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읍시다 (1760)] 컬러 퍼플
앨리스 워커 저 | 고정아 역 | 문학동네 | 396쪽 | 14,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퓰리처상을 수상한 최초의 흑인 여성 작가이자 사회운동가 앨리스 워커의 대표작 『컬러 퍼플』. 편지글로 이루어진 이 소설은 1910~1940년대 사이로 추정되는 미국 남부를 배경으로 폭력적이고 억압적인 사회 속에서 흑인 여성들이 경험하는 고통스러운 삶의 모습을 가감 없이 보여주면서 절망 속에서도 빛나는 여성들의 결속력과 강인한 생명력을 그려낸다. 여성들 사이의 다차원적 연대의식과 그로 말미암은 자유와 해방, 구원에의 가능성을 담고 있는 이 작품은 출간되자마자 문단과 대중 모두를 사로잡은 베스트셀러로, 스티븐 스필버그가 영화로, 오프라 윈프리가 뮤지컬로 각색했다.
『컬러 퍼플』은 1900년대 초 미국 조지아주의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가부장제, 인종차별, 성차별의 다층적인 억압 상황에 놓인 흑인 여성 ‘셀리’의 삼십여 년에 걸친 인생 역정을 다룬다. 셀리는 아빠에게 여러 차례 강간당하고 두 아이를 낳기까지 하나 둘 모두 아빠가 어디론가 보내버려 생사조차 알지 못한다. 이후 아빠의 강요로 학교를 그만둔 뒤, 아내가 세상을 떠나고 남겨진 아이들을 키워줄 여자를 찾는 ○○ 씨와 결혼한다. 동생 네티와의 연락도 끊긴 채 ○○ 씨의 아이들을 돌보며 힘든 생활을 이어가던 어느 날 ○○ 씨가 사랑했던 여자 슈그가 집에 와 머물게 되고, 셀리는 그와의 만남을 통해 서서히 자신이 귀중한 존재, 충만한 신성神性의 일부임을 깨달아간다.
『컬러 퍼플』의 주인공 셀리는 남편에게 강간과 학대를 당하고, 그의 연인에게 사랑을 느꼈던 워커의 할머니를 모델로 고안되었다. 서문에 따르면 이 책은 “영적 포로로 인생을 시작하지만 자신의 용기와 타인의 도움으로 자유를 얻는 사람, 그 과정에서 자신 역시 자연과 마찬가지로 지금껏 멀게만 느꼈던 신성의 아름다운 표현임을 깨닫는 사람의 힘겨운 여정을 탐구”하고 있는데, 남편의 연인인 슈그는 셀리로 하여금 고유한 종교적 경험을 통해 신의 존재를 느낄 수 있게 하고 자신의 섹슈얼리티를 발견하도록 이끄는 인물이다. 그는 셀리가 스스로를 가치 있고 사랑받을 만한 존재로 자각하게 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소설 속에서 두 사람의 사랑은 아주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 인종차별과 성차별이 만연한 현실에서도 섹슈얼리티에 따른 차별은 존재하지 않는다. 더해, 워커는 전통적 성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해체한다. 여성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바느질에 ○○ 씨를 참여시키고, 아들 부부인 하포와 소피아 역시 집안일을 나누는 데 있어 성역할의 전형성을 따르지 않는다. 또 슈그와 소피아는 남성의 폭력에 굴복하지 않고 당당하게 맞서 싸우는 모습을 보인다.
『컬러 퍼플』은 출간 당시 많은 찬사를 받는 한편으로 상당한 비난을 받았다. 법적 평등은 이루었지만 현실의 인종차별이 여전히 맹위를 떨치는 상황에서, 인종문제보다 남녀문제를 더욱 두드러지게 제시하고 흑인 남자는 ‘미개하고 폭력적’이라는 편견을 강화한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그러나 워커는 성차별적 현실 속에서 여성이 경험하는 고난을 전면적으로 드러내 보이는 동시에, 가부장제와 인종차별의 고통을 함께 겪는 남성들 또한 사랑으로 이해하고 포용하고자 했다.
소설 속 ○○ 씨는 홀로 남겨진 뒤 삶의 의욕을 잃고 방에 틀어박히는데, 이때 쇠약해진 그를 다시 일으켜 세우고 집밖으로 나오게 하는 것 역시 주위 사람들의 이해와 사랑, 그리고 위로다. 워커는 흑인 남자들이 “끔찍한 사람”처럼 보일지라도 종내에는 “사랑 많고 너그럽고 다정한 사람”이 될 수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워커는 흑인들이 겪는 이 같은 고통이 개개인의 특수한 경험이 아니라 공동체가 공유하는 역사적 경험임을 깨달았고, 그들의 고통을 완화시키고 희망을 품게 하는 것은 다름 아닌 상처 입은 영혼들 사이의 사랑과 연대라고 생각했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비극적인 상황에서도 서로에게 손을 내민다. 혹사당하고 박탈당하는 삶 한가운데서도 각자가 지닌 내면의 힘을 발견하고 용기를 내 살아갈 수 있도록 서로 돕는다. 워커는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온전한 공동체를 꿈꾸며, 이러한 참혹한 현실과 그로부터 얻은 자신의 통찰을 고스란히 녹여낸 작품을 완성해냈다.
작가 앨리스 워커 소개
1944년 미국 조지아주 이턴턴에서 소작농 부부의 여덟째 아이로 태어났다. 1961년 애틀랜타의 스펠먼대학교에 입학했고, 역사가이자 사회운동가인 하워드 진과 스토턴 린드의 영향을 받아 흑인민권운동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이 년 뒤 뉴욕의 세라로런스대학교로 편입했으며, 졸업 후 인권운동을 위해 남부로 귀향했다. 1968년 첫 시집 『한때』를 발표하고 1970년 첫 장편소설 『그레인지 코플랜드의 세번째 인생』을 출간했다.
웰즐리대학교와 매사추세츠대학교 등 여러 대학에서 문학을 강의했으며, 단편집 『사랑과 고통』, 시집 『혁명하는 피튜니아』, 장편소설 『머리디언』 등의 작품을 선보였다. 1980년대에는 여성주의 저널 『미즈』의 편집인으로 활동했다. 1982년 『컬러 퍼플』을 출간해 이듬해 미국도서상과 흑인 여성 최초로 퓰리처상을 수상하며 세계적인 작가로 발돋움했다. 미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이자 열정적인 사회운동가로서 다양한 분야에 목소리를 내며 왕성한 창작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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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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