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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1920)] 머더봇 다이어리 : 탈출 전략

[책을 읽읍시다 (1920)] 머더봇 다이어리 : 탈출 전략

마샤 웰스 저 | 고호관 역 | 알마 | 244| 13,800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머더봇 다이어리: 탈출 전략으로 마샤 웰스는 미래 테크놀로지와 사회상이 치밀하게 직조된 장대한 스페이스 오페라 세계관을 완성해냈다. 이 세계가 특별한 것은, 인간이 지구를 벗어나 은하 곳곳에 삶의 터전을 마련한 먼 미래임에도 여전히 거대 자본과 기업이 인간 위에 군림하고 행성 자원의 소유권을 두고 지리멸렬한 소송전이 이어지는 등 우리 시대의 한 단면을 집요하고도 선명하게 반영하기 때문이다. 

 

소외된 인간의 모습을 한 주인공 안드로이드는 촌철살인 같은 유머로 이 세계(그리고 우리 세계)의 허위를 드러내 보여준다. 인간을 넘어 비인간 인공 존재들과 공감하고 연대하는 안드로이드의 모습에서 우리는 인간답다는 것이 무엇인지 자문하게 된다. 순식간에 페이지가 넘어가는 신나는 우주 모험담이면서도 책을 덮고 나면 현실 사회를 꼬집는 날카로운 통찰과 인간성에 관한 질문들이 남는 머더봇 다이어리시리즈는 SF 영웅 서사와 스페이스 오페라 연작의 새로운 한 방향을 제시한다.

 

시리즈의 첫 번째 에피소드인 머더봇 다이어리: 시스템 통제불능에서 자유의지를 얻게 된 살인봇은 마음만 먹으면 인간들을 학살할 수 있었지만, 그보다 더 흥미로운 선택을 한다.

 

엔터테인먼트 피드에서 드라마 시리즈를 다운받아 임무 수행 중 짬짬이 은신해 정주행하는 것. 머릿속엔 온통 드라마 생각뿐이지만 인간들이 위험에 처해 있으면 의무가 아닌 헌신으로 구해주면서 이들로부터 자유인에 준하는 지위를 얻는다.

 

그러나 살인봇은 안정된 생활을 거부한 채 모험을 선택하고, 자기 스스로를 살인봇으로 부르게 된 이유를 찾아 떠난다. 이어지는 에피소드에서는 우주선을 히치하이킹 하며 자신과 비슷하지만 또 다른 인공 존재들인 우주선봇 ‘ART’, 애완봇 미키’, 위안유닛과 호흡을 맞추며 성간 우주를 넘나드는 스펙터클한 모험을 펼쳐나간다.

 

머더봇 다이어리: 탈출 전략에서는 자신에게 자유를 준 첫 번째 에피소드의 탐사대 인간들을 다시 찾아나선다. 누구보다 살인봇을 깊이 이해해주었던 탐사대 수장 멘사가 악랄한 거대 기업 그레이크리스에 납치되었기 때문이다.

 

살인봇은 테라포밍하는 척하며 외계 문명의 유물을 채가려는 그레이크리스의 음모를 알아챈 뒤 정보를 수집했고, 그레이크리스는 배후에서 멘사가 이 일을 꾸며냈다고 판단한다.

 

혼자 우주를 떠돌며 생존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인간의 외양과 습관을 몸에 이식한 살인봇은 다시 한번 우주선에 몸을 숨긴 채 멘사를 찾아 떠난다. 그리고 웜홀을 지나 당도한 우주정거장 안에서 옛 친구들셋이 벌써 멘사를 구하려 이곳에 와 있음을 깨닫게 된다.

 

마샤 웰스가 설계한 머더봇 다이어리의 세계관은 이번 에피소드에서 완전히 무르익어 몰입감이 극대화된다. 살인봇이 인간을 비롯해 모든 인공 존재와 교신하는 소통 채널인 피드 커뮤니케이션과 전통적 구술 대화를 능수능란하게 섞어가며 이야기를 이끌어가거나, 자기 두 눈이 아니라 주변을 온통 둘러싸고 있는 보안카메라들로 상황을 파악해 위기를 돌파해나가는 장면과 같은 디테일들이 긴박하게 전개된다.

 

웜홀을 통과해 우주선과 함께 전해지는 광고에 뒤범벅된 뉴스와 그에 담겨진 언론 플레이, 지저분한 법률 싸움에 관한 소식들은 자본의 탐욕이 전 은하에 퍼진 미래 시대를 실감하게 하며, 이는 살인봇이 추리를 거듭해 모험을 시작하는 중요한 데이터가 되기도 한다.

 

작가 마샤 웰스 소개

 

SF, 판타지 소설 작가다. 머더봇 다이어리시리즈로 휴고상, 네뷸러상, 로커스상을 받으며 세계적인 SF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미국 텍사스A&M 대학교에서 인류학을 전공했다. 현실 사회의 복잡성을 세심하게 묘파해내는 작가로도 잘 알려져 있는데, 인류학을 전공한 작가의 학문적 배경 덕분이라는 평가가 있다. 2017년 월드판타지컨벤션에서 발표한 SF, 판타지, 영화 등 미디어의 소외된 창작자에 대한 연설이 호응을 얻으며 이와 관련한 광범위한 논쟁을 촉발시키기도 했다.

 

1993년 첫 책 불의 요소를 출간하며 작가 활동을 시작했다. 네뷸러상 최종 후보에 오른 세 번째 소설 네크로멘서의 죽음이후 라크수라의 책시리즈를 비롯해, 마법사 사냥꾼, 무한의 바퀴등 다수의 소설과 논픽션을 펴냈고, SF 영화에 바탕을 둔 미디어 타이인 소설 스타게이트: 아틀란티스, 스타워즈: 면도날을 출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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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