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읍시다 (2164)] 사라진 소녀들의 숲
허주은 저 | 유혜인 역 | 미디어창비 | 432쪽 | 17,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한국의 역사와 문화에 바탕을 둔 작품 분위기, 탄탄한 서사 속에 치밀한 미스터리 장치를 가미한 필력으로 한국이 아닌 세계에서 먼저 이름을 알린 작가 허주은의 장편소설 『사라진 소녀들의 숲』. 작가는 이번 작품의 배경에 한국인들에게도 생소한 역사, 조선 세종 대까지 존재했던 공녀(貢女) 제도를 앉혀놓는다. 이에 얽힌 제주 한 마을의 비극, 그 비극에 긴박하게 연결된 가족사, 나아가 가부장 시대 조선 여성들의 삶을 다층적으로 엮어내며 미스터리한 사건의 중심으로 독자들을 끌어들인다.
1426년 조선에 남아 있던 공녀 제도라는 묵직한 이야기 배경을 가졌음에도 이 책은 미스터리 소설의 묘미를 한껏 발휘한다. 소설의 주인공은 민환이, 민매월 자매다. 자매의 아버지 민제우는 이름 높은 수사관으로서 한 마을에서 열세 명의 소녀가 사라진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자매의 고향인 제주로 떠났지만 곧 실종된다.
소설은 사라진 아버지를 찾기 위해 남장을 한 민매월이 바다를 건너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단서는 아버지가 남긴 60권의 수사 일지, 조력자는 뜻하지 않은 이별로 사이가 틀어져 버린 제주에 남은 동생 민매월이다. 제주로 향하는 배 안에서부터 진행되는 소설의 전개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다.
숨겨진 실종 사건 증인들, 민씨 자매의 탐문과 용의자들의 치밀한 알리바이, 아버지가 남긴 수사 일지와 엇갈리는 단서, 각자의 사정 때문에 숨겨왔던 진실 들이 얽히고설켜 한순간도 책장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한다.
그 사이사이로 실종된 아버지를 찾아 나선 주인공 민환이, 민매월 자매의 애증관계, 그 속에 감쳐진 안타까운 가족사가 독자들의 감정선을 건드린다. 마지막에 가서야 밝혀지는 진실은 어느 한 개인의 사연이 아니라 가슴 아픈 우리의 역사로 가슴에 남는다.
가장 먼저 해외 독자들이 한국 중세를 배경으로 한 이 낯선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2021년 북미에서 먼저 출간된 『사라진 소녀들의 숲』(The Forest of Stolen Girls)은 2022년 캐나다 최대 규모 독서 프로그램인 ‘독서의 숲’ 화이트 파인 어워드 최종 후보, 2021년과 2022년 에드거 앨런 포 어워드 최종 후보에 올랐다. 그뿐 아니라 미국도서관협회(YALSA) 청소년을 위한 최고의 소설, 청소년도서관조합(JLG) 추천 도서로 연속 선정되는 등 국내 출간 전부터 이미 성인은 물론 청소년 독자들에게까지 뜨거운 주목을 받고 있는 작품이다.
토론토대학교에서 역사와 문학을 전공한 이력답게 그의 작품은 역사, 특히 한국의 역사를 소재로 삼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뼈의 침묵』(The Silence of Bones),『붉은 궁』(The Red Palace) 등 연이어 발표한 소설 모두 한국의 역사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쓰여졌다. “지금 제가 쓰는 책들은 전부 한국 역사에 바치는 러브레터”라고 밝히는 저자는 ‘한국’이라는 단어가 낯선 모든 이들을 ‘가장 한국적인 이야기’로 사로잡으며 한국계 베스트셀러 작가로서 입지를 굳혀가고 있다.
작가 허주은 소개
한국에서 태어나 캐나다에서 자랐다. 토론토대학교에서 역사와 문학을 전공했다. 장편소설 『뼈의 침묵(The Silence of Bones)』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해 『붉은 궁(The Red Palace)』을 연이어 발표하며 베스트셀러 작가로서 입지를 굳혀가고 있다. 한국의 역사와 문화에 바탕을 둔 작품 분위기, 탄탄한 서사 속에 치밀한 미스터리 장치를 가미한 필력으로 한국이 아닌 세계에서 먼저 그 이름을 알렸다.
『사라진 소녀들의 숲』은 15세기 초 조선을 배경으로 한 역사 미스터리 소설이다. 복잡한 사정으로 따로 떨어져 지내며 사이가 소원해진 자매 민환이와 민매월은 제주 한 마을에서 열세 명의 소녀들이 실종된 사건을 조사하다 갑자기 사라진 아버지를 찾기 위해 아슬아슬한 화해를 한다. 용감하고 씩씩한 자매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아버지가 남긴 단서를 따라 추적에 나서고, 독자들은 자매의 뒤를 따라 조선 시대 제주의 풍경 속으로 초대된다.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작가 아들린 그레이스는 “애달프고 숨 막히는 이야기로 독자들의 손에 땀을 쥐게 한다”라고, 작가 캐슬린 글래스고는 “아름답고 생생하며 짙은 분위기를 풍긴다”라고 호평했다. 데뷔작에 이어 청소년도서관조합(JLG) 추천 도서로 연속 선정되었다.
『스쿨 라이브러리 저널』은 “세계관을 훌륭히 구축한 덕분에 독자도 흥미로운 미스터리를 풀기 위해 조선 시대로 이동한다”라며 추천했고, 『퍼블리셔스 위클리』는 “당대 여성들이 얼마나 많은 제약을 받았는지 보여주는 한편 13세기부터 1435년까지 여성들을 공포에 떨게 했던 역사적 사실을 이야기 속에 영리하게 짜 넣었다”라고 극찬했다.
『사라진 소녀들의 숲』은 미국도서관협회(ALA)와 미국청소년도서관협회(YALSA) 선정 청소년을 위한 최고의 소설, 2022년 캐나다 최대 규모 독서 프로그램인 ‘독서의 숲’ 화이트 파인 어워드 최종 후보, 2022년 에드거 앨런 포 어워드 최종 후보에 올랐다.
현재 토론토에서 남편과 두 자녀와 함께 살면서 연산군을 소재로 한 차기작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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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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