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읍시다 (1633)] 검은 개
이언 매큐언 저 | 권상미 역 | 문학동네 | 248쪽 | 13,5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검은 개』는 한때는 정치적 신념과 깊은 애정으로 이어진 사이였지만 평생 다른 길을 걸었던 부부의 이야기를 회고록 형식으로 그린 작품이다. 냉전기 베를린을 배경으로 한 스파이 드라마 『이노센트』와 더불어 이 시기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검은 개』는 선과 악, 사랑과 증오, 과학적 사고와 영적 통찰, 전쟁의 후유증이 가시지 않은 현대의 시대정신을 숙고하며 ‘사랑과 신념, 역사에 대한 산문시적 고찰’(뉴욕 타임스)이자 ‘이언 매큐언의 특징이 고스란히 드러난 동시에 새로운 경지에 도달한 작품’(엔터테인먼트 위클리)이라는 극찬을 받았고, 출간된 해 작가 인생 두번째로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어릴 때 사고로 고아가 된 후 줄곧 다른 사람들의 부모에게 집착해온 제러미는 장인과 장모인 버나드와 준 트리메인 부부에게 강렬하게 매료된다. 냉철한 이성주의자와 종교적 은둔자인 두 사람은 어째서 평생 반목하면서 완전히 결별하지도 못한 채 기이한 결혼생활을 계속하게 되었을까. 두 사람의 삶을 회고록에 담아내기로 결심한 제러미는 준이 입원한 교외 요양원에서, 장벽 붕괴 소식에 흥분한 버나드와 동행한 베를린에서 그들 각자에게 이야기를 듣는다.
1944년 런던에서 처음 만나 전쟁이 끝나고 결혼한 버나드와 준은 공산주의 이념으로 세상을 바꾸겠다는 꿈과 새로운 생활에 대한 기대에 부풀어 있다. 하지만 신혼여행 직후 각각 “합리주의자와 신비주의자, 인민위원과 요기, 활동가와 기권자, 과학자와 직관론자이며 한 쌍의 양극단”이 되어 서로 다른 길을 걷는다.
산간벽지에 틀어박혀 속세와 단절된 채 영적인 탐구에 몰두하는 준과 달리 버나드는 소련의 헝가리 침공을 계기로 공산당을 떠나면서도 냉철한 이성과 완벽한 사회질서에 대한 믿음을 굽히지 않은 채 현실정치에 적극적으로 관여한다. 준은 버나드의 가난한 영혼과 맹목적인 합리주의에, 사회개혁으로 인류를 구원할 수 있다는 오만한 고집에 염증을 느끼고 버나드는 사회적 책무를 저버린 준의 배신과 뭐든 잘 믿는 듯한 성향을 못 견뎌한다. 그러면서도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한 집착을 놓지 못한 채 별거를 계속해나간다.
하나의 경험을 다르게 기억하거나 정반대로 해석하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며 제러미는 일생에 걸친 불화의 시작에 신혼여행에서 일어난 사건이 있었음을 깨닫는다. 프랑스 남부의 인적 없는 산길에서 두 마리 검은 개의 형태로 나타난 악과 조우한 후 신의 존재를 인지하고 초월적인 세계에 눈을 떴다는 준, 그것은 굶주린 들개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고 코웃음치는 버나드. 이후 두 사람의 운명을 결정지은 사건의 진상은 무엇인가. 또 이 검은 개는 무엇을 상징하는가.
작가 이언 매큐언 소개
동시대 최고의 작가 중 한 명으로 손꼽히는 이언 매큐언은 1948년 영국 서리 지방 알더샷에서 태어났고, 군인이었던 아버지를 따라 싱가포르, 독일 북아프리카 등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자랐다. 1970년 서섹스 대학교 문학부를 졸업한 후, 이스트 앵글리아 대학에서 문학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소설가 말콤 브레드베리의 지도하에 소설창작을 공부했다. 1975년 소설집 『첫사랑, 마지막 의식』으로 문단에 데뷔했고, 같은 책으로 서머싯 몸 상을 수상했다.
이후 1987년 『차일드 인 타임』으로 휘트브레드 상, 1998년 『암스테르담 』으로 부커 상, 2002년 『속죄』로 W. H. 스미스 문학상, 영국 작가협회 상,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상, 산티아고 상 등을 수상했다. 1998년 부커상을 받은 이후로는 인간의 내면과 인생을 진지하고 깊게 고찰하는 작품들을 쓰기 시작했다. 영화화되어 골든글로브 작품상을 수상한 『속죄(개봉 제목: 어톤먼트)』 등 여러 작품이 영화로 만들어져 호평을 받았고, 『첫사랑, 마지막 의식』 단편 중에서도 3편이나 영화화됐다.
[따라하기 놀이] [농부의 점심식사] [새콤달콤] [착한 아들] [결백한 자] 등 여러 편의 영화 시나리오를 쓰기도 했다. 1998년에는 『암스테르담』으로 부커 상을 수상했다. 여성학자인 페니 알렌과 결혼하여 아들 하나를 두었지만 이혼하고, 1997년 기자인 아날레나 매카피와 재혼하여 지금은 런던에 살고 있다. 2000년 영국 왕실로부터 커맨더 작위를 받은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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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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