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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2118)] 쇳밥일지 : 청년공, 펜을 들다

[책을 읽읍시다 (2118)] 쇳밥일지 : 청년공, 펜을 들다

천현우 저 | 문학동네 | 288 | 14,500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지방, 청년, 그리고 용접 노동자. 여태껏 우리가 아는 척해왔거나 모르는 척해온 세계로부터 도저히 눈을 뗄 수 없는 강렬한 작가가 도착했다. 정상 사회의 바깥, 차라리 무법지대에 가까운 인간소외의 장,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일어난 일이라 믿어지지 않는 노동의 현장에서 탄생한 작가 천현우. 그는 우리 사회의 사각에서, 사양하는 산업과 도시의 틈바구니에서 용접공으로 일하며 주간경향 쇳밥일지 쇳밥이웃을 연재하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그의 첫 책 쇳밥일지는 연재분에 전사를 더하고 이를 전면 개고하여 한 권으로 묶은 것이다.

 

작가는 가난이 싫어 얼른 취업하려 실업계 고등학교에 진학하지만, 이후 하청업체를 전전하며 최저 시급 언저리만 맴도는 악순환의 굴레에 갇혀버린다. 주야 교대 근무에 저당잡힌 피폐한 일상은 쉬이 변하지 않고, 각종 편법으로 점철된 근로 조건과 언제든 타인으로 대체 가능한 업무는 몸과 마음을 모두 갉아먹는다. 주위를 둘러보면 모두 청춘을 즐기고 있는 듯하지만, 청춘이란 단어조차 자격지심에 가려 자신에게 해당하지 않는 듯 느껴지고, 공장 바깥에서는 못 배운 놈으로 괄시받고, 공장 안에서는 산재를 당해도 찍소리 할 수 없다.

 

평생 땜질해서는 사람 구실 못하리라는 근심어린 동료의 조언, ‘인서울에 성공한 한 친구의 고작 전문대 나와서 대기업을 갈 수 있느냐는 비아냥을 들은 끝에 작가는 편입을 도모하지만, 그마저 어머니가 사기를 당해 빚더미를 안으며 좌절되고 만다. 도무지 월급만으로 빚을 갚을 수 없어 주말 막노동을 나가던 어느 날, 인생의 은인-멘토를 만난다. 조경 일당직의 사수 포터 아저씨는 용접의 세계를 소개해주는 것은 물론, 편입 실패와 학벌 콤플렉스에 빠져 자신의 초라함만 되새길 뿐이던 작가에게 오히려 우리가 훨씬 대단한 거야. 기죽지 마”(116)라는 말을 건네며 육체노동자의 자부심을 일깨워준다.

 

그저 먹고살기 위한 삶에서 죽살이치다, 인간답게 잘 살기 위한 삶을 꿈꾸게 되고, 나아가 평등을 갈망하며 타인을 살게 하는 사람이 되고자 희망하는 그의 결기와 고투의 흔적이 쇳밥일지에 녹아 있다.

 

내 육신의 죽음만으로 나에게 닥친 불행들까지 죽일 수 없다. 불행은 내 소중한 사람들에게 옮겨가겠지. 그럴 바에 살아남아 불행과 싸워 이기는 게 낫지 않을까”(100~101)라고 말하는 작가 천현우. 그는 비단 자신뿐 아니라 절대 통칭될 수 없는 지방 청년들과 현장 노동자의 고유한 목소리를, 엄연하고도 어엿하게 존재하는 그들의 삶을 증언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

 

작가의 어린 시절부터 2022년 봄까지를 담아낸 쇳밥일지는 한 개인의 내밀한 역사가 시대와 세대의 상으로 기능한다는 점에서 아니 에르노를 떠오르게 하고, 노동자 계급에 관한 생생한 밀착 일지라는 점에서 조지 오웰의 르포르타주 위건 부두로 가는 길과 그 궤를 같이한다.

 

 

작가 천현우 소개

 

1990년 마산에서 태어났다. 삶의 대부분을 고향에서 보냈다. 전문대를 졸업한 후부터 공장에서 쉴 틈 없이 일했다. 2021년부터 주간경향, 미디어오늘, 피렌체의 식탁, 조선일보에 칼럼을 기고했다. 현재 미디어 스타트업 alookso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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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