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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1876)] 풍요중독사회

[책을 읽읍시다 (1876)] 풍요중독사회

불안하지 않기 위해 풍요에 중독된, 한국 사회에 필요한 사회심리학적 진단과 처방 

김태형 저 | 한겨레출판 | 288| 16,000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정조, 연산군 등 역사 인물부터 문재인, 박근혜, 안철수, 이재명 등 최근 정계 인물까지 고유의 심리분석으로 화제를 모은 심리학자 김태형이 이번엔 풍요에 중독된 한국인의 심리를 분석했다. 한국사회와 한국인의 정신건강을 전문적으로 연계해 분석해온 대표적 사회심리학자인 저자는 오늘날 한국인의 삶을 학대를 피해 미친 듯이 위계의 사다리를 올라가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풍요중독사회는 끝이 없는 위계 속에서 불안을 방어하고, 불안으로부터 도망치려다 풍요중독자가 된 사람과 사회에 대한 사회비평서이다. 이 책은 우리가 각종 불화와 혐오심리에 시달리는 병리적 풍요-불화사회에 살고 있다고 진단하고, 여기서 벗어나 물질과 정신건강이 대등하게 보장된 풍요-화목사회 시민이 되기 위한 방법들을 총 7장에 걸쳐 이야기한다.

 

1모두 다 승자인 동시에 패자인 사회에선 풍요/화목이라는 두 가지 기준에 따라 사회를 네 가지로 분류하고, 그중 우리가 속한 풍요-불화사회의 문제점을 하나씩 톺아본다. 2불안의 시대3불화지수로 한국인의 정신건강 진단하기에선 풍요-불화사회를 살아가는 한국 사람들의 불안에 대해 본격적으로 살핀다.

 

4존중받기 위해 돈을 욕망하는 사람들에서는 관점을 좀 더 확대해 나르시시즘과 자기홍보 경향이 심해지는 이유, 풍요-불화사회를 살아가는 부자들의 심리 등을 살펴본다. 5초라한 개인주의 사회에서는 코로나19와 분열 사회의 두 가지 얼굴은 무엇인지, 오늘날 분노형 범죄가 유독 많은 이유는 무엇이며, ‘일할 맛이 실종되고 활력 상실 사회가 된 배경은 무엇인지를 다룬다. 마지막으로 결론, 처방 파트라고 할 수 있는 6장과 7장에서는 인간이 왜 정의를 원하며, 한국인은 유독 왜 정의에 민감한 것인지, 한국이 나아가야 할 길을 무엇인지 등을 불평등과 사회 안전망 측면에서 두루 살핀다.

 

인류가 살아온 사회를 물질과 정서(심리), 두 가지 측면에서 살펴본다면 대표적으로 기준이 되는 키워드가 가난과 풍요, 불화와 화목이다. 저자 김태형은 이 키워드에 따라 사회를 네 가지로 분류한다.

 

첫째, 가난-불화사회는 한 쪽밖에 없는 콩을 서로 차지하려고 싸우는 사회이다. 자본주의 이전 시기의 계급사회들이 해당된다.

 

둘째, 가난-화목사회는 콩 한 쪽이라도 나누어 먹는 사회로서 사람들이 이런 사회가 정말로 존재할까?’ 가장 많이 의문을 갖는 사회이다. 그러나 명백히 장기간 존재해왔으며, 계급이 생겨나기 이전의 원시공동체 사회, 사회주의국가인 쿠바나 평등 수준이 높은 아프리카의 일부 소국 등이 해당된다.

 

셋째, 풍요-불화사회는 먹을 것이 넘쳐나지만 극소수가 독차지해 남은 사람들끼리 서로 싸우는 사회이다. 19세기 무렵부터 본격적으로 등장했으며, 지금의 한국 사회, 미국과 유럽 등 소위 자본주의 선진국들이 해당된다.

 

넷째, 풍요-화목사회는 먹을 것이 풍족하고 사이좋게 나누어 먹는 가장 이상적인 사회이다. 절대적인 기준에서의 풍요-화목사회는 실현된 적이 없지만, 상대적인 기준으로는 북유럽 나라들의 일부 특징들이 풍요-화목사회 특성으로 분류될 수 있다.

