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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1634)] 바다행

[책을 읽읍시다 (1634)] 바다행

이진준 저 | 문학과지성사 | 171| 11,000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몇 년 전 어느 겨울밤, 작가는 밤 12시가 넘은 시간에 가출한 학생을 찾아 나선 한 선생님을 따라 파출소에 동행하게 된다. 살을 에는 듯한 추운 계절에, 더욱이 그 늦은 시간에 학생은 왜 집을 나오게 되었을까? 아니, 왜 집을 떠나야만 했을까?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된 이진준의 장편소설 바다행은 이와 같은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편의점에서 빵을 훔치는 세명을 우연히 본 소미는 아이를 불러 세워 절반을 빼앗아 먹지만, 이내 가지고 있는 김밥을 선뜻 내어주며 집으로 가라고 채근한다. 세명은 그런 소미를 따라나서고, 둘은 어느 병원 지하실로 내려가 쌓아놓은 종이박스 안에서 지친 몸을 누인다. 그렇게 세명과 소미는 거리에서 만난다. 말은 거칠게 하지만 속마음은 따뜻한 소미를 따라 세명은 거리 곳곳을 누비며 폭력을 휘두른 아빠를 생각하지만, 혼자가 아니기에 즐거운 마음이 더 크다. 게다가 소미에게는 자신의 꿈 이야기도 들려줄 수 있다.

 

세명의 꿈은 초콜릿 공장 사장이 되어 가난한 아이들에게 초콜릿을 실컷 나누어주는 것이다. 소미 역시 붙임성 있고 밝은 성격의 세명이 싫지 않다. 거리에서 노숙을 한 지 꽤 된 소미는 그동안 험한 꼴을 여러 번 당할 뻔했고, 그날도 세명이 아니었다면 낯선 남자에게 끌려갈 뻔했다. 두 아이는 친 오누이처럼 서로를 보듬으며 거리 생활을 시작한다.

 

도시는 집을 떠난 아이들이 살아가기에는 모질고 험하다. 잠잘 곳도, 먹을 것도 없는 아이들은 장례식장에서 밥을 얻어먹기도 하고 버려진 차에 들어가 잠을 자기도 하며 온갖 고생을 다 하지만, 두 아이를 가장 괴롭히는 것은 부모로부터 방치되고 버려진상실감에서 비롯된 마음의 상처다.

 

술만 마시면 폭력을 휘두르며 모진 말을 늘어놓는 아빠를 증오하는 세명, 엄마가 죽기 전에는 더없이 자상했지만 새엄마를 만나면서 변해버린 아빠가 원망스러운 소미. 부모로부터 받은 상처는 거리의 아이들에게는 배고픔이나 노숙의 고통보다 더한 마음의 고통을 안겨주었고, 그 고통에 대해 이제껏 제대로 표현하지도 위로받지도 못했다.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기 상처에 대해 이야기하고 분노하고 슬퍼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거리에서 만난 세명과 소미는 서로에게 자기 상처에 대해 고백하고, 그 상처를 서로 보듬으며 위로를 건넨다. 어른에게 받은 상처를 아이들은 서로 의지하며 치유해나가는 것이다. 소미와 세명은 그래서 더 이상 외롭지 않다. 그리고 용기를 내어 세상의 끝을 향해 힘차게 페달을 굴린다. 바다를 향해.

 

작가는 두 아이의 시선을 따라가며 좋은 어른들도 만나게 한다. 배고픔이 극에 달했을 때 장례식장에서 만나 아침을 먹여준 아주머니, 참으로 싸온 국수를 말아 주는 시골 어른들, 그리고 폐가에서 잠을 잔 아이들을 발견해 집 밥을 먹여주고 고추도 따게 하고 용돈도 주고, 마치 외할머니 댁에 놀러온 것마냥 편안한 시간을 보내게 해준 할머니 등이 그러하다. 이처럼 소미와 세명의 여행길에는 거칠고 인정 없는 어른들도 숱하게 많지만, 그들의 여정에 실낱같은 휴식을 제공한 어른들도 함께하고 있었다.

 

소미는 시골 마을에서 혼자 적적하게 자식들을 기다리며 살아가고 있는 할머니를 통해 자신에게 유일하게 남아 있는 따스한 희망, 외할머니를 떠올리게 된다. 작가는 마치 이야기를 통해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아이들에게는 따스한 마음으로 그들을 품어주는 친구 같은 어른이 필요하다고. 하지만 아이들의 여정은 여전히 싸늘한 겨울이다.

 

2019년 현재 한 해 3만 명가량의 청소년들이 가출을 하고 있다. 그 많은 아이들은 대체 왜 집을 뛰쳐나오는 것일까, 집을 나와 어디로 가는 것일까. 소설 바다행은 이렇듯 우리 주변에서 결코 드물지 않은 청소년 가출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루고 있는 작품이다.

 

작가 이진준은 집을 나오는 아이들의 마음을 헤아리고자 이 작품을 통해 그들과 함께 여행을 떠난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새엄마의 무관심과 의붓오빠의 의심스러운 시선을 피해 집을 뛰쳐나온 신소미, 술만 마시면 폭력을 휘두르는 아빠 때문에 엄마는 집을 나가버리고 새엄마의 따뜻한 사랑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하는 김세명.

 

작가는 소미와 세명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생각하고 이야기하려고두 아이를 따라 거리로 나섰고, 오늘도 집을 뛰쳐나와야만 하는 아이들의 현실을 담아내기 위해 몇 년에 걸쳐 글을 쓰고 또 고쳤다. 그 과정은 행복한 동시에 안타까웠다. 너무나 많은 아이들이 어른들의 무관심과 폭력으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현실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작가 이진준 소개

 

경북 경주에서 태어나 동국대학교 영문학과와 같은 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서울대학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2018년 한국예총에서 발행하는 예술세계신인상(소설 부문)에 당선되어 창작 활동을 시작했다. 현재 예술세계편집위원이며, 인하대학교 초빙교수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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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