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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1717)] 나팔꽃

[책을 읽읍시다 (1717)] 나팔꽃

강병철 저 | 삶창(삶이보이는창) | 256| 13,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강병철의 이번 소설집은 중편소설 세 편으로만 구성됐다. 각 작품들은 동시에 역사적 시간을 그 바탕에 두고 있으며 주인공들은 소년이거나 청소년이다. 그래서 그런지 어떤 천진함이 세 편 모두에 흐르고 있다. 소년기 특유의 천진함으로 시대와 역사를 살아가는 탓인지 아프고 슬픈 시간들인데도 고통만 전경화 되지 않는다. 소용돌이 같은 시대 속에서도 소년들은 그들만의 방식대로 싸우고, 사랑하고, 웃으며 살아간다. 표제작이기도 한 나팔꽃은 일제 말기 즉 일본제국주의가 일으킨 태평양전쟁 시절을 사는 조선 학생의 초상들이다. 소설의 말미는 징병으로 끌려간 용석이 탈영한 와중에 해방을 맞는 것으로 끝나는데, 이 소설의 재미는 그 이전 이야기인 일본 학생들과의 갈등에 모아져 있다.

 

일본 학생이든 조선 학생이든 소년들은 민족 감정 이전의 의협심으로 현실을 본다. 일본 학생 아라기의 도발로 조선 학생들이 후쿠로 다다키를 친 후과로 정학 내지 퇴학을 당하자 양쪽의 싸움군 도요토미와 김수복이 맞짱을 끝내고 헤어지는 장면이다. 이 소설은 식민주의가 소년들의 영혼에 어떤 그림자를 드리우는지 보여주기도 하지만, 궁극적으로 조선 소년들의 눈으로 본 비참한 자기 현실이다. 싸움꾼 김수복도 전쟁 앞에서는 영락없는 소년의 모습인데, 슬프게도 김수복은 죽고 용석은 살아 탈영을 감행한다. 탈영한 용석이 두만강 너머의 온성 땅에 도착하자 일본이 패망해 해방이 되지만, 용석이 본 것은 소련군 탱크 부대가 그릉그릉 오는장면이다. 그래서 작가는 소설의 마지막 문장을 이렇게 끝맺는다.

 

그렇다면 한머리불길한 해방이후를 다루는가? 연작소설이 아니니 당연히 그럴 필요는 없다. 한머리1960년대 중반이 시간적 배경이다. 여기서도 아홉 살 소년 동희의 가족사와 동희가 사는 지역의 대소사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주인공은 소년인 동희이다. 어떻게 보면 성장소설에 가까운 것도 같지만 동희의 눈을 빌어 어른들의 이해할 수 없는 세계를 묘사하고 있다. 때가 1960년대 중반이니 전쟁의 그림자가 없을 리 없다. 작가는 의도적으로 1960년대가 전쟁의 자식이었음을 곳곳에서 드러낸다. ‘원조 백모의 경험을 통해서 말이다.

  

동희 세대도 그 나름대로 삶이 있었다. 그것을 상징하는 에피소드 중 압권은 정자 누나에 대한 성만이 형의 짝사랑 이야기이다.

 

하지만 정자 누나는 살붙이인 재홍이 형과 정분이 났고, 소문은 마을 전체에 퍼졌다. 재홍이 형은 강원도 원주로 도망쳐 혼자 남은 정자 누나는 재취 자리를 마다하고 자살을 하고 말았다.

 

이런저런 일들이 마치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면서 소설은 낡은 가치들과 새로운 가치들이 충돌하는 장면들을, 또는 암시들을 여러 곳에 매복시켜 놓는데 이것이 또한 이 소설의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아무튼 한머리를 통해 작가는 한 시대의 초상을 박진감 있게 그려 놓았다. 시대적 의미에 미치지 못하는 한머리 사람들의 이야기들을 통해 1960년대 중반, 전쟁의 그림자가 조금씩 걷혀가면서 나타나는 모습들을 강병철은 이야기꾼의 눈으로 포착하고 있다.

 

 

작가 강병철 소개

 

[삶의 문학] 동인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민중교육]이라는 잡지에 소설 비늘눈을 쓰고 고교교사를 해직당한 바가 있다. 35년 간 교직생활을 했으며 현재 대산고등학교에 재직 중인데 정년퇴임을 코앞에 둔 초고령 평교사이다.

 

시집 유년일기』 『하이에나는 썩은 고기를 찾는다』 『꽃이 눈물이다』 『호모 중딩사피엔스』 『사랑해요 바보몽땅소설집 비늘눈』 『엄마의 장롱』 『초뻬이는 죽었다성장소설 닭니』 『꽃 피는 부지깽이』 『토메이토와 포테이토산문집 선생님 울지 마세요』 『쓰뭉 선생의 좌충우돌기』 『선생님이 먼저 때렸는데요』 『우리들의 일그러진 성적표』 『작가의 객석을 발간했으며, 함께 쓴 교육 산문집 , 아름다운 나비야』 『, 너의 바람이고 싶어, 괜찮다, 괜찮다, 괜찮다를 편집했다. 청소년 잡지 [미루]10여 년 간 발행했으며 한국작가회의 대전충남 지회장을 4년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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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