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읍시다 (1875)] 외로워도 외롭지 않다
정호승 저 | 비채 | 596쪽 | 17,800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내 인생에 용기가 되어준 한마디》 이후 7년 만의 신작 산문집 『외로워도 외롭지 않다』. 전 세대에게 널리 사랑받는 시를 썼으며 교과서에도 시가 실려 있는, 열세 권의 신작 시집을 냈고 천 편이 넘는 시를 발표한 시인 정호승. 그의 독자라면 한 번쯤 궁금했을 것이다.
시인이 수선화를 바라보며 ‘외로우니까 사람이다’라고 노래한 까닭은 무엇일까(「수선화에게」), 어떤 인생의 바닥에 맞닥뜨렸기에 ‘바닥에 굴러떨어지면 바닥을 딛고 일어나면 된다’는 통찰을 얻게 되었을까(「바닥에 대하여」), 오랫동안 그의 시의 원천이 되어준 어머니에 대한 애틋한 기억(「어머니를 위한 자장가」)과 좀처럼 시에서 그린 적 없는 아버지와의 마지막 나날은 어떠했을까(「못」).
정호승 시인의 오늘을 있게 한 순간들과 이 순간들이 알알이 맺힌 시를 한 권에 담은 신작 산문집 『외로워도 외롭지 않다』가 출간되었다. 시인이 직접 가려 뽑은 시와 그 시에 얽힌 이야기를 쓴 산문이 짝을 이룬 ‘시가 있는 산문집’으로, 모두 60편이 실려 있다. 어린 시절의 사진부터 군 복무하던 시절, 부모님과의 한때, 존경하는 스승님과 찍은 사진 등 시인이 소중히 간직해온 20여 컷의 사진이 함께 실렸다.
한국을 대표하는 서정시인, 용기와 희망, 사랑을 전하는 시인, 사랑과 고통의 본질을 찾는 시인… 정호승 시인의 이름 앞에 붙는 수식어들이다. 그러나 『외로워도 외롭지 않다』에서는 이 같은 화려한 수식의 흔적이나 권위의식을 찾아보기 힘들다. 오히려 이 책은 인생의 고비마다 시를 길어 올렸다고 무릎 꿇고 고백하는 뜨거운 기도에 가깝다. 아름답게 채색된 명화도 스케치 한 휙에서 시작되었듯, 정호승 시인의 시 역시 성실하게 살아낸 하루하루에서 비롯되었음을 신작 산문집 『외로워도 외롭지 않다』는 증명한다.
중학생 시절, 범어천을 오가며 시심(詩心)을 키우고, 가계부에 쓰인 어머니의 시를 보고 놀란 기억(〈벗에게〉), ‘인생은 나에게 술 한잔 사주지 않았다’며 인생과 신을 원망하던 날들(〈술 한잔〉), 구두에 오줌을 싸놓은 반려견에게 성을 내고 후회한 일(〈윤동주 시집이 든 가방을 들고〉), 좋은 아버지가 되고 싶어 고민하고 절망하던 나날(〈아버지의 나이〉), ‘족보에 없는 형제’라 할 만큼 가까웠던 정채봉 작가와의 우정(〈정채봉〉), 그리고 누구나 한 번은 겪게 마련인 부모와의 이별….
가까운 친구에게 털어놓을 법한 내밀한 인생 이야기가 어떻게 시인의 대표작으로 승화되었는지가 이 한 권의 책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의 인생이 시가 되어 맺혔듯 모두의 인생이 한 편의 시라는 시인의 메시지는 읽는 이들에게 가슴 먹먹한 위로를 선사한다.
작가 정호승 소개
1950년 경남 하동에서 태어나 대구에서 성장했다. 경희대 국문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1972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동시 「석굴암을 오르는 영희」가, 1973년 대한일보 신춘문예에 시 「첨성대」가, 1982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위령제」가 당선돼 작품활동을 시작했으며 ‘반시(反詩)’ 동인으로 활동했다.
시집으로 『슬픔이 기쁨에게』, 『서울의 예수』, 『새벽편지』, 『별들은 따뜻하다』,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라』, 『이 짧은 시간 동안,』 『포옹』, 『밥값』, 『여행』, 『나는 희망을 거절한다』등이, 시선집으로 『내가 사랑하는 사람』, 『흔들리지 않는 갈대』, 『수선화에게』 등이, 동시집 『참새』, 영한시집 『부치지 않은 편지』, 『꽃이 져도 나는 너를 잊은 적 없다』, 어른을 위한 동화집 『항아리』, 『연인』, 『울지 말고 꽃을 보라』, 『모닥불』, 『기차 이야기』 산문집 『내 인생에 힘이 되어준 한마디』, 『내 인생에 용기가 되어준 한마디』, 『당신이 없으면 내가 없습니다』, 『우리가 어느 별에서』, 『소년부처』 등이 있다. 소월시문학상, 정지용문학상, 편운문학상, 가톨릭문학상, 상화시인상, 공초문학상, 김우종문학상, 하동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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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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