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읍시다 (1977)] 어쩌다 가족
김하율 저 | 폴앤니나 | 288쪽 | 14,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실천문학’ 신인상으로 데뷔한 작가 김하율의 첫 소설집이 『어쩌다 가족』. 데뷔 초기부터 2021년 최근작까지 중에서 김하율의 작가적 정체성이 가장 뚜렷하게 드러나는 일곱 편을 골랐다. 누가 뭐래도 김하율이 가장 하고 싶은 이야기는 '가족'이다.
혼인신고를 한 지 이제 7년 1개월. 표제작 「어쩌다 가족」의 성태와 유정 부부는 기가 막힌다. 게다가 아이도 없어 ‘다자녀 특공’도 강 건너 이야기다. 그런데 말이다, 가만 생각해 보니 “신혼이 왜 생애 한 번뿐이지?”라는 의문이 든다. 다시 결혼하면 되잖아! 이민 사기를 당해 서울 시내 모텔을 전전하는 우크라이나 출신 빅토르 가족을 섭외한 성태와 유정 부부. 그들은 각각 이혼을 하고 서로의 상대방과 재혼을 한다. 아이 둘은 덤이다. 하지만 만만찮은 부동산 감독원 조사관은 시도 때도 없이 그들의 집을 방문하고 설상가상 빅토르 가족은 아파트의 절반 지분을 요구하고 나선다.
김하율의 블랙 유머가 가장 돋보이는 소설 「피도 눈물도 없이」. 학자금 대출로 진 빚, 취업은 안 되고 어설프게 창업을 했다 말아먹었다. 김모는 그래서 지금 해장국집 서빙 알바다. 아니, 실은 얼마 전부터 투잡을 뛰고 있다. 우연히 해장국집에 들른 뱀파이어 선녀의 집사로 취업을 했기 때문이다. 사대보험도 안 되고 매주 피는 좀 빨리고 있지만 그래도 빨리 돈을 벌어 빚을 갚아야 하기 때문에 참고 있다. 사채업자들은 김모의 콩팥을 떼어가겠다고 벼르는 중이다. 매일 저녁 김모가 가져다주는 블러드 푸딩, 그러니까 신선한 선지를 금색 티스푼으로 떠먹는 선녀는 급기야 김모에게 ‘권속’이 되기를 권하는데, 어차피 세상에 미련도 없고 이러다 콩팥을 떼이느니 권속이 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어쩌다 가족』은 가족으로 시작하여 가족으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가족과 그 가족이 유지되는 사회적 시스템에 대한 탐구로 넘쳐난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고색창연한 교훈에서부터 보는 사람만 없으면 내다버리고 싶다는 악담까지, 가족에 대해서라면 별별 이야기가 이미 존재하지만 김하율은 아주 말간 얼굴로 이제까지의 흔해빠진 가족 이야기를 왈칵 뒤집는다.
보는 사람만 없으면 딱 내다버리고 싶은 가족들이 속속 등장해도 김하율의 소설은 우울하지 않다. 우울하기는커녕 웃기고 이상하고 엉뚱하다. 심지어 귀여울 때도 있다. 대한민국 주거 현실의 팍팍함을 이야기할 때도, 20대의 취업난과 징글징글한 모성 신화, 또 가부장의 권위를 이야기할 때도 김하율은 농담을 던진다. 가족이라는 절대 전제를 가볍게 뒤집고 새로운 결합을 이야기하는데도 김하율의 문장은 발랄하고 유쾌하다.
작가 김하율 소개
초등학교 6학년 어느 새벽,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작가가 되겠다고 마음 먹었다. 이야기꾼이 되기 위해 오늘도 쓴다. 「바통」으로 2013년 [실천문학] 신인상을 받았고, 2015년 한국소설가협회 신예작가에 선정되었다.
2018년에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주관하는 아르코창작기금을 받았다. 「무서운 사람들」, 「불량소녀 변태기」, 「피도 눈물도 없이」, 「가족의 발견」, 「판다가 부러워」 등의 단편을 발표했고, 앤솔러지 『우리가 먼저 가볼게요』 작업에 참여했다. 소설집 『어쩌다 가족』을 써냈다. 모든 작가의 소망이 내게도 이루어지길 바란다. 마지막 순간까지 현역 작가로 살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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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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