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읍시다 (1818)] 조각들
미나토 가나에 저 | 심정명 역 | 비채 | 304쪽 | 13,8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여자들의 등산일기』로 힐링 소설가로서의 면모를 보여준 미나토 가나에가 다시 자신의 주특기인 미스터리 소설 『조각들』로 돌아왔다.
한 소녀가 자살했다. 엄청난 수의 도넛에 둘러싸인 채. 미용외과 ‘다치바나 뷰티클리닉’의 원장 ‘히사노’는 비만 상담을 위해 병원을 찾은 어린 시절 고향 친구와 오랜만에 마주한다. 시작은 진료였지만, 오랜만에 만난 옛 친구이다 보니 대화는 자연스럽게 초등학교 시절 추억담, 동창들의 근황 이야기로 흘렀다. 그러다 초등학교 동창 ‘요코아미’의 딸이 최근 엄청난 수의 도넛이 흩뿌려져 있는 방에서 숨져 있었다는 충격적인 소식이 화제로 떠올랐다.
요코아미의 딸은 원래 밝은 성격에 운동도 즐겨 하는 평범한 아이였는데, 고등학교 2학년 무렵부터 등교 거부를 시작했고 결국은 죽음에까지 이르렀다는 것이었다. 주변에서는 엄마가 아이를 학대해서 그렇다는 둥, 아이가 급격히 살이 찐 것이 자살의 원인이었다는 둥 입방아를 찧는다고도 했다. 그후, 히사노는 어쩐지 소녀의 죽음에 신경이 쓰인다.
『조각들』의 씨실과 날실을 이루는 것은 크게 두 이야기이다. 먼저, 미스 재팬 출신의 미용외과(피부과)의 히사노와 그를 찾아온 손님(혹은 환자)들이 마주하여 빚어내는 심리 상담 에피소드, 다른 하나는 주인공 히사노가 주변 인물과의 인터뷰를 통해 소녀의 죽음에 대한 수수께끼를 쫓는 추적 에피소드. 어느 쪽 이야기이든, 더없이 솔직한 민낯의 대화가 펼쳐진다.
외모 콤플렉스를 탈피하고자 병원을 찾은 사람들은 자신에게 열등감을 선사한 타인들을 비난하고, 죽은 소녀의 주변 사람이자 히사노 자신의 옛 지인들 역시 히사노를 반기는 듯하면서도 그를 향한 수십 년 묵은 질투를 우악스럽게 뱉어내는데…….
이 모든 것의 배경에는 외모를 준거 삼아 타인은 물론 자기 자신까지 품평하는 뿌리 깊은 ‘외모강박사회’가 자리하고 있다. 지금까지 살인 혹은 유괴 등 묵직한 사회사건의 이면을 파헤쳐온 작가에게 외모강박사회는 그 자체로 하나의 사건이었던 것이다. 미나토 가나에는 소설 속 등장인물의 입을 빌려 의미심장한 한마디를 전한다.
“아름다워지면 행복해질까요?” 『조각들』은 일본 출간 당일부터 아마존 베스트 차트 1위를 기록하며 열혈 외모강박사회를 살아가는 모든 독자들에게 강렬한 독후감을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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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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