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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1692)] 이제야 언니에게

[책을 읽읍시다 (1692)] 이제야 언니에게

최진영 저 | 창비 | 252| 14,000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비가 내리던 2008714, 제야는 학교 수업을 마치고 이어폰으로 노래를 들으며 동생 제니와 사촌동생 승호와의 아지트인 버려진 컨테이너로 향한다. 제니와 승호가 오기를 기다리던 제야는 뜻밖에도 같은 동네에 살면서 늘 다정하고 친절하게 굴던 당숙을 맞닥뜨리고 당숙은 거기서 돌변하여 제야를 성폭행한다. 그날 이후 당숙이 자신이나 제니에게 또다시 같은 일을 저지를지 모른다는 생각에 제야는 산부인과와 경찰서를 홀로 찾아가며 침착하게 대응하지만, 부모를 비롯한 일가친척들의 소극적인 태도와 전염병에 걸린 듯 취급하는 친구들의 냉소적인 행동으로 인해 결국 버려지듯이 멀리서 혼자 사는 이모와 함께 지내게 된다.

 

제야가 직접 발화하는 일기 형식과 삼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번갈아 서술되는 이제야 언니에게는 제야의 시간을 3부로 나누어 진행한다. 1부에서는 제니와 승호와 집 옥상에 올라 밤하늘의 카시오페이아 성좌를 구경하며 개똥벌레를 부르던 조용하고 평범하던 제야의 유년을, 2부에서는 어떻게든 제야를 감싸 안으려는 이모와 함께 살며 부딪히고 넘어지는 제야의 모습을, 3부에서는 검정고시에 합격한 후 대학에 진학했지만, 과거로부터 계속되는 고통과, 미래를 생각할수록 극심해지는 두려움 속에서 자신의 현재를 찾아나가는 제야를 보여준다.

 

독자가 제야의 인생을 제야와 같은 시선으로 목격하게 하는 최진영의 이러한 방식은 일기장을 보여주듯 인물의 세밀한 내면을 독자와 공유하고 나아가 제야의 이야기를 모두의 이야기로 확대함으로써 우리가 자각하지 못한 채 누군가에게 행하거나 방관하고 있는 일상의 폭력을 대면하게 한다.

 

이제야 언니에게는 쉽게 볼 수 없었던 1980~90년대 학창시절을 겪었던 보편적인 여성의 유년서사와 더불어 남성에 의한 폭력에서 살아남은 피해생존자 여성의 언어를 날것으로 문학의 자장 안으로 옮겨왔다. 이러한 성취는 문학이 과거의 야만을 고백하는 일을 넘어서 현재 20~30대를 살아가는 여성들에게 여전히 존재하는 내면의 불안과 분노를 밀도 있게 증언하는 일이기도 하다.

 

이 소설을 읽으며 누군가는 불편해할 것이며 누군가는 슬프도록 공감할 것이고 또 누군가는 두려울 것이다. 삶을 계속 살아나가야 하는 여성이자 피해생존자의 언어를 생생하게 옮겨오는 동안, 그 고통들을 자신의 것으로 감당했을 최진영의 끈기는 작가와 문학이 지금을 사는 우리에게 던지는 가장 용기 있는 질문이자 위로 그 자체이다.

 

 

작가 최진영 소개

 

박범신, 공지영, 황현산 등 심사위원들의 만장일치로 제15회 한겨레문학상에 당선된 작가. 1981년 눈이 많이 내리던 날 태어났다. 유년기에 이사를 자주 다녀서 어딜 가도 내 집, 내 고향 같다. 소설가가 되겠다고 생각한 적은 없지만 소설은 쓰고 싶었다. 낮엔 일하고 밤엔 글 쓰다가 2006[실천문학]으로 등단했다.

 

등단 2년 후부터 낮엔 글 쓰고 밤엔 푹 잤다. 다음 생엔 적은 돈으로도 우주여행이 가능한 시대 혹은 행성에 태어나고 싶다. 은근히 열정적으로, 다음 생의 우주를 치밀하게 준비 중이다.

 

장편소설 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 『끝나지 않는 노래』 『나는 왜 죽지 않았는가』 『구의 증명』 『해가 지는 곳으로, 소설집 팽이가 있다. 신동엽문학상,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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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