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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189)] 병원 고개의 목매달아 죽은 이의 집(전 2권)


병원 고개의 목매달아 죽은 이의 집. 1

저자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출판사
시공사 | 2013-02-18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섬뜩함과 비애가 공존하는 최후의 사건!일본 본격 추리소설의 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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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읍시다 (189)] 병원 고개의 목매달아 죽은 이의 집(전 2권)

요코미조 세이시 저 | 정명원 역 | 시공사 | 400쪽 | 각권 12,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대표작 『이누가미 일족』을 비롯해 『팔묘촌』 『혼진 살인사건』 등 연이어 히트작을 선보이며 국내에서도 많은 팬들을 확보하고 있는 일본 본격 미스터리의 거장 요코미조 세이시. 그가 창조해낸 일본 제일의 명탐정 ‘긴다이치 코스케’의 최후의 사건으로 알려진 『병원 고개의 목매달아 죽은 이의 집』이 출간됐다.

 

1975년 문학지 『야성시대』에서 연재를 시작, 근 2년 만에 완성된 이 작품은 끔찍한 사건을 다루고 있지만 인간에 대한 연민과 진한 비감이 여운으로 남는 역작이다. 단행본으로 출간되자마자 이듬해 영화화됐다. 이후 드라마로 제작되는 등 출간 당시 상당한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작품이기도 하다.

 

제2차 세계대전 패전 후, 몰락한 봉건 사회에서 나타나는 폐쇄성과 인간의 잔혹함을 그린 『악마의 공놀이 노래』나 『옥문도』와 달리 이 작품의 배경은 근대화로 향하는 50년대 일본 사회다. 후기작품인 『병원 고개의 목매달아 죽은 이의 집』에서는 암울한 현실을 냉철한 시각으로 풀어냈던 초·중기작품과는 다른 점들이 감지된다. 여성이 한 가문을 잊는 당주라는 설정, 재즈밴드 등 미국 대중문화에 대한 언급, 전통적인 지배계급인 지주나 귀족이 아닌 의사 가문이 사건의 중심이 된다는 점이 그렇다.

 

‘개화된 젊은이’를 더 이상 전통 사회를 붕괴시키는 위험 요소가 아닌, 서양 문물에 젖어 뿌리를 잃고 방황하는 신세대로 그리는 등 보다 다양한 시각으로 인간 군상을 묘사하기도 한다. 일본 문학사에 큰 획을 남긴 거장으로 평가받는 노(老)작가가 시대의 변화를 인정하고 그것을 작품에 반영, 본격 추리소설의 틀을 견지하면서도 날카로운 관찰력으로 일본 사회를 꿰뚫어보았던 것이다. 머리가 하얗게 센 도도로키 경부와는 달리 60대가 되어도 변함없이 젊음을 유지하는 긴다이치 코스케의 모습은 작가의 이러한 태도를 상징하는 것은 아닐까.

 

 

섬뜩한 요기와 비애가 공존하는 긴다이치 코스케 최후의 사건

 

3대째 의사를 배출해온 신흥 명문가 호겐 가(家)의 여주인 야요이. 예순을 훌쩍 넘긴 나이에도 아름답고 기품 있는 야요이의 유일한 자손인 유카리는 이기적이고 제멋대로인 아가씨다. 정체 모를 남자에게 “유카리를 납치했으며 목숨은 살려주지만 실컷 유린하다 돌려보내겠다”는 협박전화를 받은 야요이는 긴다이치에게 손녀를 찾아줄 것을 은밀히 의뢰한다.

 

그로부터 3주 후, 한 미모의 여성이 지금은 폐가가 된 호겐 가문의 옛 본가 ‘병원 고개 집’에서 결혼기념사진을 찍어달라며 혼조 사진관을 찾는다.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계속되자 호기심이 동한 혼조는 긴다이치에게 그 부부의 사연을 조사해줄 것을 부탁한다.

 

기묘한 우연에 전율하던 차, ‘병원 고개 집’에서 한 남성의 잘린 목이 발견된다. 샹들리에에 매달아놓은 목 아래에 길게 늘어진 단자쿠(시를 적어놓은 종이), 그 처참한 형상은 마치 처마 밑에 걸어두는 ‘풍령’ 같다.

 

요코미조 세이시의 대표작 중 하나로 반드시 언급되는 이 작품은, 복잡하고 비윤리적인 혈연관계, 명문가에 얽힌 오랜 원한, 다소 엽기적인 신체 절단 등 작가의 특징적 소재가 적절히 배치된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의 집대성이라 할 수 있다.

 

작가는 변화하는 사회와 과거에 매몰된 개인에 대한 비애를 익숙한 요소, 즉 자신이 구축해놓은 추리소설의 틀 안에 풀어놓았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는 놀랄 만한 트릭은 등장하지 않는다. 2권에서 선보이는 트릭 역시 범인 스스로 작가의 다른 작품을 참고한 것이라고 말한다. 범인을 밝히는 방식도 예전처럼 극적이지 않으며 후반에 덤덤한 태도로 진상을 서술한다. 그리고 더없는 슬픔을 남긴 채 모든 사건이 마무리된다.

 

서글픈 분위기와 비극적 서사가 중심을 이루는 이 작품은 ‘독자를 떠나는 긴다이치의 마지막 인사’이기도 하다.

 

 

작가 요코미조 세이시 소개

 

일본 본격 추리소설의 거장으로 추앙받고 있는 작가. 1976년 영화 『이누가미 가의 일족』이 대성공을 거둠에 따라 폭발적인 요코미조 세이시 붐을 맞았고 거장으로서의 재평가도 이뤄졌다. 긴다이치 코스케(한국어명 김전일)를 탐정으로 한 탐정소설로 유명하다.

 

1902년 일본 고베에서 태어났다. 구제국오사카약전을 졸업하고 가업을 이어 약국에서 일하면서 틈틈이 작품을 써오다가, 1926년 일본 추리소설계의 아버지 에도가와 란포의 권유로 하쿠분칸(博文館)에 입사하여 편집자로 일하기 시작했다. 이후 「신청년」, 「탐정소설」의 편집으로 일했고, 1932년에 퇴사한 후 전업작가의 길을 걸었다.

 

제2차 세계대전 후에 추리소설 전문지 「보석」에 발표한 『혼진살인사건』으로 제1회 탐정작가클럽 상 장편 부문에서 수상하였으며, 「문예춘추」에 역대 일본 최고의 미스터리로 선정된 『옥문도』를 비롯하여, 『팔묘촌』, 『여왕벌』, 『악마의 공놀이 노래』 등의 명작을 차례로 발표했다. 현재 일본 본격 추리소설의 거장으로 추앙받고 있다. 잠시 절필을 하기도 했지만, 1976년에 영화 '이누가미 일족'이 대성공을 거두면서 거장으로서 재평가 받기도 했다. 2000년 문고본만으로 이미 판매량이 6천만 부를 넘어섰다. 그가 창조해낸 긴다이치 코스케는 일본의 국민 탐정으로 불린다. 1981년 12월28일 결장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현재 일본 본격 추리소설의 거장으로 추앙받고 있다.

 

1980년부터 가도카와 쇼텐의 주최로 장편추리소설신인상, 요코미조 세이시 미스터리 대상이 수여되고 있다.

 

박속심 기자(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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