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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183)] 곰



저자
윌리엄 포크너 지음
출판사
문학동네 | 2013-01-08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곰』은 백인 소년 아이작이 도덕적 성숙을 향해 나아가는 성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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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읍시다 (183)] 곰

윌리엄 포크너 저 | 민은영 역 | 문학동네 | 228쪽 | 9,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윌리엄 포크너의 『곰』은 1942년 출간된 『모세여 내려가라와 다른 이야기들』에 수록되었던 총 일곱 편의 작품들 가운데 핵심을 이루는 소설이다. 20세기 단편소설 가운데 가장 놀라운 업적으로 인정받는 작품이며 19세기 말 남북전쟁 이후의 미국을 배경으로 당시의 시대상을 잘 표현해낸 미국 현대문학의 걸작이다. 『곰』은 포크너의 주요 장편소설에서 보이는 난해한 절망감에서 탈출한 최초의 작품이자 신화적 분위기 속에서 도덕적 성숙을 향해 가는 빼어난 성장소설이다.

 

작가는 이 작품에서 백인 소년 아이작을 주인공으로 삼아, 소년이 광활한 숲에서의 경험을 통해 자연의 위대함을 깨닫고, 최고의 사냥꾼 샘과 전설의 늙은 곰 올드벤을 만나 진정한 숲의 주인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그러나 이 작품은 숲에서의 경험을 통해 소유와 권리에 대한 의미를 확인하며 진정한 인간으로 거듭나는 백인 소년의 이야기다. 뿐 아니라 포크너의 다른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흑인들의 내적 변화와 함께 남부 백인 사회의 변화를 엿볼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100여 편의 단편을 창작한 포크너, “단편은 시 다음으로 가장 매력적인 문학 형태”

 

십대 때부터 시를 쓰기 시작해 1924년 첫 시집 『대리석 파우누스』를 출간하며 문학 인생을 시작한 윌리엄 포크너는 단편을 시 다음으로 가장 매력적인 문학 형태로 간주했다. 그는 실제로 장편소설을 제외하고도 100편이 넘는 단편소설을 발표했다. 『포크너의 단편소설』의 저자 제임스 퍼거슨은 포크너의 단편들이 장편들에 비해 덜 알려진 것은 당시의 문학비평 풍토가 단편이라는 장르에 대해 우호적이지 않았던 점도 있다. 또 현대적이고 실험적인 소설 기법을 통해 구축한 포크너의 예술 세계가 상대적으로 전통적인 방식으로 창작된 단편의 업적을 가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해석한다.

 

윌리엄 포크너의 작품들 가운데 비평가들이 현대사회와 인종 문제를 다루기 위해 가장 많이 접근하는 작품은 『모세여 내려가라와 다른 이야기들』이다. 그중에서도 『곰』은 그 핵심을 이루는 이야기이다. 포크너의 초기 걸작들에서 보이는 형식적 실험이 엿보이는 유일한 단편이면서 다른 장편들에 비해 서사 중심으로 쓰여 비교적 용이하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한 소년의 성장담, 한 가문의 연대기, 한 나라의 역사

 

『곰』은 전체 다섯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아이작이 열여섯에 사냥을 떠나는 1장을 시작으로, 아이작의 회상, 그가 태어나기 전의 과거사, 그가 노인이 된 후의 장면이 시간을 넘나들며 진행된다.

 

첫 세 장은 소년을 포함한 사냥꾼 일행이 전설의 곰 올드벤을 추격하는 이야기다. 보통명사인 ‘곰’이 아니라 고유명사 ‘올드벤’이라는 이름을 획득한 이 곰은 광활한 황야를 자기 집 마당처럼 휩쓸고 다니며 사람들 사이에 수많은 전설을 만들어낸 영물이다. 아이작에게 사냥을 가르치고 자연에 대한 감수성을 심어준 샘 파더스는 인디언 추장과 흑인 노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 노예로서 올드벤을 겁내지 않고 추격할 수 있는 유일한 개 라이언을 알아본 인물이기도 하다.

 

마지막 장은 다시 사냥 이야기로 돌아간다. 곰을 쓰러뜨린 마지막 사냥 이후 거의 2년 만에 아이작은 샘과 라이언이 묻혀 있는 땅을 다시 찾는다. 그리고 그곳에서 생명의 영속성에 대한 영적 체험을 하게 된다. 그리고 이야기의 후미를 장식하는 것은 무언가에 홀린 듯 미치광이 같은 모습으로 등장하는 곰을 죽인 사냥꾼 분 호갠벡이다.

