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읍시다 (2138)] 여성, 경찰하는 마음
우리 사회에 여경이 꼭 필요하냐고 묻는 당신을 위한 여성 경찰 안내서
이수진, 이비현, 전지혜, 김세령, 이혜수 저 외 20명 | 생각정원 | 260쪽 | 16,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대한민국 사회의 첨예한 젠더 갈등, 남녀 갈등의 정점에 바로 ‘여성 경찰’이 있다. 현장에서 여경이 피의자를 단번에 제압하지 못하는 일련의 사건이 보도되면서 여경은 불필요하다는 이른바 ‘여경 무용론’이 점화되었고, 맹목적인 여성 혐오로 번졌다.
조롱과 인신공격, 듣기에 불편한 혐오의 말들이 여경을 향해 쏟아졌다. 범죄자를 다루는 데 신체적으로 약한 여성은 대응 능력이 떨어진다는 게 주 논리였다. 언뜻 타당해 보이지만 수면 아래에는 ‘성별 나누기’와 ‘성차별’이 깊게 깔려 있다.
1947년 미 군정기 때 최초로 여경이 채용된 이후 경찰조직 내 여경 비율은 그로부터 75년이 지난 2022년 현재 13%를 조금 웃도는 정도이다. 뿌리 깊은 남녀차별 구조가 허물어지면서 여성의 사회 진출이 활발해졌지만, 경찰조직은 아직 요원함을 보여주는 수치이다.
이 책은 여성 경찰 23인, 31편의 글을 모았다. 남성 경찰의 수가 압도적인 조직에서 여경은 어떤 모습으로 존재하는지, 생생한 현장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경찰조직 안팎에서 일어나는 여경에 대한 편견과 차별, 혐오의 모습들, 남성의 수가 압도적인 조직에서 여경들 대부분은 첫발을 내디딜 때부터 경찰에 걸맞지 않은 사람, 남자 경찰과 다른 ‘그 밖의’ 존재로 간주되어 왔다. 이 때문에 환영받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역량을 발휘할 기회조차 제대로 얻지 못했다. 경찰이란 특수성으로, 차별에 대한 여경들의 항의마저 ‘관습에 어긋난다’하여 무시되어온 현실에서 이 책은 그간 우리 사회에 보이지 않았던 여경의 존재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그렇다고 이 책이 무시무시한 페미니스트 여경들의 투쟁기는 아니다. 지구대 순경부터 형사, 기동대, 무술교관, 서장까지 다양한 직군에서 일하는 여성 경찰의 하루하루 일상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한밤중 난동을 부리는 피의자를 제압하고, 폭력 남편에게서 피해자 아내를 보호하고, 폭발물 제거에 앞장서고, 마약사범을 새벽까지 추격하고, 학대받는 아동을 안전하게 피신시키는 등. 여느 경찰과 다름없는 모습이다.
이 책은 ‘경찰=남성’이라는 사회적 인식과 그로 인한 차별과 불평등을 알면서도 그녀들은 왜 굳이 힘들고 위험한 경찰 세계에 뛰어들었는지, 무엇이 그녀들의 가슴을 정의와 사명감으로 타오르게 했으며, 어떻게 조직 안팎의 편견과 차별을 견디며 버텨왔는지를 기록한 ‘여경 분투기’이다.
약자에 대한 연민과 남다른 정의감을 외면하지 못하는 뜨거운 마음 때문에 경찰이 될 수밖에 없었던 그녀들의 고뇌와 활약상은 여경, 남경 논쟁에서 벗어나 진정한 경찰이란 무엇인지 되묻게 한다. 나아가 진짜 경찰을 만드는 제도와 시스템을 갖추는 게 더 시급하다는 본질적 진단을 이끌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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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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