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1879)] 다정한 매일매일

[책을 읽읍시다 (1879)] 다정한 매일매일

빵과 책을 굽는 마음 

백수린 저 | 작가정신 | 240| 14,800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2011년 등단 이후 세 권의 소설집을 비롯해 중편소설, 짧은소설, 번역서 등을 펴내며 활발한 행보를 보여준 백수린 작가의 첫 산문집 다정한 매일매일. 젊은작가상, 문지문학상, 이해조소설문학상, 현대문학상을 수상하면서 평단과 대중의 호평을 두루 받아온 그는 일상의 미세한 균열과 그 안에서 소요하는 복잡미묘한 관계의 모습들을 단단하게 그려왔다. 

 

다정한 매일매일경향신문2017년부터 2019년까지 격주로 연재한 글들을 수정·보완하고 새롭게 쓴 글들을 더한 것으로, 등단한 지 어느덧 10년 가까이 된 소설가로서의 꾸준한 성찰과 사유가 응집되어 있는 책이자, ‘을 매개로 작가가 애착을 갖고 살펴온 삶의 세목들에 대한 마음을 담은 책이다.

 

때론 달콤하고 때론 슴슴한, 세상의 많은 빵들만큼이나 다채로운 풍미를 지닌 한 편 한 편의 글들은 작가가 오래 붙들려온 책들에게로 우리의 시선을 이끈다.

 

문학 작품은 물론, ‘난민을 주제로 한 그림책부터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과학교양서, 주변인과 소수자에 대한 관찰이 아닌 공생을 담아낸 사회학 보고서, 원예지침서와 식품교양서에 이르기까지 폭넓고 다양한 책들의 면면을 찬찬히 펼쳐보노라면, 현실에 치여 종종 외면해온 우리들 마음 안팎의 풍경이 페이스트리의 결처럼겹겹이 되살아난다.

 

이 책은 총 다섯 개의 부로 나뉘어 있는데, 첫 번째 당신에게 권하고픈 온도에서는 우리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일의 중요성이, ‘하나씩 구워낸 문장들은 소설 쓰기에 대한 진솔한 고민과 각오가, ‘온기가 남은 오븐 곁에 둘러앉아는 가족과 친구, 반려견에 이르는 주변의 소중한 관계에 관한 일화들이 짧지만 밀도 높은 글들을 통해 조목조목 이어진다. 네 번째 빈집처럼 쓸쓸하지만 마시멜로처럼 달콤한에서는 사랑을 통한 인간의 근원적인 고독을, 마지막인 갓 구운 호밀빵 샌드위치를 들고 숲으로는 인간과 자연, 문화 안과 밖의 경계를 넘어선 연대를 아우른다.

 

이렇듯 우리가 발붙인 세계와 그 구석진 자리까지도 환히 빛을 비추는 작가의 응시와 탐색은 한 컷 한 컷 공들여 작업한 김혜림 그림 작가의 일러스트와 어우러지며 명징한 울림을 만들어낸다. 햇살 잘 드는 카페의 창가 자리에 앉아 차와 디저트를 앞에 두고 작가와 이야기를 나누는 듯한 느낌을 주는 이 책은, 삶이 고통스럽거나 불행 앞에서 무기력해질 때마다 온기를 간직한 한 덩이의 빵이 우리에게 있음을 잊지 말자고 당부하는 것만 같다.

 

은은하고 감미롭게 흐르다가도 이내 무뎌진 감각과 의식을 예민하게 건드리는 글들에는 백수린 작가가 그간 천착해온 인생에 드리운 빛과 그림자의 일렁이는 결들이 고스란히 담긴다. 그리고 필사적으로, () 소설을 계속 쓸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열의와, 소설을 읽고 쓰는 일이 좀 더 나은 삶에 한 발짝 더 가까이 다가가는 것이라는 각오가 글마다 선연히 새겨져 있다.

 

소설이 아닌 글을 처음으로 책으로 묶어내면서 걱정이 우선 앞섰다고 고백하는 작가이지만,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자기 앞에 주어진 하루하루를 성심을 다해 통과해온 한 소설가의 내면을 투명하게 마주함과 동시에, 스스로의 내면 또한 정직하게 그리고 조금은 더 온기 어린 눈길로 바라볼 수 있을 것 같다

 

오늘도 우리는, “각자의 상처를 저마다의 방식으로 받아들이면서 묵묵히 나만의 인생을 만들어나가고 있음을 이제는 믿기 때문에. 마음과 마음 사이가 어느 때보다도 멀게 느껴지는 계절에, 다정한 매일매일은 갓 구운 빵처럼 포근하고 좋아하는 책을 마주한 순간과 같이 따듯한 품을 기꺼이 그렇게 내어준다.

 

 

작가 백수린 소개

 

1982년 인천에서 태어났다. 연세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서강대학교 대학원과 Lyon 2 대학에서 불문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2011[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거짓말 연습이 당선되면서 등단했다.

 

소설집 폴링 인 폴, 참담한 빛, 여름의 빌라, 중편소설 친애하고, 친애하는, 짧은소설 오늘 밤은 사라지지 말아요, 번역서 문맹을 출간했다. 2015, 2017, 2019년 젊은작가상, 문지문학상, 이해조소설문학상, 현대문학상을 수상한 이력이 있다.

 

관리되지 않는 사설보호소에서 방치된 채 야생화된 개 재롱이와 일대일 결연을 맺었다.

 

 

<맑은 사회와 밝은 미래를 창조하는 시사타임즈>

<저작권자(c)시사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시사타임즈 홈페이지 = www.timesisa.com>



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