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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192)] 십자가


십자가

저자
시게마츠 기요시 지음
출판사
예담 | 2013-02-07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그 아이가 떠난 후, 우리는 십자가를 지고 살아가게 되었다!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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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읍시다 (192)] 십자가

시게마츠 기요시 저 | 이선희 역 | 예담 | 360쪽 | 13,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엄마, 저 없이도 행복하게 사세요. 괴롭힘은 끝이 나지만 가족들을 못 본다는 생각에 벌써 눈시울이 붉어집니다.”

 

2011년 12월20일,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던 한 중학생은 이 같은 유서를 남긴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는 학교 폭력에 경종을 울리는 사건이 됐다. 최근에는 〈학교의 눈물〉〈폭력 없는 학교 - 이제 네가 말할 차례〉 등의 다큐멘터리를 통해서도 학교 폭력의 심각성과 대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또한 배우 김하늘과 박보영 그리고 개그맨 김병만도 학창시절의 왕따 경험을 고백하여 화제가 된 바 있다.

 

이제 학교 폭력은 더 이상 개인이 아닌 우리 사회구성원 모두의 문제이자 책임임을 깨달아야 할 때다. 그런데 이 시점에서 다시 생각해봐야 할 중요한 문제가 있다. 바로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후 ‘남겨진 사람들’이다. 그들에게 그 상처와 괴로움은 죽을 때까지 평생 짊어져야 하는 십자가와도 같은 것이다. 이제까지 살아왔던 모든 방식이 가족 또는 친구를 떠나보내는 순간 멈추고 그때를 기점으로 180도 바뀐 인생을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십자가』는 이렇게 떠나간 사람에 대한 이야기다. 뿐만 아니라 한발 더 나아가 친구와 가족 등 남겨진 사람들에 초점을 맞춰 이들이 고뇌하고 망설이고 상처를 받으면서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간 20년간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시게마츠 기요시는 텔레비전 다큐멘터리에서 왕따로 고통받다가 자살한 학생의 아버지가 인터뷰하는 것을 보고 『십자가』를 쓰게 됐다고 한다. 그것을 본 후 방 안에 스스로를 가두고 2주 만에 써내려간 것. 그 정도로 몰두할 수 있었을 만큼 그는 이 작품에 모든 것을 쏟아 부었다고 고백한다.

 

이 책은 서른네 살 남자의 독백으로 시작된다.

 

“중학교 시절 왕따로 자살한 친구 후지슌, 그 애가 남긴 유서, 그리고 거기에 쓰여 있던 네 명의 이름……. 그중 ‘나’는 그 애의 절친이 돼 있었다. 그러나 이해할 수 없었다. 나는 그 애가 괴롭힘 당하는 것을 다른 아이들처럼 그냥 지켜보았을 뿐이었기에…….”

 

주인공인 ‘나’는 친하지도 않은데 유서에 ‘절친’이라고 적혀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비난받는 데에 억울함을 느낀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친구에 대한 기억을 찾아가면서 그 일이 얼마나 슬프고 잔인한 일이었는지 깨달아간다. 그리고 20년 후, 아버지가 돼 아들이 동경하는 친구를 혼자 ‘절친’이라고 여기는 것을 본 순간, 아들의 모습에서 후지슌의 모습을 보게 되고 자신에 대한 소중한 마음을 깨닫게 된다.

 

친구를 죽게 만들었다는 죄책감, 아들의 자살이라는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후지슌의 엄마와 아빠, 그로 인해 엄마와 아빠를 잃어버린 후지슌의 동생 등 ‘우리’들의 20년간의 이야기를 담담하면서도 섬세하게 담아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각 인물들의 원망으로 가득 찼던 마음이 후회와 안타까움으로 바뀌면서 서로를 이해하고 화해하게 되는 과정이 섬세하게 담겨 있다. 이를 통해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또한 감동과 치유의 느낌까지 들게 해주는 작품이다.

 

작가 시게마츠 기요시 소개

 

1963년 오카야마 현에서 태어났다. 와세다대 교육학부를 졸업하고 출판사에 근무하면서 작가로 데뷔했다.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개인의 모습을 섬세하게 그려내며, 특히 청소년과 어른이 겪는 성장통을 테마로 한 화제작을 꾸준히 발표해 대중성과 작품성을 동시에 인정받고 있는 일본의 중견 작가이다.

 

시게마츠 기요시는 가정이나 학교, 직장 등 주로 일상적 공간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과장 없이 묘사하여 가히 '탁월한 일상의 작가'라 불릴 만하다. 그는 사건의 인위적 결말이나 상투적 감동을 배제하고 한 사건이 등장인물들에게 미치는 감정의 파장을 세밀하게 관찰한다. 그로인해 독자로 하여금 '바로 내 얘기'이지만 또 미처 몰랐던 내 친구, 우리 부모, 직장 동료의 세심한 내면을 전해 듣는 것 같은 보기 드문 감동을 느끼게 해준다. 당위나 대안 제시에 얽매이지 않고 현실을 그대로 응시하는 것, 그리고 그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제대로 보고 인정하는 것이야말로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포용과 화해, 그리고 문제 해결의 시발점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또한 작가는, 왕따, 말더듬이 소년, 비행청소년, 꿈을 잃은 중년, 매번 지기만 하는 경주마 등 이른바 ‘루저’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움으로써, 냉정한 현실과 소외되는 개인이라는 주제도 깊이 다루고 있다. 선악을 구분하지 않고 어떤 단정적인 교훈도 끌어내려 하지 않는 그의 간결하고 덤덤한 문체 속에서, 독자는 역설적으로 현실에 지친 사람들에게 건네는 작가의 따뜻한 위로와 격려의 손길을 발견한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시게마츠 기요시가 더욱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1991년 『비포 런』으로 데뷔했으며, 『소년, 세상을 만나다』로 야마모토 슈고로 상을, 『나이프』로 쓰보타 조지 문학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이 소설 『비타민F』로 제124회 나오키 상을 수상했다. 그 밖에 자전적 성장소설인 『안녕, 기요시코』가 있으며, 『오디세이 왜건, 인생을 달리다』『허수아비의 여름휴가』『졸업』『일요일의 석간』『휘파람 반장』『열구熱球』『말더듬이 선생님』 등이 있다.

 

박속심 기자(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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