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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188)] 누구나 홀로 죽는다


누구나 홀로 죽는다

저자
한스 팔라다 지음
출판사
씨네21북스 | 2013-01-18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노동자 부부, 엽서로 나치에 대항하다!나치와 싸우기로 결심한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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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읍시다 (188)] 누구나 홀로 죽는다

한스 팔라다 저 | 이수연 역 | 씨네21북스 | 787쪽 | 16,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히틀러가 일으킨 전쟁에서 아들이 무의미한 죽임을 당하자, 노동자 부부 오토와 안나 크방엘은 나치에 맞서 싸우기로 결심한다. 그들이 선택한 방법은 엽서에 반히틀러 메시지를 적어 사람이 많이 다니는 건물에 놓아두는 것. 그러나 2년 동안 뿌린 276통의 엽서는 18통을 제외하고 고스란히 게슈타포의 손으로 들어갔고, 부부는 투옥된다. 그들은 고작 18통을 위해 목숨을 걸었던 것이다. 저항이 약하건 강하건, 작건 크건 누구나 자기 목숨보다 더 큰 것을 걸 수는 없다. 누구나 자기가 가진 힘과 능력만큼 행동할 뿐이다. 중요한 건 바로 저항한다는 사실 자체이다.

 

이 소설은 베를린의 한 노동자 부부가 1940년부터 1942년까지 저질렀던 불법 행위에 관한 게슈타포의 기록을 바탕으로 씌어졌다. 나치라는 거대한 악과, 침묵과 두려움으로 그에 동조한 독일 시민들, 자기 업무에 충실한 게슈타포, 이웃을 염탐해 먹고사는 협잡꾼, 그 와중에 희생된 무고한 사람들. 그리고 그럼에도 인간임을 잊지 않고 무력하지만 용감한 싸움을 벌인 사람들의 이야기가 놀라운 흡인력으로 읽는 이를 사로잡는다.

 

 

엽서 한 장으로 나치와 싸운 노동자 부부의 실화 소설

 

나치 치하, 독일 시민들은 모두가 히틀러에게 동조했을까? 이웃나라와 전쟁을 일으키고, 유대인을 탄압해 부와 영화를 가져다주겠다는 약속을 모두가 믿고 따랐을까? 『누구나 홀로 죽는다』를 쓴 작가 한스 팔라다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그는 실화를 바탕으로 쓴 이 소설에서 외롭고 무모한 저항 끝에 목숨까지 잃은 노부부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의 존엄을 믿고 끝까지 선량함을 버리지 않은 독일 시민들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한스 팔라다는 1893년 독일 그라이프트발트에서 태어나 귀족 영지의 관리인, 광고인, 출판편집자 등 다양한 일을 했다. 1920년 소설 『젊은이 괴데샬』로 작품활동을 시작해 1947년 세상을 뜰 때까지 『농부, 관료, 그리고 폭탄』 『늑대들 속 늑대』 등 여러 작품을 썼다. 팔라다는 한국 독자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의 이름을 딴 문학상이 제정되어 귄터 그라스, 베른하르트 슐링크, 스텐 나돌니 등 쟁쟁한 작가들이 수상했을 만큼 영향력 있는 독일의 국민 작가다.

 

팔라다는 1945년 게슈타포 기록을 통해 베를린에 살았던 한 노동자 부부의 이야기를 알게 됐다. 그들은 1940년부터 1942년까지 히틀러에 반대하는 메시지를 적은 엽서를 적어 공공장소에 뿌렸다. 자식은 없었고, 적막을 즐겨 고립된 생활을 하던 이들은 부인의 남동생이 전사한 것을 계기로 반 히틀러 운동을 시작했다.

 

외롭고 무모한 저항이 선사하는 기적 같은 힐링

 

그들은 자신들의 이 지난한 작업이 곧 여론을 불러일으킬 수 있으리라 믿었다. 그러나 2년여 동안 썼던 200여 통의 엽서는 대부분 게슈타포로 신고 됐다. 게슈타포는 긴장했다. 정련되지 않은 문장, 순박한 구호는 누가 봐도 조직이 아닌 일반 시민이 만든 것이 분명했다. 사회주의 운동가들이라면 으레 쓸 법한 교조화된 관용구나 구호도 없었다. 별것 아닌 엽서 몇 장에 불과했지만, 민중의 반발을 두려워한 게슈타포는 이들을 색출하기 위해 혈안이 됐다. 몇 번의 행운이 부부를 도왔으나 그 행운은 오래가지 않았다. 이들은 1942년 체포됐고 사형에 처해졌다.

 

이 소설의 매력은 묵직한 주제의식과 더불어 다양하고 입체적인 인물들에 있다. 당시 독일에 살았던 무수히 많은 사람들 가운데, 두려움으로 침묵하는 다수의 인물들과 그저 성실하게 자신의 일을 할 뿐인 게슈타포, 도박중독자이자 무능력해서 동정의 가치가 없는 인물이지만 희생양이 되어버린 사람, 그리고 그들을 아무 대가 없이 도와주는 선량한 시민들의 이야기가 그물처럼 촘촘하게 짜여 있다.

 

 

작가 한스 팔라다 소개

 

본명 루돌프 디첸. 1893년 그라이프트발트에서 태어나 1947년 베를린에서 사망했다. 1915년에서 1921년까지 귀족 영지의 경리이자 감독관으로, 1928년에서 1931년까지는 청원서 작성인, 광고수집인, 출판사 편집자로 일햇다. 1920년 소설 『젊은이 괴데샬』로 등단했다. 여러 언어로 번역된 장편, 『소시민 친구, 그래서 어쩔 건가?』를 통해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대표작으로 『농부, 관료 그리고 폭탄』, 『양철그릇으로 먹어본 사람이라면』, 『늑대들 속 늑대』, 『불굴의 구스타프』, 『무르켈라이의 이야기들』, 『누구나 홀로 죽는다』 가 있다.

 

박속심 기자(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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