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읍시다 (1772)] 탬버린
김유담 저 | 창비 | 344쪽 | 14,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2016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작품활동을 시작한 김유담의 첫번째 소설집 『탬버린』. 등단 이후 착실하게 발표해온 단편 8편이 묶인 이번 소설집은 신예 소설가 김유담의 매력을 한껏 느낄 수 있는 탄탄한 서사와 생동감 넘치는 인물들로 꽉 차 있다. 태어나면서 불평등하게 주어지는 삶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아등바등 살아가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100점을 받기가 어렵다는”, “최선을 다하는 삶의 무용(無用)함”(「탬버린」 156면)을 어쩔 수 없이 체득해버린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씁쓸한 속마음을 김유담은 솜씨 좋게 포착한다.
표제작인 「탬버린」은 신입사원 ‘은수’가 겪는 사회생활의 고투를 그린다. 고교시절 떨어지는 성적으로 쫓기듯 전학 간 학교에서 은수에게 유일한 친구였던 ‘송’은 밤마다 고깃집 불판을 닦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학교에 다니면서도 탬버린을 흔들며 삶의 무게를 털어내고, 은수는 그 고통이 무언지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지만 친구를 위해 열심히 탬버린을 배운다. 수년이 지나 노래방에서 100점이 나오면 대표의 인정을 받는 회식자리에서 은수는 그때 배운 탬버린을 흔들고 동료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지만 좀처럼 100점이 나오지 않는다. 과연 은수는 대표의 인정을 받을 수 있을까.
「핀 캐리(pin carry)」는 트럭 운전을 하던 ‘인호’의 죽음으로 시작된다. ‘인숙’의 오빠인 인호가 생전에 몰두했던 것은 다름 아닌 내기 볼링. 내기로 들게 된 보험 덕에 남겨진 가족은 큰 보상금을 받게 되지만 인숙은 오빠의 죽음에 빚지고 있다는 죄책감을 느낀다. 우연히 인숙은 오빠가 남긴 유품에서 그가 치른 게임에 대해 상세하게 기록된 수첩을 발견하게 되고, 오빠가 다니던 볼링장에 가서 볼링을 치면서 오빠의 마음을 헤아리게 된다.
「공설운동장」에서는 대학에 입학하며 고향 밀양을 떠났던 ‘하경’이 휴학을 하고 다시 고향으로 내려온다. 밀양에서 하경은 입시학원에서 일을 시작하고, 그곳에서 자신을 가르치기도 했던 국어 강사 ‘L’을 다시 만나 위안을 얻는다. 하지만 고향을 떠나 소설을 쓰는 것이 꿈인 하경에게 밀양에서 부모님을 모시고 평범하게 살고 싶어하는 그는 반려자가 될 수 없다. 그와 데이트를 하며 함께 달리던 공설운동장을 하경은 이제 혼자서 달리기 시작한다.
「우리가 이웃하던 시간이 지나고」는 어린 시절 같은 주공아파트에서 친하게 지내던 ‘영주’와 ‘성희’가 성인이 되어 치과에서 환자와 치위생사로 재회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재정적으로 열악한 환경임에도 대학원 공부를 선택한 영주는 치료비를 감당하기 힘들어 고통스러운 치통을 참다가 독일 학회 참석을 포기하고 그 돈으로 성희의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다. 성희는 자신의 실적을 올리기 위해 영주에게 블로그 홍보를 강요하고, 영주는 본인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성희의 태도에서 오히려 불편한 마음을 느낀다.
「멀고도 가벼운」은 ‘지연’에게 어릴 적 큰 영향을 끼친 ‘보배 이모’를 그린다. 고향을 한번도 떠난 적 없는 엄마를 포함한 집성촌의 사람들은 지연네 집에 모여 부업을 한다. 작업반장인 엄마는 남편은 뉴질랜드에 있고, 사촌동생 보배와 고향으로 돌아온 이모의 억척스러움을 두고 자주 못마땅해하지만, 지연에게는 고향을 떠난 적이 있고 이제는 뉴질랜드로 떠날 준비를 하는 이모에게서 본인의 가능성을 엿본다. 지연이 대학에 입학한 뒤 뉴질랜드에 정착한 이모가 보내온 양모 이불이 더없이 소중한 까닭이기도 하다.
「가져도 되는」의 ‘인희’와 ‘승규’는 대학 동기이다. 지방에서 올라온 둘은 강남 인근에서 학창 시절을 보낸 이들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학과 분위기에 어쩐지 섞이지 못하고 서로 동질감을 느끼며 가깝게 지내다 결혼한다. 결혼 후 이제는 유명인이 된 동기 ‘조명아’의 결혼식 초대를 받아 최대한 꾸미고 참석하지만 어쩐지 자신들이 초라하게만 느껴진다. 태생적인 한계를 극복하려 아등바등 살아왔지만 넘어설 수 없는 벽을 여전히 확인할 뿐이다.
「두고두고 후회」에서는 아버지의 항암치료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뿔뿔이 흩어져 살던 삼남매가 아버지와 함께 이혼한 어머니를 만나러 간다.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어머니는 돈을 벌기 위해 따로 살게 되고, 그후로 오래도록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살게 된 ‘선재’와 두 동생들은 이제 한발짝 떨어져 서로를 애틋하게 바라볼 수 있게 된 듯하다. 아버지의 치료에 후회 없는 선택을 하길 바란다는 주치의의 말에, 번번이 실패만 해온 사람에게 후회 없는 선택을 하라는 말이 아프게 남는다.
「영국산 찻잔이 있는 집」에서 ‘한’은 육개월 전 헤어진 여자친구 ‘피티’의 실종 소식을 듣고 피티의 언니 ‘소냐’를 찾아온다. 한은 학교폭력으로 인해 병약해진 소냐를 극진히 돌보던 피티를 이해하지 못하고, 자신이 항상 2순위라는 사실을 원망한다. 결국 한이 소냐의 머리채를 잡고 윽박지르는 장면을 목격한 피티는 한과 헤어지게 되고 몇달 뒤 소냐마저 떠나게 된 것이다. 피티는 피크닉을 가서 예쁜 티포트에 잘 우린 차를 마시는 것이 늘 꿈이었는데, 피티가 떠난 집에는 그녀가 가장 아끼던 영국산 찻잔 하나가 사라져 있었다.
작가 김유담 소개
1983년 부산에서 태어나 경남 밀양에서 성장했다.
2016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핀 캐리」가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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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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