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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2028)]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

[책을 읽읍시다 (2028)]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

세계적 지성이 전하는 나이듦의 새로운 태도

파스칼 브뤼크네르 저 | 이세진 역 | 인플루엔셜 | 320 | 16,000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프랑스 유수의 문학상을 석권하면서 뛰어난 문학성을 인정받은 소설가인 동시에 철학자이기도 한 파스칼 브뤼크네르가 나이듦이라는 자칫 쓸쓸할 수 있는 화두에 대해 화려한 사색의 세계를 펼쳐 보인다. 문학과 철학, 대중문화 등을 자유롭게 오가면서 유려한 문체로 사유를 풀어내는 저자의 농익은 필력 덕분에 읽는 재미 또한 상당하다. 저자는 모파상, 프로스트, 사르트르, 몽테뉴, 세네카 등 다양한 레퍼런스를 직조하여 나이듦에 관한 빛나는 통찰을 숙성시킨다.

 

의학과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미래의 불확실성은 17세기보다 더 나아지지 않았고 매일매일의 덧없음조차 조금도 줄여주지 못했다. 인생이 길어지면서 오히려 더 오래 불안의 시간을 견뎌야 하는 역설도 생겼다. 바로 이런 삶의 불확실성에 대해 나침반이 되어주는 것이 철학의 역할이다.

 

몽테뉴는 철학은 죽음을 배우는 것이라고 했는데, 같은 맥락에서 저자는 철학은 삶을 배우는 것, 특히 유한의 지평에서 다시 사는 법을 배우는 것이라고 한다. 인생에도 봄과 뜨거운 여름, 가을과 겨울이 있다면, 우리는 지금 어느 계절을 살고 있을까?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 인생의 가을과 겨울이 오더라도 새봄의 에너지로 충만한 삶을 살게 하는 황혼의 철학을 만난다.

 

이 책의 저자 파스칼 브뤼크네르는 비터문의 소설가로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져 있다. 동명의 영화로도 만들어졌던 소설 비터문은 욕망의 파멸성을 대담하게 그려낸 문제작으로, 1990년대 프랑스 문학계를 뒤흔든 화제작이었다. 소설 속 캐릭터들은 저마다 욕망을 좇아 파멸을 향해 대담하게 돌진하는데, 그러한 태도는 어느덧 70대가 된 작가의 인생관에서도 여전하다.

 

오늘날의 50대는 르네상스 시대의 신생아와 닮았다. 300여 년 전에는 유럽인의 평균 수명이 30세 남짓이었으니, 둘 다 평균 수명이 30년 정도 남았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1922, 마르셀 프루스트가 공쿠르상을 받은 다음 날 신문에는 나이 든 이에게 자리를!’이라는 기사가 실렸는데, 그때 그의 나이가 고작 48세였다. 요즘 누가 48세를 나이 든 사람으로 쳐줄까? 예전에는 ‘50이면 지천명(知天命)’이라고들 했지만 요즘은 ‘50이면 오춘기가 찾아온다.

 

이제껏 인류사에서 그 누구도 살아본 적 없는 긴 수명을 훨씬 더 건강하게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에게 나이란 이전보다는 덜 절대적인 숫자다. 그런데도 우리는 어떤 나이가 되면 이래야 한다라며 구시대의 성장 서사를 스스로 반복하고 있지 않은가? 세대에서 세대로 전해지는 인생 지침들이 점점 힘을 잃는 가운데, 케케묵은 성장소설 대신 탈성장소설의 서사를 써보자며 프랑스를 대표하는 세계적 지성 파스칼 브뤼크네르가 나이듦의 새로운 태도를 제안한다.

 

왜 나이가 들면 다음 세대의 빵을 훔치는 기분이 들지? 무엇이 우리를 계속해서 의미 있는 존재로 살게 할까?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 포기, 자리, 루틴, 시간, 욕망, 사랑, 기회, 한계, 죽음, 영원이라는 10가지 주제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파스칼, 몽테뉴, 프로이트, 니체 등 풍부한 인용으로 세계적 명성에 어울리는 유려한 사유를 독자들에게 선물한다.

 

포기를 포기하라’ ‘루틴으로 생활의 뼈대를 바로 세우라’ ‘당장 죽을 듯이, 영원히 죽지 않을 듯이 시간을 보내라’ ‘죽는 날까지 사랑하라’ ‘자기 한계를 분명히 알고 할 수 있는 일을 해내라 등 인생 후반의 시간을 반짝이는 기회로 단련할 찬란한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나이가 들었으면 포기하라는 건 이제 옛말이다. 여전히 한창인 당신을 위하여, 생의 마지막 날까지 자신의 힘을 시험하라며 등을 떠미는 가능성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자.

 

 

작가 파스칼 브뤼크네르 소개

 

소설가이자 철학자로서, 프랑스의 대표적 지성 중 한 명으로 손꼽힌다. 1948년 파리에서 태어난 그는 로만 폴란스키 감독이 비터문이라는 제목으로 영화화했던 동명소설 비터문의 원작자로서, 특유의 재치와 통찰력으로 주목받았다.

 

1995년에 순진함의 유혹으로 프랑스 3대 문학상의 하나인 메디치상을, 1997년에 아름다움을 훔치는 사람들로 르노도상을 수상하며 프랑스 대표 작가로 자리매김했으며, 2002년에는 경제학 에세이 번영의 비참으로 최우수 경제학도서상(Prix du livre d'economie)을 수상하기도 했다.

 

대표작으로는 영원한 황홀-행복의 의무에 관한 에세이』 『남편이 작아졌다』 『길모퉁이에서의 모험 등이 있다.

 

소르본대학과 디드로대학에서 철학을 공부한 인문학도로서 파리 정치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한 바 있으며, 미국 샌디에이고주립대학과 뉴욕대학의 초청 교수를 지냈다.

 

현재 그라쎄 출판사의 편집인으로, 프랑스 3대 일간지 중 하나인 르 몽드 르 누벨 옵세르바퇴르에서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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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