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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2006)] 나나

[책을 읽읍시다 (2006)] 나나

이희영 저 | 창비 | 216 | 13,000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어느 날 가벼운 버스 사고를 당하고 정신을 잃은 수리와 류는 낯선 남자의 부름에 눈을 뜬다. 깨어난 곳은 평범한 응급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의 반응이 이상하다. 물음에 대답도 하지 않고 침대를 내려다보고 있는 사람들의 시선을 따라간 곳에는 다름 아닌 자신의 육체가 누워 있다. 자신을 영혼 사냥꾼 선령(?)이라고 소개한 남자는 수리와 류에게 말한다. “완전히 죽은 건 아니야. 지금은 육체와 영혼이 분리되었을 뿐이니까.”(20) 앞으로 일주일 내로 육체를 되찾지 못하면 그를 따라 저승으로 가야 한다는데……. 수리는 열여덟 살 인생 최대의 적을 만났다.”(102) 

 

아무 일 없는 듯 깨어난 수리의 육체는 영혼이 빠져나오기 전과 다름없이 생활한다. 아침에 일어나 스트레칭과 명상을 하고, 밥을 먹고 학교에 가고, 친구들과 어울리며 공부하는 평범한 일과에 영혼의 빈자리는 느껴지지 않는다.

 

한편 류는 자신의 육체에 관심이 없다.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모두에게 착한 아이였던 류는 영혼으로 빠져나온 뒤 어딘지 비어 있는 듯한 모습이다.

 

영혼이 없어도 평소처럼 생활이 가능하다면, 다만 걱정 근심이 사라질 뿐이라면, 과연 영혼이란 무엇일까? 소설은 영혼이 없는 육체의 모습을 관찰하고 영혼으로 남은 주인공들을 따라가며 영혼의 의미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아픈 동생을 위해 착한 아이가 되어야만 했던 류는 가족들의 선한 행동이 동생의 건강으로 응답받을 것이라는 엄마의 믿음을 저버릴 수 없는 아이였다. 자신의 모난 마음을 숨겨야 했던 시간이 쌓여 속마음을 쉽게 내비치지 못하게 됐다. 가족을 위해, 관계를 위해 자신을 외면해 왔던 이가 마주한 영혼의 빈자리가 시린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나나는 쉽게 내뱉는 영혼 없이 산다는 말에서 시작해 인물들의 진지한 내면 속으로 파고들어 간다. ‘부모를 선택할 수 있다면이라는 누구나 떠올려 보았을 법한 질문에 답을 제시했던 전작 페인트에서처럼, 친숙한 문구에서 시작한 신선한 설정이 오늘의 독자와 더욱 가까이 호흡한다.

 

동시대의 고민을 재치 있게 풀어 나가는 스토리텔링이 돋보이며, 현실의 공간과 비현실의 공간이 자연스럽게 뒤섞여 숨은 진실을 드러내는 묘미가 독자를 사로잡는다. 친근하고 흡인력 있는 스토리로 진지한 질문을 던지면서도 재미와 감동을 동시에 선사하는 나나 ‘K-영어덜트 소설의 새로운 성취를 보여 주는 작품이다.

 

 

작가 이희영 소개

 

단편소설 사람이 살고 있습니다 2013년 제1회 김승옥문학상 신인상 대상을 수상하며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2018 페인트로 제12회 창비청소년문학상을 수상했고, 같은 해 제1 너는 누구니로 브릿G 로맨스스릴러 공모전 대상을 수상했다.

 

이외 지은 책으로 장편소설 썸머썸머 베케이션, 보통의 노을 등이 있다. 그 밖에 제10 5·18문학상 소설 부문, 3회 등대문학상 최우수상, KB 창작동화제 우수상 등을 수상하며 문학적 역량을 인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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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