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읍시다 (185)] 호텔 로완트리
팀 보울러 저 | 유영 역 | 놀 | 408쪽 | 13,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리버보이』 작가 팀 보울러가 선보이는 미스터리 스릴러 『호텔 로완트리』. 작가가 그동안 추구해온 감성적인 성장문학의 범주를 뛰어넘는 색다른 매력의 작품으로, 살인사건과 맞닥뜨린 십대 소녀를 통해 청소년기의 불안과 공포를 생동감 넘치게 그려냈다. 청소년기 아이들이 지닌 ‘내면의 어둠’을 수면 위로 끌어올린다. 시골마을의 낡고 오래된 호텔 로완트리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사건들과, 가족과 이웃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홀로 분투하는 한 소녀의 이야기가 긴박하게 펼쳐진다.
작은 시골마을과 가족의 일상을 뒤흔드는 로완트리 호텔의 비밀
가족과 함께 조용한 시골마을의 낡고 오래된 호텔 로완트리로 이사 온 소녀 마야 먼로. 어느 해 질 무렵, 오빠인 톰과 집 근처의 오솔길을 산책하던 마야는 알 수 없는 무언가에 홀려 자신도 모르는 사이 숲 속으로 뛰어들고, 그곳에서 세 구의 시체를 발견한다. 파란 드레스를 입고 말굽 모양의 펜던트를 목에 건 여자, 은색 시계를 손목에 찬 빨간 머리 남자, 그리고 신원을 알 수 없는 또 한 사람. 공포에 질려 가까스로 숲을 빠져나온 마야는 그 사실을 가족들에게 알리고 경찰에 도움을 요청하지만, 놀랍게도 그녀의 집을 방문한 경찰들 가운데 자신이 숲 속에서 본 시체와 똑같은 얼굴을 한 여자가 있다는 것을 깨닫고 충격에 휩싸인다.
모두가 혼란에 빠져 있는 사이 어디론가 사라져버린 시체, 시체와 같은 얼굴을 한 마을 사람들, 어둠에 잠긴 로완트리에서 들려오는 의문의 소리, 그리고 마야의 눈앞에만 나타나는 기묘한 환영. 그곳에 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지독한 악몽이 시작된다. 마야는 숨겨진 진실에 다가서기 위해, 두려움에 맞서 혼자만의 싸움을 시작한다.
십대 안에 내재된 ‘불안’과 ‘혼란’의 심리를 그려내다
팀 보울러는 이 소설에서 자신의 전매특허인 서정적 판타지를 과감히 버리고 미스터리 스릴러라는 새로운 장르를 택했다. 그간 발표한 작품에서 주로 십대들의 꿈과 우정, 사랑, 가족애 등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들여다보고 그들의 이야기를 섬세하고 감성적인 문체로 풀어냈다. 하지만 『호텔 로완트리』에서는 ‘살인사건’이라는 비일상적인 상황에 맞닥뜨린 열네 살 소녀를 통해 좀처럼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청소년기의 불안과 혼란, 공포를 긴박하게 그렸다.
마을을 둘러싸고 있는 깊고 어두운 숲, 낡은 호텔, 이웃의 일에 사사건건 관심을 갖는 마을 사람들까지. 대도시 런던에서 자란 마야에게는 이 새로운 환경이 낯설고 불편하기만 하다. 게다가 정체 모를 소리와 환영에 끊임없이 시달리지만 가족들조차 좀처럼 그녀를 이해하지 못한다. 자신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불길한 사건들의 한복판에서 홀로 두려움을 이겨내려 애쓰는 소녀의 모습은 소설 전체에 장르적 긴장감을 불어넣어 준다. 뿐만 아니라 작은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불안해하는 사춘기 십대들의 예민한 심리까지도 드러내 보인다.
『호텔 로완트리』는 청소년기 아이들 모두가 가지고 있는 ‘내면의 어둠’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려는 작가의 의도가 한층 강하게 드러난 작품이다. 우리는 이 소설을 통해 그동안 보지 못했던, 팀 보울러만의 매혹적인 미스터리를 만날 수 있다. 결말을 예측할 수 없는 정교한 구성, 긴장감 넘치는 강렬한 묘사가 한순간도 책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작가 팀 보울러 소개
'해리포터'를 제치고 만장일치로 카네기 메달을 수상하면서 일약 세계적인 작가 주목받은 청소년소설가. 1953년 영국 엑세스 지방에서 태어났다. 노르위치 대학을 졸업한 후, 교사와 번역가로 활동하다가 마침내 청소년문학 작가로 데뷔했다. 10대들의 꿈, 사랑, 우정, 가족애 등을 감성적이고 환상적인 미스터리와 절묘하게 혼합해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재탄생시키는 데 탁월하며 현재 영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성장소설 작가이다.
첫 작품인 『꼬마 난장이 미짓』으로 Beligian Boekenwelp Award와 뉴욕도서관 청소년문학상을 받았다. 1997년 『리버보이』가 영국 카네기 메달상 후보에 노미네이트 되어 경쟁작 『해리포터』를 제치고 만장일치로 수상작이 되었다. 그 밖의 주요 작품으로는 『스쿼시』(랭커셔도서관 청소년문학상 수상) 『스타시커』(앵거스 도서상, 뉴욕도서관 청소년문학상 수상) 『스톰 캐쳐』(랭커셔도서상 수상) 『프로즌 파이어』 등이 있다.
『리버보이』와 『스타시커』 등으로 세계인들을 사로잡은 팀 보울러는 국내에서도 수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팀 보울러는 그만이 가진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문학관을 정립, 청소년뿐 아니라 세대를 아우르는 감동을 이끌어냈다는 평을 받았다. 팀 보울러는 이러한 호평에 만족하지 않고 지금도 끊임없이 스타일을 변화·발전시키고 있다. 최근에는 기존의 환상적이고 서정적인 분위기를 과감하게 탈피하여, 십대들의 폭력과 범죄, 불안과 같은 현실의 문제들을 긴장감 넘치게 그려냄으로써 자신의 작품세계를 한층 더 넓혀가고 있다.
박속심 기자(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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