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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161)] 더블린 사람들

[책을 읽읍시다 (161)] 더블린 사람들

제임스 조이스 저 | 이종일 역 | 민음사 | 360쪽 | 12,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20세기 현대 문학의 선구적 작가 제임스 조이스의 단편집 『더블린 사람들』은 1900년대 초 더블린을 배경으로 타락한 아일랜드 사회의 모습과 온갖 인물들의 엇나간 욕망을 세밀하게 그려 낸 작품이다. 총 열다섯 편의 단편 소설들을 통해 다양한 주제와 소재, 기법을 펼치면서도 각 단편이 한데 모여 도시 더블린의 큰 그림이 완성되도록 정밀한 구성을 보여 준다.

 

타락하고 마비된 도시 더블린의 이야기들

 

짝사랑하는 이웃 소녀에게 줄 선물을 사기 위해 밤거리로 나서는 소년, 가난에 찌든 생활에서 벗어나 먼 곳으로 떠나려는 여인, 런던에서 출세한 친구를 부러워하면서도 경멸하는 남자, 우아한 겉모습 뒤에 숨겨 온 속물근성을 드러내는 부인, 하느님과 함께 돈을 섬기라고 설교하는 신부…….

 

단편 소설 열다섯 편으로 이루어진 『더블린 사람들』은 더블린에서 살아가는 온갖 인물들의 욕망과 위선 그리고 환멸을 다양한 관점에서 그려 낸다. 조이스는 『더블린 사람들』을 통해 아일랜드 “도덕사의 한 장(章)”을 쓰려 했으며 더블린이야말로 도덕적 “마비의 중심지”라고 언급한 바 있다. 조이스에게 더블린은 타락과 마비의 대명사였던 것이다. 첫 번째 단편 「자매」에서 서술자인 소년이 죽어 가는 신부에 대해 생각하는 다음 대목은 타락과 마비의 기운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

 

‘성직매매’나 ‘어떤 죄 많은 못된 존재’ 같은 표현들은 신부의 죄와 타락을 강하게 암시할 뿐만 아니라, 신부라는 한 개인의 차원을 넘어 당시 더블린 사회 전반을 뒤덮고 있던 부조리하고 갑갑한 현실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수백 년간 이어진 영국 식민 통치, 부패한 정치, 가난, 폐쇄적인 민족주의, 타락한 보수 가톨릭교회 등 20세기 초 아일랜드의 어두운 사회상, 그리고 더블린에서 살아가는 온갖 인간들의 비루한 일상과 엇나간 욕망이 조이스의 세밀한 관찰과 묘사를 통해 눈앞에 생생하게 펼쳐진다. 무엇보다도 『더블린 사람들』은 타락하고 마비된 도시 더블린에 대한 조이스의 애증이 잘 표현된, 오직 ‘더블린을 위한’ 작품인 것이다.

 

정밀하고 사실적인 묘사 속에 함축된 삶의 진실

 

조이스는 타락한 더블린 사회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그림으로써 아일랜드의 ‘정신적 해방을 향한 첫걸음’을 내딛고자 『더블린 사람들』을 구상했다고 밝혔다. 답답하고 암울한 현실을 미화하지 않고 똑바로 바라보겠다는 작가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조이스는 더블린의 온갖 풍경과 건물 그리고 거리를 실제와 마찬가지로 폭넓고 꼼꼼하게 묘사할 뿐만 아니라 단편들을 수록 순서에 따라 각각 ‘유년기’, ‘청년기’, ‘성년기’, ‘공공 생활’의 네 단계로 나누어 구성함으로써 더블린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최대한 폭넓게 재현한다.

 

각기 다른 주제와 소재, 그리고 다양한 문체와 기법을 보여 주는 단편들이 유기적으로 엮여, 마지막에는 20세기 초 더블린의 풍경 전체가 한눈에 들어오는 것이다. 조이스는 외부 세계를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인간 내면 심리 또한 집중적으로 탐구한다.

