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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2162)] 생에 감사해

[책을 읽읍시다 (2162)] 생에 감사해

김혜자 저 | 수오서재 | 376 | 17,000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많은 후배 배우들이 김혜자 같은 배우를 목표로 삼지만 김혜자는 스스로에게 박한 평가를 내린다. 서툴고 모자란 사람, 부족했기 때문에 열심일 수밖에 없었던 사람, 연기에만 완벽주의자였고 엄마와 아내로서는 낙제점인 사람, 용서하기보다는 용서를 구해야 하는 사람. 작품에 들어갔을 때 모든 힘을 쏟아붓고 나머지 시간은 껍데기만 남은 매미 허물처럼 존재하는 스스로를 자책하는 시간도 많다. 다만, 그녀를 지탱하는 것은 감사의 힘이다. 스스로를 잊고 몰입할 수 있음에, 대본을 외울 기억력이 있음에, 매번 살아야 할 이유가 되는 작품이 자신 앞에 놓여 있음에 감사할 뿐이다. 그래서 신이 자신을 살게 하는 이유를 헤아리며 하루하루를 죽이는 삶을 살지 않겠다.’ 다짐한다.

 

이 책은 흔한 회고록이 아니라 배우 본인이 자신의 연기 세계와 인생을 추적한, 글로 쓴 인생 영화이다. 자살을 꿈꾸며 수면제를 사 모으던 소녀는 어떻게 해서 연극 무대와 조명 눈부신 스크린 속에서 생의 의미를 찾았는가? 우리들의 블루스의 작가 노희경이 말했듯이 미어캣을 닮은 동그란 눈으로 세상을 두리번거리는 그녀는 자신의 가족사에 대한 글의 제목을 왜 인생 드라마라고 붙였는가? 책에 싣지는 못했지만 그녀는 왜 에필로그를 단 한 줄로 써서 보냈는가? ‘그리운 배우가 되기를.’이라고.

 

여기, 생의 마지막까지 연기에 혼을 불사르려는 강한 욕망을 가진 배우가 있다. 매번 작품을 할 때마다 그것이 자신의 마지막 작품이라고 여기는 배우, 작품을 선택할 때 비록 현실이 고통스럽고 절망적이더라도 그 사이에 바늘귀만 한 희망의 빛이 보이는가를 기준으로 삼는 배우, 자신은 죽음을 생각하지만 절망한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작품만을 선택하는 배우가. 우리가 상상해 온 것과 다르게 그녀에게 연기는 허무를 몸으로 부딪는 행위이며, 자신의 가슴은 상처 입었지만 다른 사람의 상처 난 가슴은 치유해 주려고 하는 공감의 노력이다. 그리고 커튼콜이 끝나고 드라마가 막을 내리면 정직하고 무심한 눈으로 삶을 응시한다.

 

한국을 대표하는 연기자, 우리가 사랑하는 배우 김혜자. 그녀는 지난 60년간 수많은 배역으로 살며 삶의 모순과 고통, 환희와 기쁨을 전했다. 배역을 맡으면 온전히 그 사람이 되어야만 했고, 그렇게 되기 위해 수십, 수백 번 몸부림치며 연기했다. 죽기 살기로 하면 그 뒤는 신이 책임져 주시리라는 믿음으로, 연기 잘한다는 평가를 최고의 선물이라 여기며 몰입했다. 언제나 편안한 이미지로 다가오는 배우이지만 그녀의 삶 이면에는 그토록 치열한 시간과 감사의 기도가 함께했다.

 

매번 작품을 할 때마다 그것이 자신의 마지막 작품이라고 여기는 배우, 작품을 선택할 때 비록 현실이 고통스럽고 절망적이더라도 그 사이에 바늘귀만 한 희망의 빛이 보이는가를 기준으로 삼는 배우, 자신은 죽음을 생각하지만 절망한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작품만을 선택하는 배우, 김혜자. 이 책은 그녀의 연기 인생에 대한 자전적 기록이며, 몰입과 열정, 감사와 기쁨, 그리고 국민 배우’, ‘국민 엄마라는 명성 이면의 불가해한 허무와 슬픔에 대한 생의 무대 위 고백이다. 그녀에 대해 잘 알든 모르든, 글을 다 읽고 마지막 책장을 덮으면 김혜자는 역시 김혜자라는 생각이 들면서 마음이 뭉클해진다.

 

작가 김혜자 소개

 

한국을 대표하는 배우 김혜자는 서울에서 태어나 경기여중·고를 졸업하고 이화여대에서 미술을 전공했다. 학창 시절부터 배우를 꿈꾸었으며 안소니 퀸이 주연한 영화 을 본 후 젤소미나 같은 역을 마음에 품었다. 대학 재학 중이던 1962 KBS 공채 탤런트 1기에 합격했으나 자신의 연기에 실망해 이내 그만두고, 도망치듯 떠나 결혼해 첫아이를 낳고 육아에 마음을 쏟았다.

 

하지만 연기에 대한 갈망은 쉬이 사그라지지 않았고, 스물일곱 살 때 연극으로 다시 배우의 길에 들어섰다. 한국의 대표적인 극단 실험극장에서 연기의 기본부터 다시 배웠으며, 열망에 훈련을 더한 시기를 거쳐 민중극장’, ‘자유극장 등에서 주인공으로 활약하면서 연극계의 신데렐라로 떠올랐다. 이후 1969년 개국한 MBC에 스카우트되어 본격적으로 TV 드라마에 출연하며 수많은 배역으로 살아왔다.

 

전원일기」 「모래성」 「겨울 안개」 「여자는 무엇으로 사는가」 「사랑이 뭐길래」 「엄마의 바다」 「」 「그대 그리고 나」 「장미와 콩나물」 「엄마가 뿔났다」 「청담동 살아요」 「디어 마이 프렌즈」 「눈이 부시게」 「우리들의 블루스  100여 편의 드라마에 출연했다. 연극 유다여 닭이 울기 전에」 「사할린스크의 하늘과 땅」 「19 그리고 80」 「셜리 발렌타인」 「오스카! 신에게 보내는 편지 등의 주인공 역을 했으며, 영화로는 만추」 「마요네즈」 「마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이 있다.

 

작품을 선택할 때는 비록 현실이 고통스럽고 절망적이더라도 그 사이에서 바늘귀만 한 희망의 빛이 보이는가를 기준으로 삼았다. 연기를 하는 동안 살아 있음을 느꼈고, 동시에 보는 사람들을 살리고 싶었다. 1966년 제2회 백상예술대상 연극부문 신인연기상을 시작으로 MBC 연기대상, KBS 연기대상, 마닐라 국제영화제, 부일영화상, LA 비평가협회상 등에서 수차례 수상했으며, 백상예술대상에서 TV부문 대상 4차례, 여자최우수연기상 4차례를 수상하는 대기록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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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