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읍시다 (162)] 돈키호테
미겔 데 세르반테스 저 |박철 역 | 시공사 | 732쪽 | 16,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이상주의적 인물 돈키호테와 현실주의적 인물 산초 판사를 통해 이상과 현실의 간극에서 고뇌하는 인간의 내면을 가장 냉철하고 심도 있게 묘사한 『돈키호테』. 21세기 먼 타국에서조차 고유명사처럼 쓰이고 있는 돈키호테는 독자들 나름대로의 잣대로 인해 현실감각 없는 인물로 인용되기도 한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면서 주위의 시선과 반복되는 실패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이상을 향해 뜻을 굽히지 않고 다가서는 인물로 재탄생되고 있다. 이 책을 통해 불멸의 캐릭터인 돈키호테뿐 아니라 소설 『돈키호테』의 진가가 국내에서 재평가될 수 있을 것이다. 시공사의 『돈키호테』는 1편과 2편 중 1편만을 다루고 있는 완역본이다.
시공을 뛰어넘는 고전문학의 힘
지금 유럽에서는 ‘고전 다시 읽기’ 붐이 일고 있다고 한다. 프랑스에서는 작가 사망 100주기를 맞아 쥘 베른의 작품들이 원전에 충실하게 재출간되고 있다. 또 이탈리아에서는 현대적 문체로 풀어쓴 『일리아드』가 베스트셀러가 됐다.
이렇듯 길게는 출간 후 수천 년, 짧게는 1백여 년이 지난 문학작품들이 시공을 뛰어넘어 오늘날 다시 조명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근본적이면서 중요한 이유는 고전문학이 세월이 흐르고 환경이 달라져도 바뀌지 않는 인간의 보편성을 담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러 시대, 여러 공간의 사람들에게 읽혀지면서 공통적으로 ‘읽을 만한’ 가치가 있는 것으로 선택된 것들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고전 중에서도 세기를 달리하며 많은 작가들에게 끊임없이 영향을 끼치고, 문학작품, 연극, 오페라, 발레 등 다양한 매체의 예술가들에게 탁월한 영감의 원천이 되어온 ‘고전 중의 고전’이 있다. 그 대표적인 작품이 바로 미겔 데 세르반테스의『돈키호테』이다.
고유명사가 된 문학작품 속 살아 있는 캐릭터
세르반테스는 당시 스페인에서 유행하던 통속적인 기사소설을 응징하기 위해 『돈키호테』를 썼다. 반종교개혁운동과 합스부르크 절대왕조의 통치하에 있던 스페인에서는 자유롭게 작품을 쓸 수 없었기 때문에 그는 기사소설이라는 틀 속에 돈키호테의 광기를 이용하는 형태로 교묘하게 당시 사회를 비판하면서 유토피아를 꿈꾸었다. 종교와 연애의 자유, 계층간의 평등, 정의로운 재판 등을 꿈꾸었던 세르반테스는 이를 달성하기 위해 『돈키호테』를 통해 끊임없는 모험을 감행한다.
『돈키호테』는 17세기 출간 당시부터 독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았는데, 당시는 유쾌한 돈키호테와 산초 판사의 캐릭터와 흥미로운 스토리라인이 주효했다. 그 후 18세기에는 그 진가가 인정되면서 언어예술의 본보기로 꼽히게 됐다. 19세기 낭만주의시대가 되자 『돈키호테』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불붙기 시작했다. 철학자, 역사가, 사상가, 비평가, 그리고 정치가 등이 이 소설의 복합적인 메시지를 탐구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거듭하면서 돈키호테와 산초 판사는 인간의 내면에 공존하는 이상주의와 현실주의의 화신으로 묘사됐다.
작가 미겔 데 세르반테스 소개
스페인이 낳은 가장 위대한 소설가·극작가이자 시인이라 불린다. 1547년 스페인의 가난한 외과의사의 아들로 태어나 정규 교육을 거의 받은 적이 없으나, 천부적인 재능으로 세계가 기억하는 불후의 명작들을 남겼다. 1568년 마드리드에서 로페스 데 오요스의 사숙(私塾)에서 잠시 공부한 것 외에는 학교교육을 거의 받은 적이 없다.
이듬해 이탈리아에서 아크콰비바 추기경을 섬기고, 이어서 이탈리아 주재 에스파냐 군대에 입대하여 1571년 역사상 유명한 레판토 해전에 참가, 가슴에 두 군데, 왼손엔 평생 사용 불능의 상처를 입었다. 레판토 해전에 참가한 후 이탈리아 각지를 돌아다니면서 르네상스 말기의 문화에 심취했다. 1575년 에스파냐 해군 총사령관이며 왕제(王弟)인 돈 후안의 표창장을 받고 에스파냐로 귀국하던 도중, 당시 지중해에 횡행하던 해적들에게 습격을 당해 1580년까지 5년간 알제리에서 노예생활을 했다.
1584년 18년 연하인 카타리나라는 부유한 농가의 딸과 결혼했다. 1585년 처녀작 『라 갈라테아』를 출판했다. 이후 1587년까지 20∼30편의 희곡을 쓴 것으로 전해진다. 1605년 출간한 『돈키호테』 1편으로 세계적인 작가의 대열에 들어섰다.
불후의 명작 『돈키호테』는 이상주의적 인물 돈키호테와 현실주의적 인물 산초를 통해 이상과 현실의 간극에서 고뇌하는 인간의 내면을 냉철하고 심도 있게 묘사하고 있다. 『돈 키호테』의 정식명칭은 『재치 발랄한 향사(鄕士) 돈 키호테 데 라 만차 El Ingenioso Hidalgo Don Quixote de la Mancha』로, 작가 자신이 “유행하고 있는 기사(騎士)이야기의 인기를 타도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힌 바와 같이, 당시 에스파냐에서 유행한 기사 이야기의 패러디에서 출발됐다.
그 이후 『돈키호테』 2편, 『모범소설집』(1613), 『파르나소에의 여행』(1614), 『여덟 편의 희극과 여덟 편의 막간극』(1615)을 출간했다. 만년에는 종교적인 결사에 가담하고, 1611년 프란시스코 데 실바가 창립한 아카데미아 셀바헤라는 작가 단체에 가입했다. 셰익스피어와 같은 날인 1616년 4월 23일, 마드리드에서 사망했다.
박속심 기자(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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