 

조이스는 냉엄하고 초라한 현실에 부딪혀 좌절하고 환멸을 느끼는 소년의 내면 의식을 들여다보면서 삶의 본질적 차원을 상징적이고 강렬하게 표현해 낸다. 『더블린 사람들』이 단순히 한 시대와 장소를 그린 역사 기록물에 그치지 않고 시간을 넘어 살아 움직이는 문학 작품으로서 오래도록 사랑받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20세기 소설의 선구적 작가 조이스의 문학적 출발점이자 정수

 

『더블린 사람들』은 『젊은 예술가의 초상』이나 『율리시스』 같은 조이스의 다른 소설들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작품으로서 예술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갖춘 몇 안 되는 단편집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이 단편집에서 다뤄지는 주제와 소재들은 이후 발표된 조이스의 작품들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변주되며 반복된다. 더블린은 조이스 문학의 창작 원천이자 정신적 토대라 할 수 있는 것이다. 고향 더블린에 대한 애증을 치열한 성찰과 탐구를 통해 예술로 승화시킨 『더블린 사람들』은 이후 펼쳐질 방대한 조이스 문학 세계의 시작이자 그 정수를 담은 기념비적 작품이다.

 

작가 제임스 조이스 소개

 

『젊은 예술가의 초상』, 『율리시스』 등으로 20세기 문학에 변혁을 일으킨 모더니즘의 선구적 작가다. 1882년 2월2일에 아일랜드의 수도 더블린에서 10남매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그의 집안은 어린 시절에는 비교적 유복했으나 사춘기에 들어서서는 경제적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하지만 그는 가톨릭 예수회에서 운영하는 학교들을 거쳐 마침내 더블린에 있는 유니버시티 칼리지에 입학하여, 그곳에서 작가로서의 특출한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1902년에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의학을 공부하기 위해 프랑스 파리로 건너갔다. 그러나 곧 의학 공부를 포기한 뒤 시와 산문에 관심을 갖고 자신의 '미학적 체계'를 구축하면서 문필가로서의 길을 걷게 된다. 1903년 4월에 어머니의 병세가 위중하다는 전보를 받고 더블린으로 귀국하여 문학 경력을 착실히 쌓아갔다.

 

1904년 여름에 골웨이 출신의 노라 바나클이라는 처녀를 만나 사랑에 빠졌고, 영어를 가르칠 계획으로 함께 대륙으로 건너갔다. 젊은 부부는 유고슬라비아의 폴라(오늘날의 크로아티아)에서 몇 달간 체류한 뒤, 1905년에 북부 이탈리아의 트리에스테로 이주했다. 그들은 로마에서의 7개월의 생활과 세 차례의 더블린 여행을 빼고는 1915년 6월까지 그곳에서 계속 살았다. 그들 슬하에는 아들 조지오와 딸 루시아 안나가 있었다.

 

그가 쓴 최초의 책이라 할 수 있는 시집 『실내악』이 1907년에 런던에서 출판되었고, 첫 소설집 『더블린 사람들』이 1914년에 출판되었다. 『더블린 사람들』은 아일랜드의 수도 더블린에 대한 사실주의자의 연구서로서, 더블린의 삶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재현함으로써 숨겨진 진리를 효과적으로 드러낸 뛰어난 작품이다.

 

이탈리아가 제1차 세계대전에 개입하게 되자 조이스는 스위스의 취리히로 건너가서 1919년까지 머물렀다. 이 기간 동안에 그는 『젊은 예술가의 초상』(1916)과 희곡 작품인 『망명자들』(1918)을 출판했다.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잠시 트리에스테로 돌아온 조이스는 1914년부터 착수한 『율리시즈』의 출판을 위해 파리로 이사했다. 1922년 그의 생일에 파리에서 이 책이 출판되자 그에게 세계적인 명성을 안겨 주었다. 그해에 시작된 『피네간의 경야』는 녹내장으로 인한 그의 시력의 악화와 딸의 정신분열증으로 인한 시련에도 불구하고 마침내 완성되어 1939년에 출판되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프랑스를 거쳐 1940년 12월에 취리히로 다시 돌아갔다. 그는 이곳으로 돌아온 지 6주 뒤인 1941년 1월 13일 58세의 나이로 사망하여 플룬테른 묘지에 안장되었다.

 

박속심 기자(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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