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읍시다 (178)] 베타 : 만들어진 낙원
레이철 콘 저 | 황소연 역 | 까멜레옹 | 384쪽 | 12,8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복제 인간 소녀의 사랑을 그린 레이철 콘의 SF 로맨스 『베타: 만들어진 낙원』. 지상 낙원으로 만들어진 미래의 어느 섬에서 주어진 운명을 거부하고 자신만의 삶을 개척하려 한 소녀들의 이야기를 그린 SF 로맨스 4부작 중 첫 번째 책이다. 시험적으로 만들어진 복제 인간 소녀 엘리지아를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전쟁으로 전 세계가 폐허로 변한 미래, 부유한 권력자들은 본토에서 멀리 떨어진 섬 드메인을 낙원으로 만든다. 공기는 언제나 고급 산소로 채워지고, 자줏빛 바다에서는 잔잔한 파도가 아름답게 물결친다. 그 환상적이고 안락한 분위기에 유모, 집사 등 일을 하러 온 인간들도 제 할 일을 잊는다. 결국 권력자들은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인간을 복제한 다음 영혼을 제거한 클론의 시중을 받는다.
이야기는 10대 클론 엘리지아가 총독 부인에게 팔려 가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부모 말이라면 일단 무시하고 보는 인간 10대들과 달리 엘리지아는 순종적이다. 또 말을 곧이곧대로 이해하는 통에 귀여운 실수를 연발해 어른들의 사랑을 받는다.
순탄할 것만 같았던 엘리지아의 삶은 이내 위태로워진다. 영혼이 제거돼 맛의 즐거움을 몰라야 하는데도 마카로니 치즈나 초콜릿에 열광하는 것은 차치하고라도, 수영할 때마다 나타나는 아름다운 남자의 환영은 그녀가 명백한 불량품임을 증명한다. 도대체 이 남자는 누구일까? 엘리지아는 본능적으로 그가 자신의 모체가 사랑했던 남자라는 것을 알아차린다. 그리고 그 환영에 조금씩 빠져 들어간다. 자신에게는 없는 줄 알았던 감정을 느끼게 된 것이다.
매일 아침,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을 나서야 하는 우리는 누구나 멋진 휴양지에서 누군가의 시중을 받으며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기를 꿈꾼다. 그리고 그런 누구나가 마다 않을 환상적인 낙원 드메인. 하지만 클론 엘리지아의 눈으로 본 그곳 인간들의 모습은 그리 행복하지 않다. 어른들은 권력을 이용해 클론에게 음흉한 손길을 뻗치거나 허영과 허세로 시간을 낭비한다. 10대들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자신들을 둘러싼 너무나 평화롭고 완벽한 세상에 불평하며 ‘락시아’라는 환각제에 취해 현실에서 도망치려 한다.
지상 낙원에서의 영화 같은 전개에 조금씩 취해 가던 독자들은 어느 순간, 현실을 못마땅해하면서도 무엇 하나 스스로 개척하지 못하는 무기력한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클론 엘리지아에게 마음을 준 자신을 깨달게 된다. 그리고 그녀의 눈물 나는 사랑과 자유에 대한 갈망을 생생하게 느끼게 될 것이다.
작가 레이철 콘 소개
1968년 교육자 집안에서 태어나 책에 둘러싸여 자라면서 끊임없이 이야기를 지어냈다. 저널리스트를 꿈꾸며 바너드 대학 정치학과에 입학했다가 뒤늦게 실존 인물 대신 상상 속 캐릭터에 대해 쓰고 싶은 자신의 마음을 깨달았다. 대학 졸업 후 로펌에 근무하면서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해 2002년에 데뷔했다.
데뷔작 『진저브래드』는 미국 도서관 협회 ‘YA를 위한 베스트북’, <퍼블리셔스 위클리>와 <스쿨 라이브러리 저널>의 ‘올해의 책’으로 선정됐다. 또 다른 작품 『새우』는 <커커스 리뷰> 편집자 선정 도서와 10대를 위한 뉴욕 도서관 선정 도서로 뽑혔다. 또한 그녀의 최신작이자 복제 인간 소녀의 사랑을 그린 『베타』는 정식으로 출간되기 전에 영화 ‘뉴문’ 제작진에 의해 영화화가 결정됐다.
여대생 나오미와 그녀의 게이 남자 친구 일리의 우정과 사랑 이야기를 다룬 『키스 금지 리스트』는 데이비드 리바이선과의 두 번째 공동 집필 작품으로, 뉴욕 도서관 선정 도서로 뽑혔다.
박속심 기자(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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