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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191)] 노란 새


[책을 읽읍시다 (191)] 노란 새

케빈 파워스 저 | 원은주 역 | 은행나무 | 288쪽 | 13,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조너선 사프란 포어, 제이디 스미스 등 쟁쟁한 신예 작가들을 배출해낸 문학상 가디언 퍼스트북의 시상식은 작년 미국 출판계에서 그 어느 때보다도 초미의 관심사였다. 2012년 최대의 화제작이자 문제작이라 할 수 있는 케빈 파워스의 장편소설 『노란 새』가 최종 후보에 오른 강력한 경쟁자들을 제치고 이 상을 거머쥐었기 때문이다.

 

 

“이라크전에 관한 최초의 위대한 문학”

 

케빈 파워스의 소설은 동시대의 일반적인 소설과는 분명히 다른 지점에 서 있다. 이는 오늘날 대부분의 소설이 개인의 사적 경험에 기반한 ‘소(小)세계’를 다루는 것과 달리, ‘전쟁’이라는 거대한 공적 경험이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을 탐구한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2001년 9·11 테러 이후 미국은 이라크를 악의 축으로 규정한 뒤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를 제거한다는 명분하에 ‘이라크의 자유’라는 작전명으로 전쟁을 개시했다. 2003년에 발발한 이라크전은 2011년 오바마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이라크전의 종전을 선언하며 끝이 났다. 이 사이 세 차례의 전쟁이 있었고 작가 파워스는 그중 두 번째, 2004년부터 2006년까지 이어진 전쟁 중 이라크 탈 아파르와 모술 지역에서 복무하며 이라크전의 참상을 경험했다.

 

이 소설은 이라크전에서 희생되는 수많은 생명을 애도한 뒤 신문의 연예란으로 쉽사리 눈을 돌리는 사람들에게 외면하고 싶은 진실을 직면하게 한다. “직접 경험한 사람만이 쓸 수 있는 방식으로 현대의 전쟁을 묘사한다”는 평을 받은 작가 파워스는 자신이 경험했던 전쟁의 야만성과 참혹함, 그리고 생존을 위해 인간성이 말살되는 모습을 (본래 시인으로 등단했던 만큼)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문장으로 담담하면서도 적나라하게 그려내고 있다.

 

 

“나약한 동시에 고군분투하는 인간성을 조망하다”

 

소설은 가상의 이라크 도시 ‘알 타파르’(작가가 복무한 이라크 도시 ‘탈 아파르’의 언어유희)에서 복무하는 두 소년병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작가 파워스의 분신이라 할 수 있는 주인공 바틀 이병은 머피라는 또래 소년과 함께 복무하게 되고, 전장으로 떠나기 직전 머피의 어머니에게 그를 무사히 집으로 돌려보내겠다는 약속을 한다. 작은 시골 마을 출신인 두 소년은 더 중요한 무언가를 이뤄낼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품고 전장에 오지만 현실은 그들의 바람과는 반대로 흘러간다. 아무 거리낌 없이 자행되는 무자비한 살상, 전쟁의 소모품에 불과한 무력한 개인의 연이은 죽음. “계속 일탈하는” 것 이외에는 버틸 방법이 없는 전장에서 머피는 기이한 죽음을 맞이하게 되고, 약속을 지키지 못한 데에 죄책감을 느낀 바틀은 자신의 기억을 헤집으며 머피가 죽은 원인을 알아내려 한다.

 

이 소설은 2004년의 이라크, 2003년의 미국, 2005년의 독일 등 시간과 공간을 순서 없이 넘나들며 진행되는 비선형적 구조를 지니고 있다. 이 같은 구조는 ‘전쟁’이라는 이 소설의 주제와도 맞아떨어진다. 소설 속에서 바틀이 전쟁의 기억을 가리켜 “거꾸로 맞추는 퍼즐”에 비유하는 것처럼, 전쟁은 단순히 뼈와 살을 부술 뿐 아니라 인간의 정신을 산산이 조각내 수천 개의 파편으로 만든다.

 

주인공 바틀의 기억 역시 전쟁으로 파편화됐으며 이 기억의 편린들로 이뤄진 비선형적 구조는 머피의 죽음에 관한 미스터리를 강화할 뿐 아니라 독자들을 끔찍한 비밀의 한가운데로 적극 이끄는 장치로서 작용한다. 독자는 바틀의 조각난 기억을 맞추며 머피의 죽음을 스스로 추적하는 가운데 자신 역시 어느 정도는 책임이 있음을, 이 하나의 죽음뿐 아니라 우리가 방관하는 수많은 죽음에 책임이 있음을 깨닫게 된다.

 

전쟁은 모두가 공유하는 상처의 경험이나, 그 경험의 디테일은 개인마다 다르다. 이 소설은 작가의 자전적 경험이라는 ‘사적 경험’을 ‘공적 경험’으로 치환함으로써, 거대 담론에 치중하는 소설들이 빠지기 쉬운 함정을 피할 수 있었다. 첫 장편소설 『노란 새』에서 우리가 외면해온 불편한 진실을 직면하길 호소한 파워스는 미국 문단의 미래를 이끌어 갈 차세대 기대주로 꼽히고 있다.

 

 

작가 케빈 파워스 소개

 

케빈 파워스는 미국 버지니아 주 리치먼드에서 태어났다. 버지니아 커먼웰스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했고 텍사스 오스틴 대학에서 시 전공으로 석사를 취득했다. 제임스 미치너 장학금을 받으며 다양한 시인 모임에서 활발히 활동 중이다. 작가는 2004년 이라크전 당시 17세의 나이로 이라크 모술과 탈 아파르 지역에서 포병으로 복무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 소설을 집필했다.

www.kevincpowers.com

 

박속심 기자(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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