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읍시다 (2205)] #축제_0419
달빛 저 | 해피북스투유 | 284쪽 | 15,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4·19혁명! 1960년 4월 19일에 벌어진 소시민의 봉기. 이는 한반도 역사에서 몇 안 되는 ‘혁명’으로 지칭되는 일대 사건이었다.
『#축제_0419』는 해시태그를 통해 오늘의 사람들과 소통하려는 ‘1960년 4월 19일’에 대한 시도이다. 소시민으로서 그 시절을 힘겹게 살아냈던 ‘장지유’를 통해 들여다보는 그날의 이야기와 4·19혁명을 ‘축제’로 드러낸 담론은 ‘4·19 문학’에 대한 본격적인 성찰이라 표현해도 모자람이 없다. 무엇보다 이를 엄숙하고 무겁지 않은 따뜻한 이야기로 마무리해낸 것은 작가가 바라보는 세상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의 발현이다.
시골에서 서울로 상경해 오늘을 사는 사람들은 한둘이 아니다. 이들은 자신은 아니라 하지만, 그대로 서울에 자리를 잡은 채 ‘서울 사람’이 된다. 현미도 마찬가지였다. 마산에서 상경해 외교부에서 일하며 ‘여자’가 아닌 사람으로 인정받기 위해 아등바등 노력했다. 그렇게 홀로 서울에 자리 잡은 현미는, 그의 인생 자체가 대한민국의 역사가 아닐 수 없었다. 그랬던 현미에게 오늘이 공포로 돋아났다. 어제와 다를 바 없이 평소처럼 자고 일어났다. 가뿐하게 레지던스에서 하루를 시작했을 뿐인데 5년을 건너뛴 날짜가 컴퓨터에 나타났다.
현미는 자신을 치매라고 단정한다. 자칫 절망하거나 좌절할 만한데도 현미는 외교부에서 유리 천장을 뚫어내던 의지를 오늘에 투영하며 사라진 5년을 찾기 위해 분연히 일어선다. 그 5년의 추적! 이를 통해 현미는 자신이 잊었거나 때론 비겁했거나 아니라면 외면했던 과거와 마주하며, 현미 자신이 바로 대한민국이었음을 자각한다. 그 중심에서 비로소 직면한 한 남자의 순애보가 현미에게 ‘과거가 아닌 오늘’을 선물한다.
실상은 비겁했지만, ‘정의’라는 이름과 ‘상식’이라는 일반론으로 자신을 포장했던 남자 세헌. 그가 살아왔던 대학생 시절은 딱 세 개의 선택지가 있었다. 운동권이거나 수긍하거나 아니라면 비겁하게 외면하거나! 세헌은 겉으로 드러내지 않았을 뿐 1980년대의 현실을 피해 미국으로 도망쳤다.
그곳에서 멋진 박스에 담긴 부유한 선물처럼 자신의 인생을 애지중지 넣으려 애썼다. 사실 멋진 인생일지도 모른다. 세헌의 인생, 이를 통해 작가가 규정한 1980년대의 지식인은 세 부류였다. 운동권이거나, 수긍하거나, 비겁하거나. 세헌은 바로 비겁자에 속한다.
민서는 미국에서 태어난 이민 세대의 후손이다. 일본인 엄마와 한국인 아빠를 둔 특이한 이력의 그가, 어머니의 가출로 가족에 대해 되돌아본다. 언제나 자신을 지지해줄 것 같던 엄마, 아무것도 하지 말고 돈만 주면 되는 존재 아빠. 늘 그럴 것 같았던 두 사람의 균열이 민서의 인생에도 파열을 가한다. 나에게 엄마는, 또 아빠는 무엇이었을까. 생각 끝에 한국으로 무작정 와버린 민서. 그녀에게 한국의 2000년대는 태어나서 처음 겪어보는 소용돌이였다.
『#축제_0419』는 미츠코, 지유, 현미, 세헌, 민서를 통해 다루어지는 개인의 이야기, 이들의 사연이 모여 하나의 역사로 기능하는 서사를 만들어내며 4·19혁명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한다. 파문이 커지면 파도가 되고 파도가 커지면 너울이 되며 너울은 결국 바다를 뒤집는다.
『#축제_0419』에서 1940년대와 1960년대, 1980년대, 2000년대, 그리고 2020년이라는 80년을 관통하고 살아온 개인을 반추해 미래를 짚어보는 일은 작은 파문에 불과할지 모른다. 비록 한 편의 소설일지라도 그 파문이 결국 바다를 뒤집지 말라는 법은 없다. 이 소설이 한 개인에게 소소한 파문의 시작점이 된다면, 소설은 그로써 생명을 다해낸 것이 아닐까.
작가 달빛 소개
20년을 아나키스트로 살았다. 그사이 현장 운동가, 영화사 직원, 변호사실 사무장, 출판 기획자, 작가 에이전트, 웹소설 플랫폼 관리자 등으로 지냈다. 글을 쓰기 위해서였다. 다짐처럼 그리고 바람처럼, 단 하루도 글을 쓰지 않은 날이 없었다.
11권의 장편소설을 발표했으며 14편의 영화 작업에 참여했다. 많은 일을 했고 많은 이들과 협업했다. 온전히 아나키스트로 사는 것과 관계를 이으며 사는 대척점에서, 2020년 한국인으로 ‘다시’ 살기를 택했다. 미래와 다음 세대에 대한 믿음 때문이었다. 유기견 만두와 만두 엄마를 만난 일은 인생 최고의 행운이었음을 고백한다.
2020년 콘텐츠 회사를 설립했다. 독립영화 두 편을 제작, 감독했으며 개봉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10여 편 시나리오의 영화화와 기획한 드라마, 웹소설의 진행을 위해 매진하고 있다. 기치로 내건 ‘콘텐츠가 꿈꾸는 행복한 세상’을 위해 오늘도 최선을 다해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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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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