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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2036)] 아무것도 아니라고 잘라 말하기

[책을 읽읍시다 (2036)] 아무것도 아니라고 잘라 말하기

임솔아 저 | 문학과지성사 | 284 | 14,000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깊고 단정한 문장을 신중하게 건네는 작가 임솔아의 두번째 소설집이 출간되었다. 임솔아는 2015년 문학동네 대학소설상을 수상한 장편소설 최선의 삶 2017년 신동엽문학상을 수상한 시집 괴괴한 날씨와 착한 사람들 등을 출간하며 소설과 시를 써왔다. 이 책에는 제10회 문지문학상 수상작인 희고 둥근 부분을 포함한 아홉 편의 소설이 수록돼 있다.

 

모두에게는 저마다의 입장이 있다. 누군가는 제도와 환경이 부여하는 몫이나 타인이 나에게 기대하는 역할을 충실히 따른다. 다른 누군가는 그것을 따르지 않거나 수행하지 못해 소외되거나 스스로 배제된다. 임솔아의 소설에는 최선을 다해 이 역할극을 해내느라 자신을 기만하거나 서로에게 악의 없는 악의를 건네는 사람들과, 역할극의 공모자가 되지 않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이 뒤섞여 있다. 작가는 그들을 판단하지 않고 그들의 입장을 가만히 이어나간다.

 

요즘 사회가 사람들에게 바라는 능력은 눈치가 아닐까. 새로운 무언가를 요구하면서도 안전한 비판’ ‘익숙한 다름처럼 제도가 허용하는 범주 안에 있기를 바라며, 그에 응하지 않거나 못할 때는 쭉정이처럼 골라낸다. 내가 아는 가장 밝은 세계에서 눈치는 웃음으로 구현된다. 교실에서 장난을 당해 넘어진 아이를 보며 반 아이들이 터뜨리는 웃음, 넘어져 피가 난 아이가 애써 흘리는 웃음, 엄마가 선생님 앞에서만 짓는 굽신거림 섞인 추임새 같은 웃음…… 어릴 때부터 는 웃음을 매개로 힘 있는 자와 힘없는 자가 공모해 만들어내는 눈치라는 세련된 억압에 동조하기를 거절한 사람이다.

 

소설은 내가 선택한 무표정을 지키며 사는 10년 차 프리랜서인 가 자신의 집을 마련하고 유지하는 동안 그 밝은 무표정의 세계에 어떻게 웃음이 비집고 들어가는지를 보여준다.

 

서울 집값 때문에 지방으로 가고, 겨우 입주한 빌라 앞에 고층 건물이 들어서 눈앞을 가리고, 날림 시공한 천장에 빗물이 새 곰팡이가 핀다. 성실하게 살아온 가 마음 편히 살아갈 수 있는 내 명의의 집 한 채를 가지려 할 때 들이닥친 현실이다.

 

는 보험 제도의 빈틈을 교묘하게 이용해 집을 고칠 때, 그 집을 모델하우스처럼 꾸며 다른 사람에게 팔며 낚았다는 기분이 들 때 히죽이며 웃는다. 이 웃음은 내가 한 선택에 대한 자조 나의 선택에 대한 가책을 삭제하면서 생기는 빈틈에 재빠르게 메워지는 대체 감정도 아니지만, 결국 공모에 동조하게 되어버렸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그는 자신이 그어놓은 을 넘는 경험을 했고 다음에는 더 쉽게 넘게 될 것이다. 그의 선택을 냉소하기 어렵다. 임솔아의 소설은 공감할 수밖에 없는 현실로 우리를 데려다 놓는다.

 

작가와 함께 자연스럽게 나이 들어가고 있는 임솔아 소설 속 사람들. 십대 후반부터 이십대 중반까지의 이야기였던 첫번째 소설집에 이어 두번째 소설집에서는 이십대 중반부터 삼십대의 이야기를 다룬다. 시점상 역순으로 배치되어 있는 소설들을 함께 읽으며 오늘의 자신을 있게 한 우리 각자의 어제를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작가 임솔아 소개

 

1987년 대전 출생했다. 2013년 중앙신인문학상을 통해 시를, 2015년 문학동네 대학소설상을 수상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으며 신동엽문학상을 수상했다. 소설집 눈과 사람과 눈사람, 장편소설 최선의 삶, 시집 괴괴한 날씨와 착한 사람들』 『겟패킹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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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