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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2091)] 마법소녀 은퇴합니다

[책을 읽읍시다 (2091)] 마법소녀 은퇴합니다

박서련 저 | 창비 |208 | 14,000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독특하고 다채로운 서사, 반짝이는 문장으로 많은 독자들의 호응과 함께 한겨레문학상, 젊은작가상을 수상한 작가 박서련의 신작소설 마법소녀 은퇴합니다. 창비의 젊은 경장편 시리즈 [소설Q]의 열세번째 작품이다. 선보이는 작품마다 강하고 아름다운 여성 인물을 내세워 작품세계의 지평을 넓혀가던 박서련이 이번에는 마법소녀의 손을 잡고 돌아왔다. 

 

예언의 마법소녀의 이름은 아로아인데, 아로아의 말에 따르면  시간의 마법소녀가 될 사람이다. 마법소녀들이 세상을 지키는 시대. 특별한 능력을 가진 마법소녀들은 매일매일의 현실을 지켜낸다.

 

특정 단체에 소속되거나 개인에게 고용되어 보안 업무를 맡기도 하고, 대테러 작전에 투입되기도 하며, 지구에 가장 큰 위협이 되는 기후 위기를 저지하는 일에도 나선다.

 

기후 위기처럼 거대한 일에 지속적으로 대항하기 위해 마법소녀들은 전국마법소녀협동조합’(전마협)을 만드는데, 이들은 기후 위기로 인한 지구멸망을 막기 위해서 시간의 마법소녀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예언의 마법소녀인 아로아의 능력으로 를 찾아온 것이다.

 

는 시간의 마법소녀야말로 자신의 운명이라고 느낀다. 어릴 적 할아버지가 운영하던 시계방에서 어깨너머로 시계 수리를 배우던 는 시계 디자이너가 되는 꿈을 품어왔다. 시계를 좋아하던 가 시간의 마법소녀라니, 게다가 시간의 마법소녀는 사상 최강의 마법소녀가 될 거라고 한다.

 

지구멸망을 막는다는 막중한 책임을 얻었지만 는 아직 마법소녀가 아니다. 마법소녀가 되기 위해서는 특별한 각성의 계기가 필요하다. 기후 위기라는 시급한 과제를 눈앞에 두고, 제작의 마법소녀인 전마협 의장은 에게 각성을 촉진시킬 마구를 만들어주기로 한다.

 

소중하게 간직하던 사진과 시계를 제물로 삼아 간절한 마음을 모으던 의 손안에서, 반짝이는 빛 사이로 점점 형태를 갖추던 마구는 다름 아닌 신용카드였다.

 

어째서 신용카드가 마구일까 의아해하는 것도 잠시, 며칠의 시간이 지나도 의 각성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는 동안 자신이야말로 시간의 마법소녀라고 소개하는 이미래가 등장한다. 그리고 그의 등장과 함께 날씨의 변화도 급격해진다. 엄청난 비가 내리는 어두운 날들이 이어지던 중, 이미래의 온라인 라이브 방송이 시작된다.

 

그는 시간을 마음대로 다룰 수 있는 자신의 능력을 활용해 인류멸망을 이루겠다고 발표한다. 사람들은 환경과 서로를 파괴하므로 지구에는 인류의 존재가 불필요하다”(135). 기후 재난을 더욱 가속화해 끝내는 인류를 없애겠다는 이미래를 저지할 수 있는 마법소녀가 과연 등장할 수 있을 것인가. 보잘것없어 보이는 는 이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이 소설은 마법을 사용하는 소녀들이 등장하는 세계에 신용카드, 리볼빙, 전염병, 기후 재난 등 우리가 피부로 느끼고 있는 현실을 잘 녹여내며 독특한 재미를 불러온다. 각자의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은 장면 속에 마법 세계가 어우러질 때, 우리는 환상과 익숙함을 동시에 체험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박서련은 작가 노트에서 진짜로 완전히 평범한 지구인으로 태어났고 삼십대가 되기까지” “전생에 마법세계의 공주였다는 증거도 전혀 발견하지 못한 자신이야말로 그리고 마법소녀가 나오는 작품을 좋아하든 좋아하지 않든 누구나 가끔은 마법이나 기적을 간절히 필요로 할 것이라고 말한다. 각자 자신의 삶에서 마법 같은 기적을 간절히 바란다고 상상하는 일에서 이 소설이 출발한 셈이다.

 

세계에는 종말론만 있고 그에 맞서 싸울 존재는 분명히 등장하지 않는다. 누군가가 타인에 의해 존엄을 잃었다는 소식, 지구가 점점 더워지고 그에 따라 날씨는 더욱 종잡을 수 없겠다는 소식, 산불이 나고 물이 넘쳐 누군가는 집을 잃고 사랑하는 이를 잃었다는 소식. 하루에도 여러 차례 세상이 망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이 시대, 박서련의 소설은 바로 그런 세계이기에 우리 모두 마법소녀가 될 수 있다는 상상을 해보자고 말한다. “마법소녀들은 자신과 세계의 관계를 끝없이 사유하고, 본인에게 주어진 놀라운 힘을 개인적 편의만이 아니라 세계를 위해 사용하는 존재이고 세상은 그런 존재를 너무도 필요로 하기 때문에. 멀거나 거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박서련의 마법 세계에 초대된 당신은 이미 나와 타자 그리고 세계의 관계를 고민하고, 각자에게 주어진 크고 작은 힘들을 우리를 위해 사용할 준비가 된 사람이다.

 

 

작가 박서련 소게

 

1989년 음력 칠석에 철원에서 태어났다. 2015 [실천문학] 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지은 책으로는 장편소설 체공녀 강주룡』 『마르타의 일』 『더 셜리 클럽, 소설집 호르몬이 그랬어, 당신 엄마가 당신보다 잘하는 게임, 짧은 소설 코믹 헤븐에 어서 오세요, 에세이 오늘은 예쁜 걸 먹어야겠어요 등이 있다. 한겨레문학상과 젊은작가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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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