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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2090)] 작별인사

[책을 읽읍시다 (2090)] 작별인사

김영하 저 | 복복서가 | 308 | 14,000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김영하가 살인자의 기억법 이후 9 년 만에 내놓는 장편소설 작별인사는 그리 멀지 않은 미래를 배경으로, 별안간 삶이 송두리째 뒤흔들린 한 소년의 여정을 좇는다.

 

유명한 IT 기업의 연구원인 아버지와 쾌적하고 평화롭게 살아가던 철이는 어느날 갑자기 수용소로 끌려가 난생처음 날것의 감정으로 가득한 혼돈의 세계에 맞닥뜨리게 되면서 정신적, 신체적 위기에 직면한다. 동시에 자신처럼 사회에서 배제된 자들을 만나 처음으로 생생한 소속감을 느끼고 따뜻한 우정도 싹틔운다. 철이는 그들과 함께 수용소를 탈출하여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길을 떠나지만 그 여정에는 피할 수 없는 질문이 기다리고 있다.

 

작별인사의 인물들이 태어나지 않는 것이 낫다는 명제를 두고 논쟁하는 장면은 김영하의 이름을 세상에 알린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의 메시지와 논리적 거울상을 이룬다.

 

나는 내가 알던 내가 맞는가를 질문하며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주인공의 모습은 김영하 소설에서는 낯설지 않은 장면이다. 빛의 제국의 기영이 그랬고, 살인자의 기억법의 병수가 또한 그랬다. 낯선 세계로 갑자기 끌려가 극심한 고난을 겪는 고아 소년이 좌절 속에서도 영적인 초월을 경험하는 검은 꽃의 세계는 작별인사에서도 변주된다. 기계와 클론, 휴머노이드와 비인간 동물들이 모여 살아가는 작별인사의 한 장면에서 사회로부터 버림 받은 청소년들이 오토바이를 몰고 탈주하는 너의 목소리가 들려를 떠올리는 독자도 적지 않을 것이다.

 

기억, 정체성, 죽음이라는 김영하의 주제가 작별인사에서는 근미래를 배경으로 새롭게 직조된다. 달라진 것은 필멸의 존재인 인간이 반드시 마주할 수밖에 없는 죽음의 문제로 더 깊이 경사되었다는 것이다.? 원고에서 핵심 주제였던 정체성의 문제는 개작을 거치며 비중이 현저히 줄었다. 대신 태어남과 죽음, 만남과 이별의 변증법이 작품 전체를 관통한다.

 

작별인사가 김영하 소설 세계의 돌연변이는 분명 아니지만 앞으로의 변화를 예감케 하는 부분이 있다. 전복적 세계 인식 속에 반문화적 요소를 배음으로 탈주하는 인물들, 두 세계의 경계에서 배회하는 존재들에 주목하던 작가의 시선이 문명의 지평선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인류라는 종족의 소멸, 개인으로서 자신의 마지막을 사유하기 시작한 흔적들이 작별인사 곳곳에서 발견된다.

 

하지만 등단 이후 지금까지 언제나 그래왔듯이, 작가로서 김영하의 미덕은 그가 무엇에 천착하느냐가 아니라 그동안 다른 작가들이 무수히 다뤄온 오래된 문제들을 어떻게 자기만의 방식으로 다루는가에 있다. 가장 무거운 주제를 다룰 때조차 문장의 발걸음은 경쾌하고, 빠른 호흡 속에서도 서사적 긴장을 절묘하게 유지하며, 그러면서도 독자로 하여금 평소 외면해온 문제들을 자신도 모르게 직면하게 만드는 김영하 의 작가적 재능은 작별인사에서도 여지없이 빛난다.

 

 

작가 김영하 소개

 

1968년 강원도 화천에서 태어나 군인인 아버지를 따라 여러 지역을 옮겨 다니며 성장했다. 잠실의 신천중학교와 잠실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 경영학 학사와 석사를 취득했다. 한 번도 자신이 작가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대학원에 재학 중이던 1990년대 초에 PC통신 하이텔에 올린 짤막한 콩트들이 뜨거운 반응을 얻는 것을 보고 자신의 작가적 재능을 처음으로 깨달았다. 서울에서 아내와 함께 살며 여행, 요리, 그림 그리기와 정원 일을 좋아한다.

 

1995년 계간 [리뷰] 거울에 대한 명상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 살인자의 기억법, 너의 목소리가 들려, 퀴즈쇼, 빛의 제국, 검은 꽃, 아랑은 왜,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소설집 오직 두 사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 오빠가 돌아왔다,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 호출, 여행에 관한 산문 여행의 이유 오래 준비해온 대답을 냈고, 산문집 삼부작 보다, 말하다, 읽다 삼부작과 랄랄라 하우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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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