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읍시다 (1729)] 서독 이모
박민정 저 | 현대문학 | 128쪽 | 11,2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1990년대 독일과 2010년대 후반의 한국이 묘하게 겹쳐지는 이 소설은 서독의 한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교수직에 임용된 이모와 한국에서 대학원생의 삶을 살고 있는 화자 ‘우정’의 삶을 교차해 그려내고 있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즈음, 한국인 입양아인 독일의 물리학자 ‘클라우스’와 결혼한 이모는 통일된 독일에서 안정적 생활을 이어나가리라 기대했으나 결혼 2년 만에 남편 클라우스가 돌연 자취를 감춘다. 홀로 남겨진 이모는 남편의 여동생과 기이한 동거를 이어가며 남편의 흔적 찾기에 삶을 소진하지만 남편의 실종에 아무런 단서도 찾아내지 못한다.
이모의 이야기를 소설로 써내겠다 맘먹고 대학교 1학년 때부터 소설 쓰기를 시작한 한국의 조카 ‘우정’은 대학원생이 된 지금까지도 소설을 완성하지 못하고, 그와 병행해 진행하는 석사논문마저 진행이 더디기만 하다. 기업화된 대학의 시스템, 도제 관계 등으로 대표되는 대학원 내부의 잘못된 관행, 학내 성폭력 문제 등까지 겹치며 작업들이 좀체 끝이 날 기미를 보이질 않자 ‘우정’은 소설 집필을 포기하고 논문에만 매달린다. 지성의 장이라 불리는 대학원 내에서 결국‘우정’이 깨달은 것은 이 시대 지성인들의 허위의식에 대한 냉혹한 진실뿐이다.
결혼으로 인생의 새로운 시작과 마무리를 꿈꿨던 서독의 홀로 남겨진 유학생, 조국의 통일을 완벽한 완성의 마지막 관문으로 여겼으나 정작 통일된 땅에서 극심한 소외감을 느낀 채 자발적 실종의 삶을 선택한 동독의 물리학자, 그 둘의 이야기를 소설로 써내려 했던 한국의 대학원생 ‘우정’은 논문을 지도해주던 최 교수에게 그들이 20년 만에 재회했다는 얘기를 듣는다. 그러나 클라우스와 이모의 삶의 진실을 끝끝내 알아낼 수 없다. 소설의 마지막까지 ‘우정’은 이모가 왜 자신을 언제나 ‘서독 이모’라고 소개했는지, 클라우스가 사라져버린 진짜 이유와 숨겨진 진실을 향해 다가가지 않는다. 다만 ‘우정’이 클라우스와 이모에 대해 쓰려고 했던 거듭된 시도와 실패들이 미완성으로 끝난 소설 속 소설의 진경이 된다.
작가 박민정 소개
1985년 서울 출생. 중앙대 문창과와 동 대학원 문화연구학과 졸업. 2009년 [작가세계] 신인상에 단편 소설 「생시몽 백작의 사생활」이 당선되어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유령이 신체를 얻을 때』, 『아내들의 학교』, 장편소설 『미스 플라이트』가 있다. 2015년 김준성문학상, 문지문학상을 수상했으며 2018년 「세실, 주희」로 문학동네 젊은작가상 대상을 수상했다. 2019년 현대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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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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