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1740)] 솔로몬의 노래

[책을 읽읍시다 (1740)] 솔로몬의 노래

토니 모리슨 저 | 김선형 역 | 문학동네 | 552| 16,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여성 화자가 서사를 장악했던 대부분의 저작과 달리 솔로몬의 노래는 남자 주인공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소설의 구조는 서구의 성장소설이 지닌 기본적인 틀을 따르고 있다. 주위 사람 또는 환경과 갈등을 겪으며 성장한 뒤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 길을 떠나며, 여정의 끝에서 마침내 깨달음을 얻고 정신적으로 성숙하게 된다는 줄거리가 그것이다.

 

이 소설은 총 2부로 이루어져 있다. 1부는 밀크맨이 탄생하는 순간부터 청년으로 성장하기까지, 북부에서의 삶을 다룬다. 주인공 밀크맨 데드는 자신이 날 수 있다고 믿은 한 보험회사 직원이 병원 꼭대기에서 뛰어내리는 사건이 있은 직후 태어난다. 꼭대기에서 푸른 날개를 달고 뛰어내리는 흑인의 상징적인 낙하, 그 혼란 속에서 탄생한 작은 새’, 그가 바로 머시 종합병원에서 흑인 임신부가 낳은 최초의 아기 밀크맨 데드다.

 

도시에서 존경받는 저명한 흑인 의사의 손자이자 부유한 집안의 막내아들로 태어난 그는 외할아버지의 유산과 아버지의 경제적 성공 덕분에 물질적 특권을 누리며 유복한 어린 시절을 보내지만, 실상 집안에 감도는 분위기는 애정이 메말라버린 듯 삭막하다.

 

특권층의 특혜를 한껏 누리며 살아가는 그와는 달리 그를 둘러싼 사람들은 예외 없이 흑인이기에 짊어지게 된 삶의 고통을 안고 있지만, 그는 자신의 안위에만 관심이 있을 뿐 다른 사람의 고통과 슬픔에는 무감한 모습을 보인다. 그는 주변 사람들의 아픔을 외면하거나 그들의 처지를 그저 방관한다. 청년이 된 밀크맨은 익숙한 북부를 벗어나 자신의 두 발로 서고 싶은 열망을 느낀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한데, 마침 그 기반이 되어줄 가족의 유산이 남부에 있음을 알게 되고 그 유산을 찾아 떠나기로 결심한다.

 

2부에서는 넓고 안락한 집을 나서 남부로 떠난 그의 여정을 좇는다. 북부에서와 달리 남부에서 그는 환대받는 존재가 아니고, 그런 상황이 낯설기만 한 밀크맨은 불운이 닥치거나 다른 사람들에게서 푸대접을 받을 때마다 자신은 이런 대접을 받을 만한짓은 하지 않았다고 버릇처럼 되뇐다. 그러나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살아온 지난날의 흔적을 되짚어가는 과정에서 그는 조금씩 자신의 뿌리와 가족의 역사를 마주하게 된다.

 

흑인이라는 이유로 땅을 빼앗기고 죽임을 당한 할아버지 메이컨 데드 1세와 그로 인해 물질적 가치에만 집착하게 된 아버지 메이컨 데드 2세의 삶, 그리고 날아가버린 증조할아버지 솔로몬의 삶과 남겨진 여성들과 아이들의 삶…… 가족과 집, 그를 둘러싼 사람들로부터 도망쳐 오롯이 자신의 삶을 살고 싶어 떠나온 여행, 그 고달픈 여정의 끝에서 그는 핍박받고 죽임당하고 빼앗기고 추방당한 동족에 대한 깊고도 뜨거운 애정을 느끼며 마침내 자신과 타자를 이해하는 정신적 성숙에 다다른다.

 

모리슨의 소설이 남성 화자가 자신을 둘러싼 세계를 인식하고 그들과 불화하며 성장한다는 줄거리를 지닌 기존의 서구 성장소설들과 차별화되는 지점은 바로 그간 작품 속에서 다소 등한시되었던 여성 인물들의 역할을 부각해 드러낸다는 점이다. 모리슨의 소설에서 남자 주인공은 그를 살리고 지켜주는 여성들이 있어 비로소 성장하고 살아남으며, 날아오른다.

 

미국 사회와 역사를 이해하는 핵심인 흑인문제를 다루는 모리슨의 방식은 백인 가해자를 고발하고 참상을 폭로하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박해와 설움의 역사를 인정하면서도, 흑인의 주체적 관점을 되찾고 삶을 긍정하며 미래로 나아가는 길을 모색하는 것이다.

 

이 소설에서 자비는 인물들이 간직한 암묵적인 소망이며, 비상을 가능하게 하는 발판이다. 자신을 사랑하고, 타자를 보듬어 안고, 과거를 이해함으로써 미래를 상상하는 것. 모리슨은 안다. 결국 모든 이야기는 사랑 이야기라는 것을, ‘사랑만이 우리를 구원하고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는 것을. 파일러트가 죽어가며 읊조린 말은 토니 모리슨이 이 세상에 남긴 메시지인지도 모른다.

 

작가 토니 모리슨 소개

 

1931년 미국 오하이오주 로레인에서 태어났다. 하워드대학교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코넬대학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졸업 후 여러 대학에서 문학을 가르쳤고 랜덤하우스 출판사 편집자로 일하며 글을 쓰기 시작했다.

 

1970가장 푸른 눈으로 데뷔했고, 이어 술라』 『솔로몬의 노래등을 발표하며 대중과 평단을 모두 사로잡았다. 1987년 출간한 대표작 빌러비드로 퓰리처상, 전미도서상, 로버트 F. 케네디 상 등을 수상했고, 1993년 흑인 여성 작가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2006년 프린스턴대학교의 교수직에서 퇴임한 후 집필활동에 매진해 소설 자비』 『고향』 『하느님 이 아이를 도우소서, 희곡 데스데모나를 출간했고, 잡지 네이션편집위원으로도 활동했다. 20198월 숨을 거두었다.

 

 

<맑은 사회와 밝은 미래를 창조하는 시사타임즈>

<저작권자(c)시사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시사타임즈 홈페이지 = www.timesisa.com>



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