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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2084)] 위험한 숫자들

[책을 읽읍시다 (2084)] 위험한 숫자들

숫자는 어떻게 진실을 왜곡하는가

사너 블라우 저/노태복 역 | 더퀘스트 | 264 | 17,000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신용점수는 삶을 결정하는 숫자다. 신용점수가 낮으면 당신은 신용카드를 발급하지 못한다.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지도 못한다. 신용점수가 어느 정도 있어야 은행에서 각종 대출을 받을 수 있으며, 점수가 높다면 우대이율까지 받을 수 있다. 어느 회사에서는 신용점수로 구직자를 평가한다. 비단 신용점수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GDP를 통해 국가에 등급이 매겨지고, 수능등급으로 학생들의 12년의 노력이 평가받는다. 숫자로 평가하는 세상이다.

 

신용점수가 높은 사람은 정말 성실할까? 시험점수가 높은 학생은 똑똑할까? GDP가 높은 국가는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을까? 진실을 포착해야 할 숫자가 오히려 진실을 바꿔버렸을 수도 있다. 이런 숫자들을 확고하게 자리잡힌 것으로 여기는 순간, 편견과 차별이 탄생한다. 컴퓨터가 모든 것을 계산하는 지금 시대에도 마찬가지다. 컴퓨터는 객관적인 숫자를 만들지 못한다. 인간이 컴퓨터에 데이터를 입력해야 하는 지금, 컴퓨터가 계산하는 결과는 결국 인간이 만들어낸 숫자들의 합이다. 우리는 만들어진 숫자들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기에 숫자 뒤의 진실을 꿰뚫어볼 눈을 갖춰야 한다.

 

위험한 숫자들·은 인간이 왜 계속 숫자 실수를 저지르는지 근본적인 원인을 밝힌 첫 번째 책이다. 사실 숫자들에 대한 경고는 오래전부터 있었다. 숫자가 만들어졌다는 사실 외에도 상관관계를 인과관계와 혼동한다거나, 오차범위를 고려해야 한다거나, 대표성이 없는 표본추출을 경계해야 한다는 등이 그 예다. 하지만 이 모든 경고에도 사람들은 동성애에 관한 낭설을 진실인 양 이야기하고, 알코올이 건강에 좋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거나, 담배가 폐암을 일으킨다는 분명한 사실까지 의심한다.

 

우리는 왜 계속 틀릴까? 예일대학교 교수 댄 카한과 그의 연구팀은 허구의 피부연고 임상실험에 관한 도표 하나를 실험 참가자들에게 보여주고 까다롭게 계산하도록 했다. 그 결과 수학시험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사람들이 정답을 내놓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또 다른 실험의 결과는 달랐다. 총기 규제에 관한 도표를 주고 똑같이 계산하도록 하자, 수학을 잘하는 사람들도 틀린 결과를 내놓았다. 심지어 이전의 수치들과 난이도가 똑같은 도표였는데도!

 

저자 사너 블라우는 유럽 전역을 뒤흔든 크라우드펀딩 저널리즘의 시초 『코레스폰던트의 수학 전문기자이자 네덜란드 고등연구소 전속 저널리스트로, 촉망받는 숫자 전문가다. 코로나바이러스 통계, 인공지능, 미래 예측 등에서 숫자가 어떻게 사용되는지 심층 보도한 기사들로 유명하다. 또한 보통 사람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심리, 역사, 사회 이슈 등을 풍부하게 담아내, 그녀의 첫 책 위험한 숫자들은 암스테르담의 시장 펨커 할세마가 직접 나서서 수를 헤아릴 줄 모르는 사람들에게 권하기도 했다.

 

블라우는 숫자 편향이 대중들에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라 자신과 같은 숫자 전문가들에게도 얼마든지 일어난다는 점을 꼬집는다. 50년 동안 수많은 통계 전문가가 담배가 폐암과 관련이 없다고 옹호한 이유,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유명한 킨제이 성보고서, 기온 변동이 거의 없어 보이는 보수성향 잡지의 기후변화 그래프 …… 모두 전문가들이 옳다고 믿어서 생산한 숫자들이었다. 그리고 저자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자신이 옳다고 믿는 숫자 전문가들을 상대로 우리는 어떻게 진실을 볼 수 있을까? 블라우는 숫자를 의심하는 연습만이 답이라고 말한다. 숫자를 마주할 때마다 그 숫자 전달자가 누구인지, 숫자는 표준화된 수치인지, 어떻게 수집되고 분석되었는지, 어떤 형태로 제시되었는지, 무엇보다 본인은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는 연습 말이다.

 

수는 복잡한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실은 현실을 근사해낼 뿐이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의미 있다고 해서 모두 셀 수는 없으며, 셀 수 있다고 해서 모두 의미 있지는 않다라고 했다. 블라우의 위험한 숫자들을 통해 숫자를 의심하는 습관을 만들고 숫자로 만든 세상에서 길을 잃지 않길 바란다.

작가 사너 블라우 소개

 

유럽 전역을 뒤흔든 크라우드펀딩 저널리즘의 시초 코레스폰던트의 수학 전문기자. 에라스무스대학교 경영대학원과 틴버겐연구소에서 계량경제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네덜란드 고등연구소 전속 저널리스트이기도 하다.

 

블라우가 몸담고 있는 코레스폰던트는 새로운 시선을 담은 양질의 기사를 내보이기 위해 출범했으며, 펀딩이 시작된 지 불과 8일 만에 1 7,500명의 구독자와 100만 유로(한화 약 13 4000만 원)를 모으며 주목받았다.

 

코레스폰던트는 중요하게 다루는 주제는 물론 구독자들을 잠재적 기여자로 생각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미디어와 차별화된다. 예컨대 빈곤층에게 생활비를 지급하고 주당 15시간을 일하도록 하자는 기사에 이주 문제와 더불어 통합에 대한 사회, 문화적 측면을 간과하면 안 된다라는 내용의 긴 댓글이 달리자, 기자가 해당 댓글을 작성한 독자에게 기사를 작성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사너 블라우는 코레스폰던트에서 코로나바이러스 통계, 인공지능, 미래 예측 등에서 숫자가 어떻게 사용되는지 심층 취재했다. 아울러 구독자들로부터 숫자의 오용에 관한 사례들을 수집하고, 우리를 본능적으로 틀리게 만드는 숫자들이 어디서 오는지 연구했다. 이러한 노력을 바탕으로 출간된 그녀의 첫 책 위험한 숫자들은 구독자들의 성원에 힘입어 네덜란드에서 오랜 기간 베스트셀러로 자리매김했다. 그리고 영국, 독일, 이탈리아, 포르투갈 등 10개국에서 번역 및 출판되며 유럽 전역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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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