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160)] 공격


공격

저자
아멜리 노통브 지음
출판사
열린책들 | 2012-11-3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공격』은 아멜리 노통브만의 독특한 스타일로 재해석한 현대판 노...
가격비교

[책을 읽읍시다 (160)] 공격

아멜리 노통브 저 | 김민정 역 | 열린책들 | 240쪽 | 10,800원




[시사타임즈=박속심] 『공격』은 아멜리 노통브만의 독특한 스타일로 재해석한 현대판 『노트르담의 꼽추』이다. 『E에 맞서』라는 다소 도발적인 헌사로 시작하는 이 두 작품에서 아멜리 노통브는 누구든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는 천상의 얼굴을 한 미녀와 모두가 외면하는 추남, 그리고 그들의 이루어 질 수 없는 사랑이라는 고전적인 테마를 노통브 특유의 매우 감각적이고 현대적인 스타일로 재해석해 내고 있다.


비록 보답 받지는 못했지만 그 숭고한 사랑만으로도 이미 『아름다운』 카지모도, 야수의 겉모습 속에 숨어 있는 순수한 영혼과 진실한 사랑을 알아보고 그를 구원하는, 이름마저 아름다운 벨 아가씨. 수 세기를 거쳐 많은 이들의 심금을 울렸던 이 이야기들에서 야수의 겉모습은 그가 마음에 품은 고귀한 사랑을 돋보이게 하는 장식적인 요소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한번 현실적으로 생각해보자. 죽음으로 끝을 맺지 않았다면 카지모도와 에스메랄다의 사랑이 가능했을까? 저주에서 풀려난 야수가 왕자가 아니라 70세를 훌쩍 넘긴 노인네라면 어떨까?


『공격』의 도입부에 이루어지는 잔인할 정도로 자세한, 에피판의 흉한 겉모습에 대한 묘사는 우리로 하여금 진실된 영혼과 절대미의 결합이라는 문학계의 공리에 대해 진지한 의문을 가지게 한다. 사람들은 이야기 속의 미녀에게 겉모습에 현혹되지 말라고, 그 안에 깃든 사랑과 고귀한 영혼을 보라고 말한다. 하지만 왜 추남들이 미녀의 외적인 아름다움에 마음을 빼앗긴 것에 대해서는 나무라지 않는가?


현실 속 미녀와 야수의 관계는 동화 속의 해피엔딩과는 다르다. 이들 사이에는 보다 복잡하고 난해한 문제들이 자리하고 있다. 결국 『공격』은 그러한 문제를 풀어내려는 야수들의 이야기인 셈이다. 『공격』의 야수 에피판은 자기 사랑의 정당성을 확신하고 있다. 하지만 이 위대한 사랑 이야기의 또 다른 당사자인 미녀 에텔은 그의 논리의 뻔뻔함에 분노한다. 에피판은 자신을 끝까지 거부하는 에텔에 대해, 그를 거부한 세상에게 그러했듯이 『공격』을 가하기로 결심한다.


작가 아멜리 노통브 소개


잔인함과 유머가 탁월하게 어우러진 작품으로 1990년대 프랑스 문학의 독특한 현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잇는 벨기에 출신의 젊은 작가 아멜리 노통브.


25세에 발표한 첫 소설 『살인자의 건강법』으로 천재의 탄생이라는 비평계의 찬사와 19만부 이상의 판매라는 상업적 성공을 거머쥐었다. 이후 발표하는 작품들마다 대성공을 거두며 프랑스 문단에 확고한 입지를 굳힌 그녀는, 『오후 네시』로 파리 프르미에르상을, 『두려움과 떨림』으로 프랑스 학술원 소설 대상을 수상했다. 그 밖에도 알랭 푸르니에상, 샤르돈상, 보카시옹상, 독일 서적상상, 르네팔레상을 수상했고, 『시간의 옷』과 『배고픔의 자서전』은 그해 공쿠르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기상천외한 상상력과 촌철살인적인 대화감각으로 가득한 아멜리 노통의 책들은 지금까지 전세계 31개국 언어로 번역되었다. 자칭 '글쓰기광'인 그녀는 현제 브뤼셀과 파리를 오가며 집필에 전념하고 있다.


지금까지 발표된 노통 소설의 특징적 주제는 인간의 행동양식에 내재하는 수수께끼를 간파하는 것으로 요약된다. 또다른 특징으로 아멜리 노통브의 소설에는 어김없이 ‘적’이라 부를 만한 성가신 타인이 등장한다. 『적의 화장법』에서는 공항 대기실에서 연착된 비행기를 기다리는 사람에게 문득 다가와 말을 걸더니 도무지 놓아주지 않는 성가신 인물이 있다. 자신이 범한 강간과 살인까지 털어놓는 그 인물은 알고 보니 꼼짝없이 얘기를 들을 수밖에 없게 된 바로 자기 자신이다. 『이토록 아름다운 세 살』에서는 물에 빠진 어린아이를 웃으며 지켜보고만 있는 잔인한 보모였고, 혹은 『로베르 인명사전』에서는 발레리나의 꿈을 접게 된 양딸에게 혐오감을 드러내며 박해하는 어머니였다. 이 ‘적’의 존재와 관련하여 작가는 어느 인터뷰에서 그는 열두 살 때 자기 안에 “창조적임과 동시에 파괴적인 엄청난 적”이 탄생했으며, 그에게 글쓰기란 곧 이 “적과의 결투”라고 밝힌 바 있다.


구체적으로 작품을 살펴보면, 『오후 네 시』는 은퇴 후 조용히 여생을 보내기 위해 외딴 지방으로 이사한 에밀과 쥘리에트 부부에게 오후 네 시만 되면 매일같이 찾아와 '네' '아니오'의 대답으로 두시간을 버티는 한 남자가 벌이는 이야기이다. 인간 내면의 모순과 열정을 단순한 구성과 우의적인 대사를 통해 형상화해 작가의 역량을 가감없이 보여주는 이 소설은 단순함과 블랙 코미디, 괴담 등 순차적으로 이어지는 색다른 이미지를 떠올리게 한다.


1999년 아카데미 프랑세즈 소설 대상을 수상해 유럽 문단의 이목을 집중시킨 『두려움과 떨림』은 일본 사회의 경직성을 고발한 작가의 자전적인 소설이다. 일본 회사의 견습 사원이 겪는 엄격한 명령 체계, 주종에 가까운 복종 관계, 비효율적인 정차와 형식 등이 풍자적인 시선으로 묘사되고 있다.


이 외의 작품으로 『사랑의 파괴』『시간의 옷』『살인자의 건강법』『이토록 아름다운 세 살』『앙테크리스타』『불쏘시개』『머큐리』『공격』『배고픔의 자서전』『아담도 이브도 없는』『제비 일기』『왕자의 특권』 『겨울여행』등이 있다.


박속심 기자(sisatime@hanmail.net)



<맑은 사회와 밝은 미래를 창조하는 시사종합지 - 시사타임즈>

<저작권자(c)시사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시사타임즈 홈페이지 = www.timesis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