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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198)] 모르는 척



모르는 척

저자
안보윤 지음
출판사
문예중앙 | 2013-02-25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모르는 척 덮어둔 자리에 남은 사람들!문학동네작가상, 자음과모음...
가격비교


[책을 읽읍시다 (198)] 모르는 척

안보윤 저 | 문예중앙 | 290쪽 | 13,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모르는 척』은 한 사회가 공모한 잔혹한 폭력과, 그 폭력을 알고도 모르는 척 외면한 자리에 남겨진 파쇄된 존재들의 이야기다. 근친 살해, 보험사기 등 사회의 병리적 현상을 제재로 삼아 지금껏 천작해온 폭력이라는 주제를 한층 더 인간 내면의 심리와 관계의 갈등으로 심화시킨 작품이다. 사회적 약자로서 무언가를 상실한 존재들, 그리고 상실했으나 포기할 수 없는 어떤 세계가 이 소설 속에 존재한다.

 

소설의 첫 장편은 근친살해의 사건현장검증에서 시작된다. ‘변계숙’의 뒤통수를 15파운드짜리 볼링공으로 내리치고 검은 점퍼로 머리를 싸매는 모습을 재현하는 살인범은 다름 아닌 큰아들 ‘조인근’이다. 평범한 네 식구 가정에 위기가 찾아온 것은 아버지의 돌연사 때문이었다. 아버지가 죽고, 회사 공금횡령 사건에 휘말린 세 식구는 가진 재산을 날리고 아이들의 이모이자 보험설계사 변인숙이 사는 P시로 야반도주하듯 쫓겨온다.

 

두 형제 조인근과 조인호는 변인숙의 소개로 정법사라는 법당을 찾아가게 되는데, 그곳에서 변인숙이 꾸미는 어두운 음모의 실체가 서서히 드러난다. 정법사에 드나드는 사람들은 보험설계사 변인숙의 주도 하에 보험사기를 자행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곳에서 두 형제는 부모를 잃고 보현스님 밑에서 자라고 있는 ‘석문정’이라는 소녀를 만나게 된다. 조인근은 정법사에서 자행되는 보험사기에 가담한다.

 

스스로 파멸해가는 인근을 걱정하던 문정마저 대학에 합격하고 P시를 떠난다. 그리고 문정의 보험사기 행각을 보현스님조차도 알고 있으면서 모르는 척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어느 날 작은아버지가 떠맡기고 간 치매 걸린 할아버지가 집 안 한구석을 차지하는 동시에, 동생 조인호는 원하던 바대로 P시를 떠나게 된다. 할아버지를 떠맡는 대가로 받은 돈으로 대학등록금을 치른 것이다.

 

“한 명은, 한 명쯤은 제대로 살아야 되지 않겠니” 변계숙은 언제나 인호에게는 엄마였고, 인근에게 어머니였다. 집 밖으로 걸어 나간 할아버지는 기차역에서 쓸쓸한 주검으로 발견되고, 기차역은 철거된다. 변계숙은 인호의 2학기 등록금을 위해 변인숙에게 자신의 영구장애보험을 들어달라고 요청한다. 손가락 하나쯤은 필요 없다고 말하는 고집스러운 어머니의 등을 바라보며 인근이 낮게 중얼거린다. “더 이상은 못하겠어요.”

 

소설 속의 상실한 존재들, 이들은 사회가 공모한 잔혹하고 비극적인 현실, ‘폭력’으로부터 자신의 몸을 던져 살아남으려 한다. “진짜 잘살려고, 살아보려고” 매달리는 현실은 하지만, 폭력을 방치하고 암암리에 조장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할 수 없는 그들 각자의 세계는 이 소설을 ‘어리고 가여운 사람들이 줄지어 걸어가는, 슬프고 무서운 꿈’으로 남게 한다.

 

 

작가 안보윤 소개

 

1981년 인천에서 태어났다. 명지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했다, 동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2005년 『악어떼가 나왔다』로 제10회 문학동네작가상을 수상하며 등단했고, 2009년 『오즈의 닥터』로 제1회 자음과모음문학상을 수상했다. 그 밖에 장편소설 『사소한 문제들』(2011), 『우선멈춤』(2012)을 펴냈다.

 

박속심 기자(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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