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179)] 덧없는 환영들



덧없는 환영들

저자
제인 정 트렌카 지음
출판사
창비 | 2013-01-3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낯선 모국으로 귀환한 해외입양인의 고백!미국 문단에서 주목을 받...
가격비교


[책을 읽읍시다 (179)] 덧없는 환영들

제인 정 트렌카 저 | 이일수 역 | 창비 | 282쪽 | 13,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미국 문단에서 주목을 받은 해외입양인 작가 제인 정 트렌카의 자전적 소설 『덧없는 환영들』. 해외입양인으로서의 체험을 담은 첫 작품 『피의 언어』를 통해 반스앤노블 최고의 신인작가로 선정됐다. 또한 버클리 대학을 비롯해 다수의 대학 및 도서관에서 추천도서와 강의교재로 채택되는 등 미국 문단에서 상당한 주목을 받은 제인 정 트렌카의 두번째 장편소설 『덧없는 환영들』이 발간됐다.

 

이 작품 역시 입양이 가져온 근원적 상처, 아시아계 여성으로서의 삶, 두 개의 언어, 두 개의 이질적인 세계들을 혼란스럽게 오가며 한국에 정착하는 과정을 그린 작가의 자전소설이다. 작품 제목은 러시아 작곡가 쁘로꼬피예프의 동명의 피아노곡에서 따온 것으로, 피아니스트로서의 자신의 한 부분을 이뤄온 음악을 빌려 더없이 음악적인 언어들로 삶을 기록해나간다.

 

 

입양의 기억이 낳은 고통스럽도록 예민한 감각

 

제인 정 트렌카는 태어나자마자 아버지의 폭력을 피해 고아원에 맡겨졌다가 미국의 백인 가정에 입양된다. 『피의 언어』에서 이러한 이산(離散)의 체험을 유년기와 미국에서의 삶, 한국 어머니와의 재회에 초점을 두고 돌아봤다면 『덧없는 환영들』은 그러한 기억들을 다시 다루되 조금 다른 방식으로, 한국에 돌아오기로 결심하고 정착하기 위해 애쓰는 과정을 더해 풀어나간다. 백인 중심 사회에서 겪는 고립감, 스토커의 공포, 결혼의 실패 등을 겪고 한국으로 돌아와 모국어를 모르는 이방인이자 살아남아 귀환한 추방자로서 자신의 분열과 이중성을 대면하면서 정체성을 모색하는 여정이 한결 성숙하고 깊어진 성찰을 통해 그려진다.

 

『덧없는 환영들』에서 우리가 만나게 되는 목소리는 낯설고 차갑다. 그것은 당신은 누구냐는 자기 안팎의 반복되는 질문에 여전히 명백한 대답을 찾지 못한 이방인의 목소리다. 한국어와 영어가 뒤섞이고, 시적 단문들과 기사 스크랩, 설문지, 인용이 뒤섞인 형식만큼이나 낯선 목소리다. 그 목소리는 한국인의 몸을 가진 ‘나’를 끊임없이 의식하게 만드는 미국 사회와, 미국인의 말을 가진 ‘나’를 자꾸만 밀어내는 한국 사회의 모습을 담담하고 차갑게 그려낸다.

 

 

무언가를 되찾기 위해 싸워본 사람만이 아는 방식

 

이 책은 한국이 여전히 세계 3대 입양아 수출국이라는 현실도, 미혼모들이 처한 편견과 어려움도, 외따로 낯선 땅으로 보내진 입양인들이 느끼는 혼돈도 잘 알지 못하는 한국 사회에 소중한 성찰을 보태준다. 작가는 가장 내밀한 이야기로 가장 보편적인 주제이자 가장 논쟁적인 문제를 제기한다. 입양에 대한 침묵과 망각을 지적할 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에서 느끼는 불편과 이질감, 차별과 편견에도 시선을 거두지 않는다. 한국에서 살아남기 않기 위해 작가는 싸우고 또 싸우면서 “무언가를 되찾기 위해 싸워본 사람만이 아는 방식으로” 모국을 사랑하며 한국인으로 살아간다.

 

몇번의 한국 여행을 거쳐 2006년 무렵 한국에 정착을 결심하고 현재 제인 정 트렌카는 한국 내 귀국입양인들 및 사회운동가들과 함께 입양인들의 인권과 입양 제도의 문제점을 알리는 데 앞장서며 사회운동가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입양 아동의 권리를 강화한 입양특례법의 입법 및 입양기관들의 투명한 운영을 주장한다. 또한 인권 유린에 가까운 과거의 입양 사례들을 수집하고 기록으로 남기는 작업을 통해 입양인들을 한국인, 한국 역사의 일부로 정립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작가 제인 정 트렌카 소개

 

1972년 한국에서 출생하여 생후 육개월 만에 미국 미네소타 주의 백인 가정에 입양되었다. 옥스버그 칼리지에서 피아노와 영문학을 전공했으며 현재 서울에 거주하고 있다. 개인적 체험을 실험적이고 유려한 문학적 언어로 풀어낸 첫 작품 『피의 언어』는 반스앤노블 서점 선정 최고의 신인작가, 미네소타 북어워드 2개 부문 수상 등 다수의 상과 펠로십에 선정되며 상당한 주목을 받았다.

 

『덧없는 환영들』은 작가의 두번째 자전적 기록으로 ‘입양’이라는 근원적 아픔과 미국과 한국, 어디에서도 온전히 동화되거나 받아들여지지 못하는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한결 깊이있고 성숙한 성찰을 보여준다.

 

이 작품은 입양이 남긴 상처와 아시아계 여성으로서의 삶, 낯선 모국에 정착하는 여정 등의 개인적 체험을 다루면서도 한 걸음 더 나아가 독창적인 형식과 대담한 글쓰기로 ‘입양문학’ ‘아시아계 미국문학’으로만 한정 지을 수 없는 독특한 작품세계를 구축해냈다. 제인 정 트렌카의 작품은 다수의 미국 대학과 도서관 등에서 추천도서나 강의 교재로 채택되고 있다.

 

현재는 작가이자 한국의 입양 문제와 입양인 인권을 위해 분투하는 활동가로 지내고 있다. 2007년 ‘진실과화해를위한해외입양인모임’(TRACK) 설립에 참여했으며 사무총장으로 재직 중이다. 다른 저서로 『인종 간 입양의 사회학』이 있다.

 

박속심 기자(sisatime@hanmail.net)

 

 

<맑은 사회와 밝은 미래를 창조하는 시사종합지 - 시사타임즈>

<저작권자(c)시사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시사타임즈 홈페이지 = www.timesis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