 

나이가 차면 숲으로 나가 사냥할 수 있기를 동경하던 백인 소년 아이작은 열 살이 되던 해 드디어 드넓은 황야를 마주한다. 그곳은 소년이 태어나기도 전부터 전설이 된 늙은 곰 ‘올드벤’이 지배하는 곳. 오랜 세월 광활한 황야를 누비며 사람들 사이에 수많은 전설을 만들어낸 늙은 곰 올드벤은 숲의 수호자와도 같은 존재다. 곰을 사냥하기 위해 황야로 들어오는 사람들 중 실제로 곰을 죽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곰은 “살아남기 위해서 맹렬하고 무자비했을 뿐만 아니라 자율과 자유에 대한 맹렬한 긍지로 인해 또한 무자비했기에” 그대로 숲의 전설이 되었다. 숲에 들어온 어느 날, 아이작은 곰이 존재를 드러내주기를 고대하며 총을 버리고 길을 나선다.

 

 

작가 윌리엄 포크너 소개

 

1897년 9월 2일 미시시피주(州)의 뉴올버니에서 출생하였다. 1949년도 노벨문학상 수상자이며, 두 차례 퓰리처상을 받았다.

 

남부(南部)의 명문가에서 태어나 어릴 적에 근처인 옥스퍼드로 옮겨 그의 생애의 태반을 이곳에서 보냈다. 군인이자 작가, 정치가였던 증조부와 변호사로 성공한 조부 밑에서 유복한 유년기를 보내며 미국 남부의 아름다운 자연 풍광과 문학에 조예가 깊은 어머니의 영향을 받았다. 아버지의 사업차 이주한 옥스퍼드에서 학교를 다녔다. 그러나 어려서부터 글을 좋아하여 고교 시절 시집(詩集)을 탐독하고 스스로 시작(詩作)을 시도하였으나 고교를 중퇴하였다. 제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자 지원해서 캐나다의 영국공군에 입대하였고, 제대 후 퇴역군인의 특혜로 미시시피대학교에 입학하여 교내 정기간행물에 시를 계속해서 발표하였다. 1920년 대학도 중퇴하고 곧 고향으로 돌아와, 1924년 친구의 도움으로 처녀시집 『대리석의 목신상(牧神像)』을 출판하였다.

 

그 후 소설을 쓰기 시작해 1926년 전쟁으로 폐인이 된 한 공군장교를 주인공으로 한 첫작품 『병사의 보수』를 발표하고, 1927년 풍자소설 『모기』, 1929년 남부귀족 사토리스 일가(一家)의 이야기를 쓴 『사토리스』를 발표하였다. 이어 1929년 또 다른 남부귀족 출신인 콤프슨 일가의 몰락하는 모습을 그린 문제작 『음향과 분노』를 발표하여 일부 평론가의 주목을 끌었다.

 

다시 1930년 가난한 백인 농부 아내의 죽음을 다룬 『임종의 자리에 누워서』, 1931년 한 여대생이 성불구자에게 능욕당하는 사건을 둘러싸고 살인사건이 벌어지는 작품 『성역(聖域)』(1931)을 발표하여 일반 독자에게도 이름이 알려지게 되었다. 그 후 『8월의 햇빛』(1932) 『압살롬, 압살롬』(1936) 『야성의 종려(棕櫚)』(1939) 『마을』 『무덤의 침입자』(1948) 『우화(寓話)』(1954, 퓰리처상 수상) 『읍내(邑內)』(1957) 『저택(邸宅)』(1959), 그리고 유머를 특색으로 하는 『자동차 도둑』(1962, 퓰리처상 수상) 등 장편소설을 계속해서 발표하였다. 이 밖에도 중편과 단편도 상당히 써서 『곰』을 비롯한 몇 권의 단편집도 펴냈다.

 

『음향과 분노』는 포크너의 대표작품이다. 이 작품에서 포크너는 자신의 고향인 ‘요크나파토파군(Yoknapatawpha郡)’으로 불리는 독특한 소설공간을 창조했다. 포크너는 자신이 '우표만한 조그만 고향땅'으로 묘사한 이 공간을 소설무대로 활용하면서 자신의 특수한 삶의 경험을 보편적 언어로 극화시키는 길을 발견했다. 파격적이고 현란한 언어와 다양한 형식의 실험을 통해 몰락해가는 미국 남부사회의 독특한 정서 구조를 드러낸다. 그는 그 곳을 무대로 해서 19세기 초부터 20세기의 1940년대에 걸친 시대적 변천과 남부사회를 형성하는 것으로 생각되는 대표적인 인물들을 등장시켜 한결같이 배덕적(背德的)이며 부도덕한 남부 상류사회의 사회상(社會相)을 고발하였다. 이것은 결국 인간에 대한 신뢰와 휴머니즘의 역설적 표현을 통해 인간의 보편적인 모습을 규명하려는 그의 의지의 발현(發現)이라 할 수 있다.

 

포크너는 대담한 실험적 기법과 깊은 인간통찰을 통해 자신만의 우주를 창조하였고 현대인이 안고 있는 고뇌와 그 극복의 과정을 진실하게 추구하여 세계 여러 나라 문학에 영향을 끼쳤다. 그의 작품에는 20세기 전반에 걸쳐 서구를 휩쓴 비극적 시대정신이 짙게 배어 있어 그의 세계관은 본질적으로 비극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박속심 기자(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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