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읍시다 (2192)] 우리가 운명이라고 불렀던 것들:그 모든 우연이 모여 오늘이 탄생했다
슈테판 클라인 저 | 유영미 역 | 포레스트북스 | 352쪽 | 18,8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태곳적부터 인류는 생존을 위해 본능적으로 원인을 알 수 없는 불확실한 상황을 거부하며 어떻게든 세계의 규칙을 찾고자 했다. 그리고 이러한 시도는 물리학과 통계학의 발전으로 이어졌고, 또 한편으로는 세상이 이미 정해진 ‘운명’대로 굴러간다는 숙명론적 세계관을 발전시켰다.
그러나 인간의 노력과는 별개로 세계는 여전히 갑작스러운 지진으로 한 국가가 송두리째 흔들리고, 코로나19로 수백만 명이 목숨을 잃는 등 더욱 예측할 수 없는 변수와 함께 흘러가고 있다.
세계적인 과학 저널리스트이자 『우리가 운명이라고 불렀던 것들』(원제: 우연한 모든 것)의 저자인 슈테판 클라인은 인간의 삶은 우연이 만들어낸 사건들의 총합일 뿐이며, 이 세계가 어떤 규칙이나 운명에 맞춰 굴러갈 것이라는 믿음은 ‘사랑스러운 착각’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변덕스러운 삶에 무방비하게 내맡겨졌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사실 우연은 운명보다 더욱 신비롭고 낭만적인 무한한 가능성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연은 우리에게 불안이 아닌 ‘자유’를 안겨주며, 강자뿐 아니라 약자와 다양한 종에게도 생존의 기회를 주었다. 그뿐인가. 수많은 역사적 사건과 운명적인 사랑 역시 ‘우연’ 덕분에 가능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우연으로 가득 한 이 세계가 다르게 보일 것이다.
물리학, 생물학, 뇌과학은 물론이고 철학과 문학까지 넘나드는 이 책은 놀라울 정도로 방대한 지식과 어떤 추리 소설보다 흥미로운 사례들로 매혹적인 지적 탐험을 이끈다.
1부 〈운명이라는 착각〉에서는 우리가 운명의 장난이라고 불렀던 기묘한 사건들을 소개하며, 물리학과 통계학을 통해 세계의 법칙을 이해하고 우연을 통제하려 했던 시도들에 대해 알아본다.
2부 〈우연이 만든 세계〉에서는 다양한 생명의 탄생과 진화를 가능하게 한 창조자로서의 우연에 대해 이야기한다. 또한 개인의 인격 발달과 심지어 배우자를 고르는 일에 이르기까지 우연이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살펴본다.
3부 〈우연이 두려운 사람들〉에서는 불확실한 상황을 피하려는 인간의 심리와 행동을 뇌과학과 다양한 실험 결과를 통해 분석한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4부 〈불확실한 세상을 살아가는 법〉에서는 예측할 수 없는 세상에서 ‘최선의 선택’을 하는 법과 삶을 통제하려는 강박을 내려놓고 틈입하는 행운을 허락하며 살아가는 법을 알려준다.
우연에 대한 연구는 우주나 생명의 탄생에 관한 연구처럼 학문의 커다란 수수께끼를 밝혀내는 작업이지만, 결국 인생의 여정과 매우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단순히 운명을 믿는 인간과 우연이 지배한 세계를 설명하는 것을 넘어 그사이의 간극을 좁히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태도까지 안내하는 이 책은 독자에게 흥미로운 지적 향유를 넘어 삶을 진지하게 고찰해보는 계기를 마련해줄 것이다.
작가 슈테판 클라인 소개
1965년 독일 뮌헨에서 태어났다. 뮌헨대학교에서 철학과 물리학을 공부하고 프라이부르크대학교에서 생물물리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데어 슈피겔」에서 과학부 편집장으로 일했으며, 1998년 게오르크-폰-홀츠브링크 학술저널리즘상을 받았고, 2015년에는 과학의 대중화에 기여한 공로로 독일 학술상을 받았다.
현재 베를린 예술대학의 객원교수로 일하고 있다. 대표작 『행복의 공식, 최대한 쉽게 설명해 드립니다』는 독일뿐만 아니라 세계 전역에서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르며 큰 화제를 모았고, 『우연의 법칙』은 미국 <라이브러리 저널>이 선정한 ‘2007년 최고의 과학 서적’으로 뽑혔다.
그 외 저서로는 『우리는 모두 불멸할 수 있는 존재입니다』, 『우리는 모두 별이 남긴 먼지입니다』, 『어젯밤 꿈이 나에게 말해주는 것들』, 『안녕하세요, 시간입니다』, 『이타주의자가 지배한다』, 『다 빈치의 인문공부』 등이 있다. 출간할 때마다 화제가 되었던 그의 저서들은 전 세계 30여 개 언어로 번역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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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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