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읍시다 (1753)] 호스 댄서
조조 모예스 저 | 이정민 역 | 살림출판사 | 688쪽 | 16,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애들은 왜 어른 말을 안 들을까? 이 유구한 질문에 육아책은 다양한 대답을 내놓을 것이다. 과학책도 할 말이 많을 것이다. 청소년이 방황하는 데도 이른바 과학적인 이유가 있을 테니까. 하지만 이 모든 분석에는 한 가지 이상한 전제가 깔려 있는데, 바로 아이와 어른을 둘로 나눈다는 것이다. 조조 모예스의 장편소설 『호스 댄서』는 이 점에서 특별하다. 전 세계를 사로잡은 전작 『미 비포 유』가 ‘안락사’라는 예민한 화두를 로맨스로 풀어냈듯, 『호스 댄서』는 ‘방황하는 청소년’이라는 보편적인 주제를 지극히 소설적인 방법으로 다룬다.
너태샤 매컬리는 런던 사는 변호사다. ‘런던’과 ‘변호사’, 두 단어에서 연상되는 그대로 그녀는 성공한 삶을 누리는 것처럼 보인다. 부유한 동네에서 교양 있는 이웃들과 살며 커리어를 쌓아가는 것이다. 하지만 전남편이나 다름없는 남자 맥이 집으로 돌아오면서 그녀의 개인사는 꼬이기 시작한다. 일 년 동안 집을 나가 살던 맥은 두 사람의 공동명의로 된 이 집을 처분하자고 제안한다. 각자 새로운 삶을 위해 기반을 마련하자는 것인데, 심지어 그는 집이 팔려서 돈이 생기기 전까지 이 집에 머물겠다고 말한다. 마치 공무원이 행정업무 집행하듯 이별 절차를 밟는 맥 앞에서, 너태샤는 공연히 성을 낼 뿐 그를 막아서거나 쫓아내지는 못한다.
두 사람의 불편한 동거는 어느 십 대 소녀의 등장으로 새 국면을 맞는다. 너태샤가 슈퍼마켓에 갔다가 곤경에 처한 한 소녀를 구해주면서다. 빈민가에 혼자 사는 그 소녀를 집에 데려다준 끝에, 그 집이 도둑맞은 걸 맞닥뜨린 것이다. 하필 청소년임시보호소에 자리가 없어 사라는 경찰서에 머물러야 할 상황에 놓이지만, 그것만은 안 된다는 맥의 주장에 두 사람은 사라를 잠시 맡아 돌보기로 한다. 너태샤는 생각한다. 어쩌면 이건 관계를 회복할 좋은 기회가 아닐까? 집에 아이를 들여놓았으니 억지로라도 화목한 가정을 연기해야 하는 상황, 너태샤는 맥과 함께 사라를 돌보며 자신이 꾸릴 수 없었던 관계를 잠깐씩이나마 느낄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사라는 마음을 내주기는커녕 너태샤와 맥이 자기 삶을 방해한다고 여긴다. 학교 수업을 빼먹고 너태샤의 비상금에 손을 대기에 이른다. 결국 두 사람은 사라가 학교에 가지 않고 어디를 드나드는지 뒤를 캐게 되고, 도시 한구석에서 예상치 못한 모습을 보게 된다.
『호스 댄서』에서는 아이와 어른의 이야기가 거울상처럼 진행된다. 선생님마저 “나는 직장인에 불과하다”고 손을 들어버리는 이기적인 사회에서, 사라와 너태샤는 각자의 꿈과 욕망을 실현하고자 각자의 난관을 극복해나가며 이내 하나의 길을 만들어낸다. 어려운 상황에도 사라는 마장마술이라는 꿈을 향해 달려 나가고, 너태샤와 맥은 그녀의 공동운명체를 자처하며 결국 자신들의 관계를 회복한다.
소설은 너태샤와 맥과 가족이 되어 살아가는 사라의 모습을 비춰준다. 너태샤와 맥은 그사이 아기를 낳아 기르지만, 기존의 소설이나 영화 등이 자주 보여준 소외감이 사라에게서는 보이지 않는다. 각자의 방황과 결핍을 견뎌내어 갈등을 해소한 이 ‘가족’은 계속 꿈을 추구할 뿐이다.
청소년의 방황과 입양가정이라는 소재를 매우 고전적인 형식으로 풀어낸 것은 징후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새 형태의 가족이 늘어나고 수많은 아이들이 방황하는 시대에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결국 개인을 존중해야 한다는 점 아닐까? 따라서 『호스 댄서』는 왜 소설이 여전히 읽혀야 하는가에 대한 우직한 대답이기도 한 것이다.
작가 조조 모예스 소개
런던에 있는 로열 홀로웨이 대학(RHBNC)에서 공부했고, 시티 대학교에서 저널리즘을 배웠다.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 「인디펜던트」 등에서 1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한 뒤 직장인으로서의 삶을 마무리하고 전업 작가가 되었다. 소설가이자 저널리스트로서 꾸준히 사랑받아온 그는 전 세계적으로 1,400만 부 이상 팔린 『미 비포 유』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 『미 비포 유』는 동명의 영화로도 각색되어 흥행에 성공했다. 첫 책인 『Sheltering Rain(비를 피하기)』 이후 『원 플러스 원』 『허니문 인 파리』 『당신이 남겨두고 간 소녀』 『더 라스트 레터』 『스틸 미』 등 열한 편의 소설을 더 썼는데, 모든 소설이 비평가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그의 소설은 46개 국어로 번역되었고 12개국에서 1위를 차지했으며 세계적으로 3,800만 부 이상 팔렸다. 최근에는 『The Giver of Stars』를 펴내어 독자들에게 호평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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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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