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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210)] 백정, 외면당한 역사의 진실



백정 외면당한 역사의 진실

저자
이희근 지음
출판사
책밭 | 2013-03-15 출간
카테고리
역사/문화
책소개
이 책은 ‘신분’이라는 편견으로 백정을 천대하고 모욕했던 우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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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읍시다 (210)] 백정, 외면당한 역사의 진실

이희근 저 | 책밭 | 344쪽 | 16,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사극에는 수많은 인물들이 등장한다. 과연 그 많은 인물들이 모두 왕족이나 양반, 평민들이었을까? 우리가 흔히 천하다 여기고, 실제로 당시만 해도 비천하며 험한 일을 도맡았던 이들이 다수 등장한다. 비록 극중이지만 그들은 실재했으며, 그 기록 또한 유효하다. 이렇게 도축을 하고, 사냥을 하며, 광대짓을 했던 이들을 역사는 ‘백정’이라 불렀다.

 

백정은 천대와 멸시의 대명사다. 그러나 알고 보면 꼭 그렇지도 않았다. 조선이 평민 이하의 백성 중 30%에 육박하는 백정을 어떻게든 왕조의 인구로 거두고 정착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썼던 점을 보면 그렇다. 산악이 발달한 서울과 인근 지역, 그리고 지리산이 버티고 있던 남원 일대의 거주 인구 대다수가 백정이었다는 사실도 흥미롭다. 『백정, 외면당한 역사의 진실』은 백정에 관해 우리가 입담 수준에서 올리던 이런저런 스토리들을 차분한 지식으로 정착시키는 힘을 발휘한다. 조선 왕조의 통치 그룹 안에서 벌어졌던 국정에 관한 대화, 즉 『조선왕조실록』에 실린 차분한 사실과 관련 기록들을 바탕으로 ‘백정의 이야기’를 펼쳐낸다.

 

결론적으로 보면 조선시대 백정으로 분류했던 다른 혈통의 사람들은 대개가 한반도 재래의 인구가 아닌, 외래 거주민이다. 특히 고려시대 만주와 중원 지역에서 벌어졌던 왕조의 힘겨루기에 따라 패망한 거란족의 다수가 한반도로 넘어와 조선시대 백정으로 정착했다는 책 속의 주장이 눈에 띈다.

 

이 책의 중심 주제는 한반도가 결코 배달이라는 단일계의 종족적 구성으로 이뤄져 있지 않다는 점에 맞춰져 있다. 북방이나 남방으로부터 새로운 종족들이 유입해 정착함으로써 한반도의 다양한 핏줄을 형성했다. 그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존재가 바로 조선시대의 백정이라는 얘기다.

 

외래의 정착민은 요즘 말로 표현하자면 ‘다문화 가정’이다. 다양한 핏줄의 섞임은 요즘의 다문화 가정에 앞서 500여 년 훨씬 전 한반도에서 대량으로 벌어진 현상이었다. 꽤 오래전의 그런 외래 거주민 후예들은 결국 조선의 황혼녘에 총을 들고 바다에 나선다. 병인양요의 프랑스군 침입에 이 땅을 지키고자 왕조가 동원한 사냥꾼들이었다.

 

첨단무기를 손에 쥔 프랑스군에 맞서 신기에 가까운 사격술로 끝까지 저항하다 숨진 백정의 후예들은 구한말 조선에 들어온 한 미국인의 눈에 ‘빨간 머리털과 수염에 180㎝가 넘는 거구’로 비쳤다. 그 인종의 다양성을 생각하며 슬쩍 거울로 얼굴을 들여다보도록 만드는 게 이 책의 매력이다. 다양성 속의 조화, 나아가 한반도에 사는 ‘우리’를 곰곰이 되새기게끔 만드는 것도 책이 지닌 장점이다.

 

 

작가 이희근 소개

 

단국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역사연구의 성과를 학술의 틀에서 벗어나 일반대중들과 함께 나누려고 노력해 왔다. 이 과정에서 통념이나 편견 없이 역사 현상과 자료를 분석하여, 그 뒤에 감춰진 의미를 해석하는 데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의식주나 질병 등 앞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삶에서 직접적이고도 중요한 문제들에 대해 관심을 가지며 연구와 집필에 몰두하고 있다.

 

저서로는 『우리 역사의 수수께끼 1, 2』,『한국사, 그 끝나지 않는 의문?』,『문화유산에 담긴 우리 역사』, 『우리 민속신앙 이야기』『전환기를 이끈 17인의 명암』, 『주제로 보는 한국사(고대편, 조선편)』, 『색다른 역사』, 『맞수 한국사 1,2』 등이 있다.

 

박속심 기자(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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