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1904)] 아무도 돌보지 않은

[책을 읽읍시다 (1904)] 아무도 돌보지 않은

변지안 저 | 고즈넉이엔티 | 420| 14,000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미스터리 스릴러 아무도 돌보지 않은은 입술을 깨물게 만드는 범죄 묘사도,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추격전도, 흔하디흔한 가해자와 피해자도 등장하지 않는다. 

 

아무도 돌보지 않고 버림받은 아이와 버림받았던 어른이 서로를 마주하고 서 있을 뿐이다. 이처럼 미스터리 스릴러의 기본적인 요소가 전무한 아무도 돌보지 않은은 그럼에도 매 순간 입술을 깨물게 만들고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

 

거듭된 파양으로 몸도 마음도 부서진 아홉 살의 천재 소녀 진해나. 입양 일 년째 되던 크리스마스 저녁, 양부모는 해나에게 의미 모를 사과를 남기며 목숨을 끊는다. 해나에게 남은 것은 다시 입양기관으로 돌아가는 길뿐이었지만, 양부모의 죽음을 비밀에 부치고 홀로 살아가기로 한다.

 

그러나 보호자의 동의와 관리가 필요한 아홉 살이라는 나이. 해나는 프로포폴 불법투약 전과를 가진 주여경을 대행엄마로 고용한다. 해나가 한국을 무사히 떠날 수 있도록 여경이 돕기로 하는데, 두 여자에게 이제는 피하고 싶은 돌봄의 손길이 다가온다!

 

아무도 돌보지 않은은 정형화된 폭력을 버리고 관계가 주는 폭력의 초점을 맞추었다. 그러면서도 만족하지 못하고 과감히 한 걸음을 더 나아간다. 관계의 부재 그 자체가 폭력일 수 있는 가족관계를 통해서 말이다. 결국 아무도 돌보지 않은은 어떠한 폭력도 관계도 존재하지 않음으로 관계의 부재라는 원초적인 폭력에 다가설 수 있게 되었다.

 

덕분에 아무도 돌보지 않은을 읽는 독자들은 관계의 부재가 주는 분노, 공포, 슬픔 등 복합적인 감정을 동시에 전달받는다. 아홉 살의 아이가 아홉 살을 연기하는 모습을 보면서, 삼십 세의 어른이 삼십 세를 연기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피가 나도록 입술을 깨물게 되고, 그 힘에는 수많은 감정이 교차하는 것이다.

 

누구에게나 어린 시절이 중요하다지만 누구에게나 어린 시절이 소중한 것은 아니다. 아버지 어깨에서 목마를 타고 놀이동산의 퍼레이드를 즐기는 어린 시절을 회상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놀이동산의 회전목마 앞에서 자신의 손을 뿌리치고 떠나는 보호자의 뒷모습을 회상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 사람에게 어린 시절은 그 자체로 끔찍한 악몽이다. 당연한 사랑이 사치이며, 사랑이 부재한 돌봄으로 상처받는다. 누군가의 동정만, 외면만, 버림만 받으면서 자라온, 그렇게 아무도 돌보지 않은 아이는 과연 우리가 말하는 어른이 될 수 있을까.

 

미스터리 스릴러 소설 아무도 돌보지 않은은 사랑받지 못하는 아이의 고통과 사랑받지 못하고 자란 어른의 고통을 묘사하며 사랑이 부재한 성장의 아픔을 사실적으로 그려낸다. 아무도 돌보지 않은 아이가 과연 어른이 될 수 있냐고 목놓아 울부짖는 어린 여주인공에게 그녀의 고통스러운 유년기를 설핏 보았던 독자들은 선뜻 답해주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아무도 돌보지 않은은 그러한 성장 과정을 겪은 두 여성이 모여 서로의 유년기를 돌아보고 채워주는 과정을 통해 끝끝내 슬픔을 거대한 행복으로 승화시킨다. 마치 초봄에 얼어붙은 눈밭이 녹아내리는 순간 아름다운 꽃잎들이 모습을 드러내는 아이러니처럼, 누구도 돌보지 않아 고통으로만 점철되었던 유년기가 치유되는 순간 독자들은 어디서도 읽지 못했던 그녀들의 눈빛을 읽으며 전율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눈빛은 우리에게 선뜻 답하지 못했던 질문에 명확한 답을 준다. 아무도 돌보지 않은 아이가 과연 어른이 될 수 있냐는 그 질문. 독자들은 그녀들의 눈빛을 떠올리며 답할 것이다. 아무도 돌보지 않은 아이도 어른이 될 수 있다고.

 

 

작가 변지안 소개

 

대학에서 연극영화학과 미학을 전공했다. <원죄자>로 경기영상위원회 스크린 라이터스 판 당선, <마이 평양 레이디>CJ 프로젝트S에 선정되면서 시나리오 작가로 데뷔했다. 영화 시나리오 각색, 기업 브랜드 필름에 참가하는 등 꾸준히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고사리>로 제주문화재단 제주원형 스토리개발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맑은 사회와 밝은 미래를 창조하는 시사타임즈>

<저작권자(c)시사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시사타임즈 홈페이지 = www.timesisa.com>



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