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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2135)] 인어 사냥

[책을 읽읍시다 (2135)] 인어 사냥

차인표 저 | 해결책 | 272 | 15,000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인어 사냥은 먹으면 천 년을 산다는 인어 기름을 차지하기 위한, 인간의 민낯을 드러내는 근원적 욕망에 관한 이야기다. 또 신묘한 인어 기름을 차지하기 위한 인간들의 흥미진진하고 치열한 대결을 그렸다.

 

판타지의 문법을 충실히 차용하면서도 서양식 판타지의 알레고리에 갇히지 않고 우리나라 고유의 한의 정서를 입혀 한국형 뉴 판타지 시리즈의 첫걸음을 내디뎠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문학적 성취를 보여 준다.

 

소설은 오랜 시간 인간과 역사, 구전 설화에 깊이 천착해 온 작가는 우리나라의 정서를 담은 우리의 지명과 옛이야기를 바탕으로 새로운 한국형 판타지아를 구축하고자 했다.

 

이와 관련해 수년간 자료를 수집해 오다가 강원도 통천 지역의 지금은 사라진 독도 강치에서 인어에 대한 영감을 얻어 그간의 아이디어와 기록을 발전시켜 그만의 신비롭고 독특한 이야기로 완성했다.

 

1902, 강원도 통천 인근의 외딴섬. 어부 박덕무가 아내와 두 아이와 함께 가난하고 힘겹지만 따스한 정을 나누며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아내가 알 수 없는 병으로 급사하고 딸 영실마저 치료할 수 없는 폐병에 걸려 절체절명 위기의 순간을 맞는다. 이때 덕무를 찾아온 공 영감이 정체를 알 수 없는 누런 기름 한 방울을 먹이자 영실의 고통이 사라진다. 이것은 공 영감의 조상 대대로 내려온 인어 기름. 이에 덕무는 인어를 찾아 목숨을 내걸고 위험한 흑암도로 향한다.

 

한편, 서기 700, 강원도 통천의 바닷가 마을. 지독한 추위와 배고픔으로 굶어 죽을 위기에 처한 소년 공랑은 무작정 해안가로 나선다. 갑자기 몰아치는 칼바람을 피해 어느 바위 절벽으로 숨어들었다가 비밀의 통로를 발견한다. 그곳에서 생전 처음 보는 낯선 생명체와 조우한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공랑은 인어를 찾고자 혈안이 된 마을 사람들과 갈등하며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무려 천이백 년을 넘나드는 두 개의 이야기는 씨실과 날실처럼 교차하면서 점차 빨라지는 리듬을 타며 고조되다가 하나로 이어지면서 대망의 피날레를 장식한다. 이 과정에서 작가가 그려 낸 섬과 바다, 바람과 해일, 인어와 강치, 여러 인간과 인간을 닮은 생명들과의 관계, 그 사이에서 불거지는 추악한 욕심과 죄책감 그리고 나와 다른 것을 끌어안는 용기를 만나게 된다.

 

작가는 인어라는 익숙한 듯하면서도 낯선 존재를 단지 미스터리 한 흥밋거리에 국한시키지 않고, 이를 매개로 다양한 인간 군상의 모습과 우리 고유의 한의 정서를 섬세하게 녹여 내 결국 우리네 처절하고 아픈 삶의 이야기로 치환시켰다.

 

독자는 책을 펼침과 동시에 작가의 머릿속 가득한 판타지를 확장한 거대하고 매혹적인 상상의 세계로 안내될 것이다. 또한, 신라와 조선 말기를 오가는 거대한 스케일, 철저한 시대 고증과 섬세한 심리 묘사, 인간 중심주의에 대한 경종과 욕망이라는 주제 의식을 하나의 속도감 있는 이야기로 풀어낸 탄탄한 구성력 등은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놀라운 몰입감을 선사한다. 이는 작가가 그의 작품 세계에서 일관되게 표방하는 글로 쓴 영화를 구현한 것으로, 텍스트 속 활자를 뛰어넘는 창발성을 보여 준다.

 

작가 차인표 소개

 

서울 출생. 미국 럿거스 뉴저지 주립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1993년 배우로 데뷔했다. 1994년 첫 주연을 맡은 드라마 사랑을 그대 품안에가 큰 성공을 거두면서 이름을 널리 알렸다. 이후 30년 가까이 꾸준한 작품 활동으로 대중적 인지도와 신뢰를 공고히 쌓았다. 대표작으로 드라마 불꽃,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 영화 목포는 항구다, 크로싱, 차인표 등이 있다. 평소 올곧은 성품과 나눔의 실천, 사회 구호 활동에 열정적으로 참여해, 모범적인 시민을 대표하는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많은 드라마와 영화, 예능 프로그램, 강연, 나눔과 구호 등 광범위한 활동을 거듭하면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대중과 소통하며 사람과 사람 사는 세상의 본질을 치밀하게 탐구해 왔다. 이런 그만의 독특하고 다양한 경력은 단순히 보여지는 것 이상으로 깊은 차원에서 다른 이들의 삶과 세계를 상상하는 감각을 키우는 원동력이 되었다.

 

이렇듯 오랫동안 다양한 문화 영역에 재능을 보여 주고 있지만, 그는 2009년 평단의 호평을 받은 첫 책(잘가요 언덕)을 낸 이후로 소설가로서의 아이덴티티와 소명 의식을 잊어 본 적이 없다. 문학이라는 완전한 허구의 세계에서 현실보다 더 진짜 같은 세계를 만들고 서사를 따라가며 생의 진실을 발견할 때 창작자로서 큰 희열을 느낀다. 한국형 고담 시리즈뿐 아니라 시나리오, 에세이 등 전방위적으로 집필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장편소설 오늘예보, 언젠가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본다면(잘가요 언덕 개정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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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