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읍시다 (1662)] 폴리스
요 네스뵈 저 | 문희경 역 | 비채 | 680쪽 | 16,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오슬로 국립병원의 폐쇄된 병동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경찰들의 밤샘 경호를 받으며 한 ‘환자’가 누워 있다. 깨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혼수상태의 환자. 그리고 환자가 영원히 눈 뜨지 않기를 바라는 사람들. 한편 오슬로 외곽의 숲에서 퇴직한 경찰이 살해당한다. 시신은 머리의 형체를 알아볼 수조차 없고 살해 현장은 공교롭게도 십 년 전 같은 날짜에 그가 수사하던 곳이다. 이른바 ‘경찰 킬러’ 연쇄살인의 시작이었다. 장례식장에서 만난 군나르 하겐과 베아테, 카트리네 브라트, 비에른 홀름은 오직 한 사람만이 이 사건을 해결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폴리스』는 선택에 대한 소설이다.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를 읽은 사람이라면 특히 제9권 『팬텀』을 읽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비슷한 의문을 품을 것이다. ‘왜 해리는 늘 잃는 사람일까?’ 그러나 『폴리스』에서 작가는 선택의 순간을 여러 번 제시함으로써 상실이야말로 해리의 운명이지만 동시에 해리의 선택이기도 했음을 보여준다. 해리는 분명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다치고 피 흘리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으면서도 늘 사건을 ‘해결했다.’ 해리가 영원히 경찰일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폴리스』는 제목 그대로 경찰에 대한 소설이기도 하다. 200페이지가 넘어가도록 해리의 행방은 묘연하기만 하다. 대신 경찰들의 다양한 삶이 그 자리를 채운다. 경찰대학에 다니며 강력반 형사를 꿈꾸는 훈련생, 한 번의 실수로 출세길이 막혀버린 왕년의 형사, 출세를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엘리트, 증거물과 밤낮 씨름하며 살았지만, 정작 가족을 잃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과학수사관….
초반부의 주인공은 경찰 그 자체라 보아도 좋을 정도다. 해리가 ‘전설로 기억되는’ 훌륭한 형사였으며 그의 삶이 다른 경찰보다 더 드라마틱하긴 했지만, 한 가지 명제에서는 그 또한 다른 경찰과 같았다. 행복한 경찰 같은 건 어디에도 없다는 것. 『폴리스』에서 해리는 또다시 막다른 골목에 선다. 장장 열 권을 이어온 이 거대한 이야기가 막을 내릴지, 혹은 생각지도 못한 전환점을 맞이할지… 모든 것은 해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
작가 요 네스뵈 속개
북유럽 스릴러의 자존심, 제2의 스티그 라르손, 북유럽의 제프리 디버, 마이클 코넬리, 할런 코벤 등 화려한 별칭을 달고 다니는 요 네스뵈는 현재 유럽에서 가장 인기 있고 잘나가는 스릴러 작가다. 그의 소설들은 고향인 노르웨이에서만 150만 부 이상 팔려나갔다. 에드거 상 최종후보에도 오른 바 있는 네스뵈의 책들은 전 세계 40개 이상의 언어로 소개되어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 오슬로 출생인 그는 전 세계적으로 5백만 부 이상 팔려나간 해리 홀 시리즈로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다.
현재 노르웨이의 록 밴드 ‘디 데레(Di Derre)’에서 보컬을 맡고 있는 특이한 전력의 요 네스뵈는 음악에 대한 대단한 열정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디 데레에서 보컬로 활동하며 노르웨이 최다 음반 판매를 기록하기도 한 그는 해리 홀 시리즈를 비롯해, 쓰는 작품마다 평단의 호평과 대중적인 성공을 함께 이끌어 내며 다재다능한 작가로서의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190센티미터가 넘는 키에 민첩하고 깡마른 몸. 수사에 있어서는 천재적이지만 권위주의 따위는 가볍게 무시해버리는 반항적 언행으로 종종 상관들의 골칫거리가 되는 해리 홀레 반장은 악과 싸우다 악에 물든 매력적인 반영웅 캐릭터이다. 해리 홀레가 등장하는 소설은 지금까지 총 9권이 발표되었고, 모두 발표와 동시에 베스트셀러에 랭크되며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또한 유럽 각국의 서점가에서 '다시없을 최고의 소설' '올해의 소설'로 거의 매년 선정되면서 북유럽문학 붐의 선두에 섰으며 핀란드와 덴마크 등지에서 최우수 외국문학상을 수상했다.
대거상과 임팩 더블린 문학상, 에드거상 등 세계적인 문학상에도 다수 노미네이트되었다. 『스노우맨』은 그중 일곱 번째로, 유럽을 시작으로 미국과 영국에서 베스트셀러 최상위권을 차지하면서 네스뵈를 세계적인 작가의 반열에 당당히 세워준 작품이다. 특히 외국 작가들의 작품을 잘 읽지 않는 보수적인 영국 서점가에서 무려 석 달 연속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라 화제가 되었다. 노르웨이 베스트셀러 차트 10위권 중 7권이 '해리 홀레 시리즈'로 채워지면서 『스노우맨』을 필두로 1,2,3위를 동시 석권한 일 또한 유명하다. 할리우드의 거장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의욕적으로 영화화에 돌입하면서 『스노우맨』 열풍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것 같은 작가 요 네스뵈는 그러나 뮤지션으로도 매우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실제로 그는 노르웨이의 록밴드 디 데레의 보컬이자 작곡가이며 지금도 해마다 100회 이상의 공연을 소화한다. 또한 저널리스트로서의 활동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노르웨이 폭탄 테러 사건 이후 네스뵈는 복지국가로서 노르웨이의 모습을 회고하는 글을 [뉴욕타임스]에 기고해 비극의 본질을 날카롭게 분석했다. 뿐만 아니라 아동문학에도 깊은 관심을 갖고 제3세계 어린이들을 위한 독서와 글쓰기 재단을 창립, 자선활동에 힘쓰고 있으며 괴짜 발명가 프록터 박사의 기상천외한 발명 대소동을 그린 동화 『우주비행 방귀가루』로 어린이 독자들까지 사로잡았다.
업계 최고 인재 중에서도 최고만을 상대하는 한 헤드헌터의 이중생활을 묘사한 『헤드헌터』는 2008년 노르웨이 올해의 책에 선정된 작품으로 최근 영화로 제작되었다. 다방면에 뛰어난 재능을 보이는 그는, 『헤드헌터』의 수익금으로 제3세계 어린이들을 위한 독서와 글쓰기 재단을 창립하는 등 자선활동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며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고 있다. 그 외 저서로는 『네메시스』, 『박쥐』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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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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