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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2111)] 최소한의 이웃

[책을 읽읍시다 (2111)] 최소한의 이웃

허지웅 저 | 김영사 | 308 | 15,800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적의와 호의, 소음과 평정, 변해야 할 것과 변치 말아야 할 것을 떠올리다 보면 결론은 이것이다. 우리는 어떻게 서로에게 좋은 사람이 되어 망하지 않고 살 수 있을까. 이는 작가 허지웅이 오롯이 혼자 힘으로 버터야 했던 청년 시절과, 그렇게 혼자 힘으로 자리를 잡자마자 혈액암의 일종인 악성림프종을 겪고 회복하면서 끝내 놓지 않은 질문이기도 하다.

 

최소한의 이웃을 관통하는 주제는 지금 여기 공동체의 이웃이다. 피부로 느낄 수 있게 말하자면 너와 나의 이야기다. 작가는 한량처럼 팔짱을 끼고 우리 공동체의 불행을 관람하지 않는다. 막장으로 들어가는 광부처럼 슬픔 안쪽으로 들어가 슬픔의 근원을 파헤친다. 궁극에는 우리가 서로에게 최소한의 이웃일 때 서로 돕고 함께 기다리며 희망을 가질 수 있음을 때론 부드러운, 때론 강골 있는 언어로 들려준다.

 

이 책은 전염병이 퍼지면서 모두가 보통의 삶을 되찾으려 안간힘 쓰는 시기에 쓰여졌다. “애정: 두 사람의 삶만큼 넓어지는 일” “상식: 고맙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 “공존: 이웃의 자격” “반추: 가야 할 길이 아니라 지나온 길에 지혜가” “성찰: 스스로를 돌아보아야 한다는 고단함” “사유: 주저앉았을 때는 생각을 합니다 등 총 6 154편에서 더불어 살기 위한 가치를 되짚으며 겸허히 말을 건다.

 

작가는 지독하리만큼 철저하게 스스로를 돌아본다. 내가 타인의 고통을 외면하지는 않았는지. 잘못을 저질러놓고 반성하지 않았는지. 타인의 평가에 지나치게 사로잡히지는 않았는지. 내가 해결할 수 없는 일에 과몰입하지 않았는지 집요하게 물으며 자신을 가다듬는다. 그리고 타인의 잣대에 휘둘려 나의 가치를 바닥에 두는 사람들에게 이런 말을 건넨다. “진정한 강인함이란 하늘을 날고 쇠를 구부리는 게 아닌, 역경에 굴하지 않고 삶을 끝까지 살아내며 마침내 스스로를 증명하는 태도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최소한의 이웃 이웃을 향한 분노와 불신을 거두고 나 또한 최소한의 이웃이 될 수 있는 길을 모색하는 분투기다. “타인을 염려하고 배려하는 마음” “이미 벌어진 일에 속박되지 않고 감당할 줄 아는 담대함” “평정심을 유지하는 노력이 있다면 분노는 잦아들 것이고 분란이 분쟁으로 악화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하며, 캄캄한 곳에서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존중을 표한다.

 

나는 옳고 너는 그르다며 다투는 현실이지만, 결국 서로 돕고 기대어 살 때 희망을 품을 수 있다는 이야기. 무례하고 무책임하고 무감각한 일들이 벌어지는 세상이지만, “최소한의 염치를 가지고 인간답게 살자는 이야기. 이런 작가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무엇이 중요한가를 깨우칠 수 있다.

 

 

작가 허지웅 소개

 

[필름2.0] [프리미어], [GQ] 에서 기자로 일했다. 에세이 버티는 삶에 관하여, 나의 친애하는 적, 소설 개포동 김갑수씨의 사정, 60~80년대 한국 공포영화를 다룬 망령의 기억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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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