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읍시다 (1770)] 자작나무 아래로 내리는 눈
문희융 감독 | GROUPHCOMPANY(그룹에이치컴퍼니) | 250쪽 | 13,8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눈 내린 자작나무 숲. 상상(想像)만으로도 가슴을 아리게 하는 풍경(風景)이다. 한 번 더 생각하니 이것은 그림이다. 사실 이런 그림을 한국(韓國)에서 만날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한 적이 없었다. 이는 필시 러시아나 캐나다에 있는 것이라 여겼다. 정말 아무런 근거 없이 그렇게 여겼었다. 그런데 인제라니. 내 머릿속의 강원도 인제(麟蹄)는 운 없는 군인(軍人)들이 타의(他意)로 청춘(靑春)을 불사르던 곳이었다.
자작나무가 둘러싸고 있는 느낌의 이야기다. 책(冊)을 펼치면 자작나무 냄새가 나는 듯하고 고개를 들면 창밖에 눈을 맞고 있는 자작나무가 서있는 듯하다. 그리고 그 사이에 사랑이 있다. 작가는 아직도 사랑을 놓지 못하는 젊은 심장(心腸)을 가진 사람임에 틀림없다. 새삼 언제인지도 모르게 식어버려 사랑이 아니라 사랑 할아버지에도 반응(反應)하지 않는 내 심장을 반성(反省)하게 만든다.
나이가 들수록 열정(熱情)은 사라져 가고 그 자리에 기억(記憶)이 쌓여 간다. 개중에는 추억(追憶)이라는 좋은 기억도 있다. 그러나 추억이란 놈은 잔인(殘忍)하다. 아름다울수록 더 잔인하다. 두 번 다시 가지지 못할 시간(時間), 두 번 다시 만나지 못할 인연(因緣), 그리고 결코 돌아올 수 없는 사랑은 영원히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나를 끝없이 괴롭힌다. 이야기는 이 대적(對敵)할 수 없는 추억의, 괴롭힘의 탈출(脫出)구를 보여주는 것 같다. 겨울의 자작나무숲. 그것도 하얀 눈을 한껏 이고 있는 자작나무 숲에 나를 던진다면 왠지 아름다운 추억을 아름답게 받아들일 수 있을 듯한 느낌이랄까. 다행인 것은 그것이 인제에 있다는 것이다.
작가 문희융 소개
영화감독이자 시나리오 작가이다. 고려대학교 언론대학원에서 영상언론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김수용 감독, 조문진 감독, 정지영 감독, 김현명 감독 아래서 수학하고 연출부와 조감독을 지냈다.
1회 평주청소년영화제 대상 작품 [도시의 계절풍]과 영화진흥공사 주최 청소년 영화제 촬영상 수상 작품 [저 먼 동화의 나라로]에서 시나리오와 감독을 하였고 극영화 [아이 러브 유], [학교 전설], [플라이 하이], [늙은 자전거]에서 시나리오와 감독을 맡았다.
각색 작품으로는 [연평해전]이 있다. 서울종합예술전문학교와 MBC 영상아카데미 구성작가반의 전임강사로 있었다. 2020년 영상콘텐츠 전문 제작사인 그룹에이치컴퍼니에서 메인 작가로 [대한]의 시나리오를 마쳤으며 영상 콘텐츠의 개발자와 기획자로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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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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