 

한국 사회는 어디에 속할까?

 

저자는 1990년대 이전까지의 한국은 가난-화목사회이고, 21세기 이후는 풍요-불화사회라고 정의한다. 특히 21세기에 들어와 과거보다 훨씬 더 불평등한 사회가 되었는데, 이는 경제학자들, 국세청 등에서 내놓은 수치적 자료뿐 아니라 경제적 차이를 당연하게 위계화, 계급화하는 사람들 심리만 보아도 알 수 있다.

 

경제력에 따라 거주지가 분리되고, 직업도 일자리도 끊임없이 불안정한 유목민 노동자로서 살아야 하는 사회. 올라갈 계단이 자꾸만 높아져 늘 패자의 심리로 살아가야 하는 사회. 지금의 풍요중독사회다.

 

저자는 과거에는 기껏해야 4~5층짜리 위계 피라미드사회였다면, 오늘날은 100층이 넘는 위계피라미드사회라고 진단하며, 한국에서는 단지 연봉이나 재산 같은 돈뿐만 아니라 지위, 직업, 자가용, 학력, 외모 등 물질을 상징하는 모든 것에 따라 사람의 등급이 매겨진다고 말한다.

 

풍요-불화사회는 사회안전망이 취약한 사회이다. 일정 궤도에 오르지 못하면 꺾여 추락하는 절벽 사회에서 사람들의 목표는 중산층 수준의 삶이다. 사람들은 그에 미치지 못할 경우 극심한 생존 불안과 존중 불안을 느낀다.

 

또한 지위에 따라 존중 여부가 달라지는 사회에서 사람들은 평가 불안으로 괴로워하고 자기 연출을 해야만 한다는 압박을 받는다. 위계를 드러내는 소유물의 중요성이 비정상적으로 커졌기에, 라면만 먹고 전월세에 살면서도 외제차를 타고 다니는 이들이 많아진 현상들이 생기는 것이다.

 

저자는 한국 사회가 여러 사회문제를 유발하는 진정한 근원에는 손을 대지 못하고 땜질식 처방에만 매달려왔다면서 이런 땜질식 처방이 정신질환의 양적 증가와 다양한 변종화를 만들었다며, 한국 사회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네 가지(불안 해소, 기본소득제, 조직민주주의, 평화체제로의 전환) 방법을 제시한다. 세부적인 방법들로는 무상의료, 저렴한 임대주택제도, 북유럽의 노동자 경영참여 방식, 색깔론/종북몰이 타파, 노동의 의미 재정의 등이 있다.

 

이 책에서 저자가 진단하고 처방한 방법들로 한국 사회의 극단적인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다면, 지금 한국인을 절벽 끝까지 몰고 가는 가장 큰 불안인 생존 불안과 존중 불안이 다소 해소될 것이다. 또 그렇게 될 때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만이 타인도 사랑할 수 있듯이, 자신의 위계를 긍정하고 자랑스러워하는 사람만이 동일한 위계의 사람들을 사랑하고 연대할 수 있다는 저자의 말처럼, 서로에게 단단한 안전 밧줄이 된 사회가 실현되지 않을까.

 

 

작가 김태형 소개

 

심리연구소 함께소장. 고려대학교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임상심리학을 공부했다. 주류 심리학에 대한 회의로 학계를 떠났다가 다시 돌아와, 기존 심리학의 긍정적인 점을 계승하는 한편 오류와 한계를 과감히 비판하고 올바른 심리학을 정립하기 위해 매진하면서 사람과 사회를 분석하는 작업에 힘쓰고 있다.

 

저서로는 가짜 자존감 권하는 사회, 무의식의 두 얼굴, 자살공화국(2017년 세종도서 교양 부문 선정 도서), 실컷 논 아이가 행복한 어른이 된다(2016년 세종도서 교양 부문 선정 도서), 싸우는 심리학, 누구에게나 어린 시절의 상처가 있다, 트라우마 한국 사회, 거장에게 묻는 심리학, 불안 증폭 사회(2011년 세종도서 교양 부문 선정 도서), 사이코패스와 나르시시스트, 새로 쓴 심리학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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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