 후에도 견인 도시주의자들은 도시진화론을 맹신하며 이동을 멈추지 않는다. 그러나 인류가 도시진화론대로 살아간다면 심각한 자원 고갈과 자연 파괴로 지구라는 행성이 지속될 수 없다고 믿는 반 견인 도시주의자들은 연맹을 조직해 그들과 대립한다.

 

모털 엔진은 환경 소설이자 폭주하는 자본주의에 대한 풍자를 담은 사회 소설로 평가받기도 한다. 견인 도시는 그 태생적 한계 때문에 결국 사라질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다. 작품의 제목인 모털 엔진또한 언젠가는 반드시 종말을 고할 수밖에 없는 엔진(=도시)’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인류의 최대 과제인 지속가능한 삶의 방식과는 정반대의 시스템인 것이다. 혹자는 견인 도시가 자동차 문명에 대한 은유라고도 말한다. 반면 인류가 도시진화론대로 살아간다면 심각한 자원 고갈과 자연 파괴로 인해 지구라는 행성이 지속될 수 없다고 믿는 반 견인 도시주의자들은 땅에 깊이 뿌리 내리고 살면서 자연친화적 삶을 모색하는 생태주의자들을 연상시킨다.

 

끊임없이 달리고, 다른 도시를 먹어치우고, 에너지를 소비하며 엔진을 가동하지 않으면 유지될 수 없는 견인 도시는 브레이크 없이 질주 중인 현대 자본주의와도 무리 없이 겹쳐진다. 자기 반성이나 근원적인 성찰 없이 계속 가다가는 결국 자멸할 것이 뻔한 광란의 폭주 도시인 셈이다. 또한 산업혁명기 초반 런던의 뒷골목을 연상시키는(말 그대로 아래층에 거주하는) 하층민 런던 시민들의 비참한 삶은 야수와도 같은 자본주의가 생산 체제 중의 하나가 아닌 지고지선의 이데올로기로 변모할 때 인류에게 어떤 불행을 초래하는지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SF는 오락인 동시에 과학의 철학과 윤리를 보여 주는 장르다. 그런 면에서 볼 때 모털 엔진의 주요 등장 인물들이 역사와 기록, 예술과 느린 삶을 사랑하는 인문주의자들과 기술과 속도, 인공미과 효율을 중시하는 기계 만능의 실용주의자들로 구분된다는 점 또한 흥미롭다. 그러나 이 작품의 핵심은 뭐니뭐니 해도 반전’(反戰) 메시지, 즉 공존의 삶을 거부하고 전쟁을 벌이는 인류에 보내는 준엄한 경고이다. 인류 문명을 지켜 내고 인류애를 되살리는 대신, 자기들만의 생존을 위해 폭력으로 타인의 희생을 강제하는 모습은 결국 모두의 공멸을 불러올 뿐이다.

 

 

작가 필립 리브는 이 작품이 데뷔작이라고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을 만큼 간결하면서도 효과적으로 수천 년 후 미래의 모습을 눈앞에 펼쳐 보인다. 런던 시를 추적하는 더 크고 빠른 기갑대도시 판체르슈타트-바이로이트(Panzerstadt-Bayreuth), 비행선들이 들고 나는 거대한 공중 무역항 에어헤이븐(Airhaven), 그리고 죽음에서 되살아나 끝없이 적을 추격하도록 운명 지워진 스토커 슈라이크(Shrike) , 더할 나위 없이 딱 들어맞는 용어나 명칭은 구차한 설명 없이도 정확한 이미지를 전달한다. 도시가 도시를 잡아먹는 상황 묘사 또한 상상력을 자극하며, 주인공들의 쫒고 쫒기는 추격전은 액션 스릴러 영화를 방불케 한다.

 

 

 

작가 필립 리브 소개


영국 판타지 소설계의 대표 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 2001모털 엔진을 출간하면서 곧바로 베스트셀러 작가 반열에 올랐고, 이듬해 이 책으로 네슬레 스마티즈 어워드금상을 수상했으며 영국 최고의 문학상인 휘트브레드 상최종 후보에 올랐다. 이후 그의 소설들은 가디언』 『데일리 텔레그라프』 『더 타임즈등 호평 속에 워너브라더스 등의 메이저 영화사와 피터 잭슨 같은 유명 감독들이 영화 판권을 사들이는 등 출간될 때마다 화제를 모으고 있다. 주요 작품으로 견인 도시 연대기’ 4부작인 모털 엔진』 『사냥꾼의 현상금』 『지옥의 무기』 『황혼 녘의 들판외에 라크라이트』 『아더 왕, 여기 잠들다버스터 베일리스시리즈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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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